이주민의 차별과 편견, 오늘만 잊자?
상태바
이주민의 차별과 편견, 오늘만 잊자?
  • 서나영 기자
  • 승인 2007.06.07 1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0여개국 4만여명 함께 국내 최대 다문화축제 열어

지난 주말 올림픽공원에서는 세계 100여개의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의 희망과 슬픔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이주민과 함께하는 다문화축제 ‘2007 Migrants' Arirang’이 지난 3일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내·외국인 4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주민과 한국인이 서로에게 소중한 꽃이 되어 주자’는 염원을 담아 개최된 것.

문화관광부의 주최로 열린 이날 축제의 대표적 프로그램인 '지구마을축제'에서는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러시아, 미얀마, 중국, 태국, 스리랑카 등 15개 나라의 이주민공동체가 직접 준비한 음식이 선보이고, 그들의 독특한 전통놀이와 축제 마당이 펼쳐졌다.

특히 재외동포 부스에서는 칠순을 맞은 노인들을 위한 전통 잔칫상이 차려져 눈길을 끌었다. 70평생을 각 지역으로 이주해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 온 동포들의 삶과 애환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된 칠순잔치였다.

낮 기온이 최고 32도까지 올라간 이날 가장 인기를 끈 것은 미얀마의‘띤잔 물축제’였다. 미얀마의 새해맞이 축제인 띤잔 물축제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축복을 준다는 뜻에 따라 참가자들에게 마구 물을 뿌리고, 또 맞으면서 모두가 잠시 더위를 잊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축제장 한켠, 이주민 7명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조명한 ‘사진전’과 이국적인 향취가 물씬 풍기는 세계시장 ‘바자르’도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문화관광부,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각 부처에서도 독자적인 부스를 마련했다. 이들은 이주민의 국내생활에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정보박람회를 개최해 이주민들에게 정부의 정책과 서비스를 소개하고, 부처별 이주민 지원사업 등에 대해서 안내했다.

특히 인권위에서는 크레파스와 도화지를 준비해 ‘인권’에 대한 생각을 직접 써 붙이도록 해 시민들 스스로 이주민의 인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도록 했고, 법무부에서는 불법체류 여부에 상관 없이 방문취업제, 체류, 국적 등 상담서비스를 실시했다.

초등학교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독서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미영(가명)씨는 “어눌한 한국어나 피부색이 다른 이유로 소외받기 쉬운 아이들이 오늘 만큼은 그런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도 “하지만 오늘이 지나면 아이들은 또 자기들끼리만 어울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며 씁쓸해 했다.

또 자신을 불법체류자라고 소개한 한 이주노동자는 “정부가 불법체류자에 대해 평소에는 반인권적인 단속을 벌이다가 오늘같은 날은 특별한 행사니까 눈감아 주는 식의 이중적 입장에 혼란스럽다”며 정부가 합리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2005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Migrants' Arirang'은 문광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규모나 프로그램 면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이주민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했다. 하지만 불과 4개월 전 일어난 여수 참사와 같은 반인권적 이주노동자정책과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이날 하루 잊고 즐기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 지에 대해서는 한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한편 이날 축제는 각국 전통복장을 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와 함께 88잔디마당을 출발해 동1문, 동3문을 돌아 퍼레이드를 펼치면서 거리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으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