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읍에서
상태바
소읍에서
  • 배은희
  • 승인 2007.05.23 1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 하루도 내 눈에는 잎 하나 돋지 않는구나
뿌리처럼 뻗은 가지로 하늘을 긁으며
내가 놓쳐버린 시간을 지우며
저 알몸의 가로수들은 어디로 달려가는지
자기 집으로 떠나지 못한 새처럼 공사장 인부들은
움츠린 그림자를 깔고 앉아 거덜나 본 적 없는
절망을 녹이며 모닥불 앞에 붙박여 있고
젖은 불꽃에 간간이 나무를 분질러 던지며
내 꿈아, 나는 무엇을 기다리는지
너무 오래 어둠에 묻은 별들은 불현듯
진저리치며 빛나고 내가 있을 곳이 아닌 이곳에서
나는 움직일 때마다 미심쩍은 돌부리에 걸리고
그러나 어디로 갈지를 몰라 서성거리는 나는
깊은 발자국에 고이는 길의 숨결처럼
버려진 소읍의 하루를 주저앉아 있구나.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