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들의 이산의 아픔, 함께 아파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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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들의 이산의 아픔, 함께 아파해주기를”
  • 서나영 기자
  • 승인 2007.05.23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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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찾아라, 아버지가 끝내 고국땅을 못 밟으시고 돌아가시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그 때 아버지를 위한 책을 쓰겠다고 결심했죠”

세계한마음협의회의 초청으로 지난 17일 입국해 전북 익산지역 문화유적 답사를 마치고, 22일 모국방문단 환영행사에 참석한 카자흐스탄 고려인 2세 빅토르 김-리(75.그는 부모의 성을 모두 쓰고 있다)씨.

카자흐스탄에서 3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인 그는 이번이 7번째 모국 방문이다. 처음 한국땅을 밟았을 때 아버지 생각에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걸을 힘도 없었다'는 그는 "지금도 고국에 대한 감격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실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은 돌아가시기 전 1년 정도 뿐이었어요"  " 아버지는 특히 한국의 풍습과 아버지의 고향인 충청도 함평에 대해서 많은 얘길 해주셨습니다”

그가 아버지의 고향인 전라도 함평(그는 함평을 충청도로 알고 있었다)을 찾아 몇 번이나 한국을 찾은 이유다. 일제시대 강제동원으로 러시아에 끌려간 그의 아버지는, 그가 4살 때 정치적인 이유로 10년간 감옥살이 끝에 집으로 돌아와 1년만에 사망했다.

뿐만 아니라 그 자신도 8살 때 스탈린에 의해 고향 달리보스톡을 떠나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된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기차를 타고 가다가 그냥 우리를 버려두고 갔다”고 회상했다.

35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차도 굴리고, 제법 잘 살았던 그가 59세 늦은 나이에 변호사 일을 그만 두고 글을 쓰겠다고 했을 때 아내의 반대는 극심했다. 결국 이혼 후 홀로 10년 이상 아버지를 비롯한 수많은 고려인의 인생을 글에 담아 내는데 매달렸고, 6년전 지금의 아내 라나를 만났다.

그는 현재 그의 첫번째 책 [충청도를 등지고 떠난 사나이]를 한글로 번역해 한국에서 출간하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유도 모른 채 이국땅으로 강제 이주된 이들은 물론 그 후세까지도 이산의 아픔을 간직하며 살고 있는 고려인들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함께 아파해 준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그가 마지막까지 남긴 고려인에 대한 관심을 당부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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