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사회 이렇게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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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사회 이렇게 준비하자
  • 신상록
  • 승인 2007.05.0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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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록(함께하는다문화네트워크 대표, 다문화국제학교 설립위원장)
지난 4월 24일 국회법사위가 주최하는‘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안’ 공청회에 패널로 참가하였다. 법무부는 이 법의 제안 이유를 '재한 외국인을 그 법적 지위에 따라 적정하게 대우함으로써 재한 외국인이 대한민국사회에 적응하도록 하고 대한민국국민과 재한 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국가 발전과 사회통합에 이바지 하려는 것'이라고 하였다.

필자는 이 법안을 적극 찬성하였고,국회를 통과해 재한외국인들과 대한민국 국민 국민 모두에게 큰 혜택이 돌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되려면 매우 중요한 몇 가지 사실이 실천되어야 한다.

첫째, 재한외국인을 그 법적 지위에 따라 적정하게 대우하여야 한다. 재한외국인은 나름대로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유학생은 공부가 목적이고, 근로자는 능력에 따라 직업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 법은 이들의 활동을 보장해 주기위해 있는 것이다. 또한 영주권자는 3년이 지나면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참여할 수도 있고, 경제활동도 허가 받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최저임금에 있어서도 대한민국국민과 같은 보장을 받고 있다. 법적지위에 따른 적정한 대우에는 외국인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그들의 권리를 설명해주는 것도 포함된다(국제협약 33조37항). 그러나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국제조약과 국제법상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리 조차 모르고 있다.

재한 외국인들은 언어 문제 외에도 적은 수입과 비싼 주택문제, 이주가족의 크기제한, 지역사회내의 편견과 차별로 인해 부적응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 재한외국인이 우리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법의 정신이 발휘되기를 바란다.

둘째, 대한민국 국민과 재한 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존중해야한다. 애국가 가사1절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만세’가 말해주듯 대한민국의 역사는 오천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그래서일까 세계 어느 나라 국민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민족 디아스포라만의 특징이 있다고 자랑한다.

백년이 지나도 한민족은 민족 고유의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다녀본 몇몇 나라에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한민족으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지나친 민족주의영향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세계화의 시대에 지나치게 우리의 것을 드러내므로써 재한 외국인의 문화를 무시하는 것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되었다. 우리의 문화와 역사가 소중하면 그들의 문화와 역사도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문자나 언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세종대왕 재임시에 만들어진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과학적인 문자라고 주장 하지만 다른 나라의 언어나 문자는 비과학적인가? 우리의 온돌문화가 최근 미국 등지에서 매우 인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인들 사이에서 조상들의 지혜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그렇다면 침대문화는 그렇지 못하다는 말인가? 우리문화가 우수하다면, 다문화인의 문화도 우수하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의 것이 과학적이라거나 조상의 지혜가 뛰어나다고 말하기 전에 문화는 역사적 환경의 산물임을 알아야 한다.

최근조사에 의하면, 재한 외국인의 2006년 말 출입국자수가 3천572만 명으로 1995년 말 1천601만 명에 비해 약 123% 증가했으며, 2010년에는 5천만 명으로 증가 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2006년 12월 현재 채류외국인수가 90여만 명으로 1995년 27만여 명에 비해 약233% 증가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증가는 다문화인들의 목적도 있지만 우리의 필요가 더 절실하지 않은가 싶다. 당장에 농어촌 총각들의 결혼이나 공장에서 일한 한국인 근로자를 모집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함에도 다문화인은 한국어나 글을 배워야 할 대상이고, 한국인은 다문화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은 다분히 의식차원의 문제이다. 영어의 경우는 정반대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혼이주여성이 겪는 차별중의 하나는 자녀를 양육하거나 물건을 사고 팔 때 모국어를 사용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주여성의 경우, 결혼하여 한국인으로 살아야 하겠기에 한국어를 배워야 하겠지만 한국인 남편이나 시부모님이 모국어를 사용하여 자녀를 양육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신의 언어로 자녀를 양육한다면 얼마나 행복하게 키울지 상상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모어로 키우는 것은 이주여성에 대한 인격과 인권을 존중해주는 것이 되며, 자녀에게는 정당한 권리이다. 자녀를 모국어로 키운다고 해서 아이들이 한국어를 익히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재미, 재일동포 자녀들이 보여준 예에서 보듯이 한낱 신화일 뿐이다.

모어로 자녀를 키운다면 다중언어를 익힐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자녀의 진로가 훨씬 넓어 질것이다. 우리의 문화와 역사가 소중하듯 다문화인 들의 문화와 역사도 소중하다는 의식이 중요하다.

셋째,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다문화 사회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 국민의식이 상당히 개방적이고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천여번이 넘는 외침으로 고난을 겪은 민족의 특성상 상대를 믿지 못하고, 수구 보수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갖기 싶지만 오히려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활용하는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점과 또한 그러한 역사적 배경은 부정적이긴 했지만 일찍이 다문화 경험이 많다는 점이다.

사회 일각에서 급증하는 다문화 인구유입을 걱정하는 여론이 있지만 국가적으로 법을 제정하는 등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우리 국민들이 잘 해결해 가리라 믿고 있다.

지난달 26일 포천시에서는 국제교류센터 건립 준비를 위한 용역보고회가 있었다. 초청을 받고 참여하면서 다문화사회를 준비하는 시장님과 직원들의 노고를 마음으로 알 수 있었다. 본지에서 특집으로 보도도 했지만, 전국적으로 지자체별로 다문화사회를 준비하기위해 애쓰고 있는 중이다. 그런대로 하드웨어는 갖추어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은 과제는 국민과의 합의 하에 어떻게 실천해 가느냐가 중요하다.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는 공급자이고, 다문화인은 수혜자라는 우월적인 생각으로 출발해서는 사회 통합 등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쌍방 간에 서로에게 필요하고 서로를 향하는 유기적공동체 의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이러한 공동체 의식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세미나를 통한 지속적 교육도 있어야 하겠지만 재한외국인 등 다문화인의 처우에 힘쓴 개인이나 단체 혹은 우수기업을 선정하여 혜택을 주는 등 여러 각도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