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학생들 버지니아 총기참사 여파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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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학생들 버지니아 총기참사 여파 시달려
  • 류수현 재외기자
  • 승인 2007.05.0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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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대학생 집단폭행사건 발생, 한인 안티그룹도 177개나 생겨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지 10여일이 흐른 지금에도 미국 내 한인 학생들이 사건 여파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대학교육 전문지인 비데트 인터넷판은 지난달 24일자에 유타 대학에 재학 중인 한인학생들이 버지니아 참사의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들이 증오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타대 전 한인학생회 회장인 함지하 씨는 비데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건 발생 직후 미국 내 반한 움직임이 시작되지 않을까 두려웠다”면서 “아직까지 개인적인 위협을 받은 적은 없지만, 한국인이기 때문에 범인과 문화적으로 연결됐다는 이유만으로 언젠가 위협을 받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미국 내 한인학생들 사이에서 팽배하게 감돌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0일에는 앨라바마주 어번대학의 한 한인대학생이 집단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 버지니아 참사로 인한 한인 증오범죄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음을 나타냈다.

피해자는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18세 한인학생으로 1개월 전에 이 대학에 편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24일 어번 경찰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피해 학생은 이날 자정께 대학 기숙사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4명의 남성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학생은 집단폭행을 당하고도 신고를 꺼려했으나 같은 기숙사 학우들이 신고를 적극 권장해 이 사실이 경찰에 알려지게 된 것.

경찰당국은 피해 학생이 가벼운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고 밝히고, 이 사건을 연방수사국에 보고한 후 이번 사건이 버지니아 참사로 인한 증오범죄인지의 여부를 현재 수사 중이며, 학교 측과 공조해 가해자들의 신원 파악 및 검거에 나선 상태다.

한인학생들이 버지니아 총격사건으로 인해 피부로 경험하는 반한 감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미국 내 대학생들과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네트워크 사이트인 페이스북(Facebook)에는 한국인에 대한 안티 그룹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버지니아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인이라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진지 채 5분도 안 돼 한인에 대한 안티그룹이 3개나 생겨난 후 현재까지 총 177개까지 늘어난 상태다. 이 그룹들 가운데는 특히 한국인을 미국에서 몰아내는 것을 목표로한 전형적인 그룹도 발견되면서 많은 한인 학생들이 적잖은 두려움과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 이에 한국인을 조승희와 같은 전형으로 취급하는 것에 대항하는 안티 그룹들이 생겨날 정도.

유타대학의 김재영 학생은 “버지니아 공대의 총격 사건의 범인이 한인이라는 것에서 벗어나서 이는 이미 일어난 일이고 크나큰 충격을 불러 온 일이지만, 이로 인해 한국인이 다르게 취급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번 총격사건으로 인해 학교 등에서 정신적, 육체적 피해는 물론 증오범죄의 대상이 됐다면 311이나 인근 경찰서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현재 청년학교는 이와 관련한 핫라인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