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규명 방식으로 과거사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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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규명 방식으로 과거사 접근해야”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7.04.1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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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

 이영조(사진·55)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은 “진실위의 접근 방식이 정권에 대한 조사(transitional justice) 방식이 아닌 역사적 규명(historical justice) 방식으로 접근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현대사는 동서양 어느 국가와도 비교하기 힘든 ‘특별함’을 가지며, 그에 대한 풀이도 우리만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진실위 설립에 외국 사례가 영향을 끼쳤는지.
흔히들 사람들이 프랑스가 하나의 과거사정리의 모범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프랑스는 일종의 전 정권에 대해 독일 레지스탕스와 관련한 응징 차원의 정권 교체적 의미를 갖는 다고 볼 수 있죠.

칠레, 스페인, 아리헨티나, 동티모르, 캄보디아 등 많은 국가들이 과거사 위원회와 같은 활동을 했지만 그들의 활동이 우리의 모범이 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진실위의 활동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기 힘든 점이 있습니다. 100년이 넘는 사건을 조사하는 등 우리의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파독광부ㆍ간호사 문제가 과거사 규명작업에 포함되는지.
간호사, 광부를 파독하고 이들의 봉급 국내송금 창구를 독일 은행 코메르츠방크가 맡는 조건으로 이 은행이 지급보증을 함으로써 차관을 제공받았다는 규명신청을 포함, 포괄적인 조사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또한 66년 정부가 공식적으로 보낸 1만 명의 간호사와 63년 12월 파견한 광부의 숫자를 합친 1만8천명에 달하는 파독인력이 국가발전을 위해 기여한 점에 대해 연구하는 것도 진실위의 몫이기도 합니다.

65년 연구자들의 논문일지를 보면, 독일에서 송금한 금액은 우리나라 상품수출의 2%를 차지해 실제 그들이 우리나라에 기여한 국력신장 요인은 경제성장에 두자리 숫자를 차지한다고도 말합니다.

한 실태조사 따르면, 독일로 간 간호사, 광부들의 절반 정도가 고향에 그들의 월급을 거의 보냈다고 하니 당시 우리나라에게는 엄청난 부를 창출해 준 것이겠지요.

월남 파병, 중동 진출, 한일 국교 정상화와 함께 우리나라 경제에 호황을 부른 4대 역사적 사건으로 부르는 파독광부ㆍ간호사 사건에 대해 역사를 규명하고 실태를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외독립운동사와 항일독립운동 분야의 역할 중 하나가 대한민국의 국력 신장에 기여했던 역사를 규명하는 것도 포함되기 때문이죠.

-항일독립운동이나 해외동포사를 조사하면서 외교적 마찰은 없겠나?
1923년 관동대진재에 편승하여 일본군인ㆍ경찰ㆍ민간인들은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고, 우물에 독을 푼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재일 조선인들을 무참하게 학살한 사건이 있습니다.

이 때 학살당한 조선인 수는 6천661명으로 일본은 조선인 학살을 숨기기 위해 조선인의 시신을 은닉하고 있습니다. 유족들은 시신이 묻힌 장소 규명과 한국 내 관동대진재 관련 유골이 없는 묘의 소재를 규명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건들은 신청이 없어도 국가가 직권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사를 시작하면 바로 외교문제가 발생하게 돼 국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고민입니다. 진실과 함께 다른 중요한 가치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려인 강제 이주에 관한 구 소련지역 해외동포사 문제는 어떻게 되나?
연해주 전역의 고려인 17만명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킨 역사는 직권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사건으로 큰 의미를 갖는 사건입니다. 37년 강제이주에는 일본정부와의 외교적 정치 문제가 다분히 깔려 있다고 봅니다. 또 당시에 고려인들의 지도층을 싹쓸이 하겠다는 의도도 있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강제이주로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한인학교를 세우기 위해 애쓰고 우리 풍습을 면면히 지키는 고려인들의 모습을 통해 민족의 정체성 확립을 바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밖에 진실위에서 계획하는 사업들이 있다면?
진실위는 경신참변과 이태준 의사 등 우리 현대사에 묻혀 잊고 있는 해외동포사에 대한 규명작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들의 신청이 다른 진실위의 진실규명 연구에 비해 많지 않습니다.

해외동포사가 개인적 사연과 연관되는 사업이라기보다 국가적 역사와 연계되기 때문인데 앞으로 해외동포사에 대한 홍보를 더욱 활발히 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