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한민족의 날’은 10월 3일로
상태바
‘세계 한민족의 날’은 10월 3일로
  • 정영훈
  • 승인 2007.02.08 1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럼] 정영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 정영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외교통상부가 재외동포의 날 제정과 관련하여 실시한 의견조사 결과에 의하면, 기념일의 명칭으로 ‘세계한민족의 날’을 선택한 응답자가 전체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본보 2007년 1월25일자). 작년 11월11일자 본지에 쓴 칼럼에서 기념일의 명칭을 그같이 하자고 제안하였던 필자로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

‘재외동포’나 ‘재외한인’, ‘해외동포’ 같은 유사한 여러 용어를 제쳐놓고 ‘세계 한민족’을 고른 것은 매우 적절한 판단이라 생각하며, 이제 기념일의 이름은 ‘세계한민족의 날’로 고정해놓고, 날짜를 언제로 할지에 대해 토론과 여론수렴을 좀 더 진행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외교부의 여론조사에서는 기념일의 날짜는 재외동포재단이 창립된 10월30일로 하자는 의견이 1위를 차지하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 날짜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는 좀 더 민족적으로 상징성이 큰 날 중에서 고르는 것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 물론 재외동포재단을 설립한 것도 세계 한민족의 역사와 관련하여 중요한 계기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 의미와 상징성의 크기에서는 좀 약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재외동포재단은 재외동포청 같은 정식 국가기관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재단창립일은 보기 따라서는 중요도가 크지 않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의견을 말하자면, 민족적으로 상징성이 있는 날 중에서 하루를 고르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성격이 유사하다면 두 개의 기념식을 한 날에 갖는다 해도 이상할 게 없고, 오히려 서로의 의미를 살리는 상승작용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우선 떠오르기는 한민족이 세계로 진출한 이민사에서 특기할만한 하루를 고르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세계 각지로 나간 동포 전체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날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또 추석이나 설 같은 민족명절중에서 고르는 것도 생각할 수 있으나 이들 명절은 우리민족에게만 고유한 명절이 아닌데다 가족단위의 행사가 이루어지는 날이라는 점에서 고려대상이 되기에 부적절하다.

다음으로 생각할 것이 삼일절이나 광복절, 개천절(10.3), 한글날(10.9) 같은 국경일 중에 고르는 것인데, 필자는 그중에서 개천절인 10월3일이 가장 좋다고 본다. 개천절은 민족의 생일날에 해당하는 기념일로서 민족적 동질성을 확인하고 결속을 기하자는 취지의 ‘세계한민족의 날’과 성격상 서로 통하고, 같은 날 기념식을 갖는다면 서로를 살리는 상승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대통령이 개천절과 한글날 사이의 기간을 민족적 개성이 두드러진 기간이라 지적하고 이들 국경일 사이를 재외동포의 날로 정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한 언급은 사안의 의미를 잘 헤아린 판단이라 본다. 정부차원의 기념행사도 함께 묶어서 개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이는 나중에 검토할 문제이다.

필자는 어떤 이름이건, 그리고 날짜가 언제로 지정되든, 재외동포를 기리고 우리민족 전체의 단합을 꾀하는 기념일이 제정된다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위에서 개진한 것은 같은 값이면 그리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필자의 의견과 다르게 결정되더라도 필자로서는 (물론 아쉽기는 하겠지만) 불평하지 않을 것이다.

바라건대는 이름과 날짜를 정하는 것이 갈등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대다수 동포들도 필자와 같은 생각을 갖고있으리라 믿는다. 필자가 진짜 우려하는 것은 좋은 이름과 날짜를 찾는답시고 세월만 보내다가, 결국에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고 논의자체가 뒷날로 미루어지는 사태이다. 대통령이 모처럼 기념일제정에 관심을 표명했으니,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현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결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선은 주무부처가 나서서 이 문제에 대한 공청회부터 열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