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재외동포 연구, 모두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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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재외동포 연구, 모두의 몫
  • 이진영
  • 승인 2006.08.18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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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를 연구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기본적인 연구 및 조사에 대한 상대적인 푸대접이다.

각 재외동포 단체의 예산에서 이 부분은 상대적으로 적게 편성되어 있고, 또한 말 그대로 연구 및 조사에 지출되고 있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왜 이렇게 홀대를 받을까? 적은 예산으로 다른 많은 활동에 지출해야 해서 우선순위가 밀리는 것인가? 행정하는 한 사람의 인근지역 표준적인 일주일 출장비로 300만원이 지출되는 것은 당연하나, 연구자의 현지조사를 위한 비용은 참으로 얻기조차 힘들다. 밥벌이 수단이니까 그렇게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힐난한다면 사실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보면 당시 중국에 사행길을 떠났던 우리 조상들의 사전 조사에 관한 사항이 많이 나타난다. 대부분이 사절단에 포함되는 것을 싫어했기에, 중국에 대해 사전에 파악하는 것도 주먹구구식으로, 갔다 온 사람들에게서 대충 듣는 ‘그렇다고 하더라’식이 많았다. 이런 사전 조사에 고생길이니, 매번 조선 사절단이 가는 코스와 경험은 제한적이었다. 그리고 축적되지도 않았다. 물론 장계를 올리지만 그것은 너무도 공문서적인 형식적인 것이었다. 수 백년 사행길에 중국에 대한 정보가 적은 것이 단지 오랑캐라는 의식 때문이었을까? 실태에 대한 조사 부족과 적은 정보나마 상호 교류하지 않은데서 나타난 결과가 아닐까? 재외동포에 대한 부분에서도 열하일기가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해외 현지에 가면 동포단체들의 흥망성쇠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가 부족하다. 지금이야 인터넷으로 하다 보니 점차 나아지고 있으나, 당시 모임을 증명할 회의록이나, 정보교류지 등을 수집해놓은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그런 것에 대해 별로 관심도 없다. 그것이 곧 그 지역의 동포 역사임에도, 단지 ‘현재’를 살뿐이다. 먹고살기에 바쁜데 무슨 얘기냐고 하기에는 자료에 대한 인식이 적은 것이다. 동포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동포에 대한 체계적인 자료를 수집하지 않는다.

있더라도 각기 분산되어 있다. 분산되어 있어도, 다른 이가 애써 수집한 것을 사용하는데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인색하다. 정보사회라고 하지만 돈을 주고 정보를 사는 것에는 아직도 어색하기만 하다.

문제는 이런 현지실태에 대한 조사와 정보교류 부족이 좀 더 체계적이고 성숙한 재외동포 정책을 추진하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고 하는 점이다. 실태 파악이 없는 정책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그리고 예산 낭비를 할뿐이다. 매년 일회성 행사만 한다면 참여한 사람에게는 큰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축적되어 더 많은 사람에게 효과가 파급되기에는 무리이다. 단지 그들만의 잔치가 되는 것이다. 마치 사행길에서 가져온 중국의 귀한 물목들만이 중국에 대한 호기심을 사대부들에게 키워줄 뿐, 중국에 대한 정보가 지식인 사회에 유통되지 않았던 것과 유사하다. 사행길에, 행사에 돈은 계속 쓰였다. 그러나, 잔치 뒤에 남은 것은 개별적인 기억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이 10여권의 화교화인백과사전을 펴낸 것을 부러워한다. 정책에 대한 부분만도 한 권일 정도로 방대한 이 작업은 예산의 지원과 많은 자료의 수집, 수 년간의 조사와 연구자들의 상호 교류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중국의 화교 화인 정책이 치밀한 것은 이런 탄탄한 밑받침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에는 변변한 재외동포에 대한 백과사전 한 권도 없다. 그리고 향 후 몇 년간 계획도 없다.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지도 모른다. 자료에 대한 홀시와 조사 연구에 대한 푸대접 그리고 상호교류의 미약함은 연구자들만이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다.

그저 매번 일회성 잔치가 열리는 것만 바라볼 것인가? 이제는 초기의 천박함에서 벗어나 한 단계 성숙할 때이다. 그런 면에서 조사와 정보교류는 재외동포 정책을 한 단계 높이는 중요한 도구이다. 그리고 그것은 연구자만의 몫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