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재외동포 한글 잡지를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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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외동포 한글 잡지를 살리자
  • 조남철
  • 승인 2006.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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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재단의 2005년도 통계에 의하면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동포의 수가 700만에 이른다고 한다.

남북한을 합한 인구의 10%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형편이니 분명 이들은 우리 민족의 귀중한 일원인 셈이다.

이들은 전 세계 170여개 나라에 한인 공동체를 이루고 있으며 우리말과 글, 민족문화를 여전히 공유하고 있으며 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기도 하다.

민족이라는 이름의 질기고 끈끈한 인연을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에서 현대 한국사에서 재외동포들이 갖는 민족사적 의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으며 정부를 포함한 우리 사회가 재외 동포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한편 이들 해외 동포들을 같은 민족으로 묶고 이들 동포사회의 가장 믿음직한 정신적 끈이 한글과 민족문화라는 사실을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동시에 그 최일선에 동포 한글 신문과 잡지들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1923년 연해주에서 창간돼 이 지역 조선인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 온 ‘고려일보’(옛 ‘레닌 기캄)나 ‘권업신문’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아쉬운 것은 이들 신문과 잡지가 더 이상 명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다행인 것은 250만명의 동포가 있는 중국의 경우이다. 해외 거주의 역사나 그 수에 있어서 압도적인 중국동포들의 경우 아직까지도 한글신문과 한글잡지를 보유하고 있다. ‘흑룡강신문’ ‘길림신문’ ‘연변일보’ ‘조선문보’같은 한글 언론지와 ‘연변문학’ ‘장백산’ ‘도라지’같은 민족문학 잡지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매체의 경우도 그 실태를 들여다보면 매우 비관적이다. 무엇보다 독자의 급격한 감소현상이 심각하다.

예전에는 연변지구를 중심으로 동북 삼성(길림성, 요령성, 흑룡강성)에 동포들이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었기에 일정수의 독자를 확보하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이들 한글신문과 잡지의 형편은 심각한 수준이다.
조선족 동포들이 연해지구를 비롯하여 중국 전역으로 흩어지면서 독자를 확보하는 일이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로 지금은 없어진 하얼빈 지역에서 발간된 순 문학지 ‘은하수’를 들 수 있다. ‘은하수’는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대중지와 종합지, 문학지로의 변신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폐간하고 말았다. 모두 독자의 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해외거주 재외동포들은 대부분이 가난한 나라의 백성으로 태어난 이유로 제나라에서 살지 못하고 낯선 땅, 낯선 곳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온 우리 선조들의 후손이다.

나라가 제 역할만 했더라도 지금은 우리와 같은 삶의 터전에 있을 이들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 모두에게는 이들 재외동포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재외동포들의 한글잡지를 살리자. 우리 민족의 말과 글을 지키고 우리 민족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가장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한글잡지를 살리자.

이들 한글잡지야말로 재외동포 모두가 지구촌 시대 한민족의 일원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줄 것이며 세계 속의 한류를 한글문화로 발전시키는 촉진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