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외동포 전담기구 설치논의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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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재외동포 전담기구 설치논의 오해와 진실
  • 이준규 외교부 영사국장
  • 승인 2006.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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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670만명 시대를 맞이하여 재외동포가 소중한 자산이며 국력의 외연이라는 인식하에 재외동포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정부 또한 재외동포정책에 대한 각계각층의 건설적인 비판과 제언을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고 이를 가능한 정부정책에 반영하고자 노력중이다.

정부는 1993년 ‘신교포정책’을 시작으로 재외동포정책을 본격 추진하면서 ‘재외동포전담기구’ 설립 문제를 검토해 왔으며, 전담기구 설립에 따르는 장.단점을 숙고한 끝에 결국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1997년 ‘재외동포재단’을 설립하였다.

참여정부 출범이후에는 ‘대통령직속 재외동포위원회’설립 방안이 제시되면서 재외동포 전담기구 설립 문제가 다시 한 번 심도있게 검토된 결과, 2005년 12월 제5차 재외동포정책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는 새로운 (재외동포전담)기구 신설은 더 이상 재론하지 않기로 하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재외동포재단의 기능과 역량을 강화해 나가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개최된 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지속적으로 ‘재외동포전담기구’설립 문제를 포함한 정부의 재외동포정책에 대한 몇 가지 오해가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가 재외동포에 대한 관심과 의지 또는 예산이 없어서 동포 전담기구 신설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오해이다. 물론 새로운 기구를 설립하는 데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며, 이것이 정부의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담기구 설립이, 출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기존 기구를 폐지하고 효과가 불확실한 기구로 대체하는 것이라면 ‘예산 배분의 적절성’ 문제가 대두한다는 점이다.

그간 재외동포재단이 예산과 인력의 부족으로 빠르게 증대해가는 재외동포사회의 기대와 요구를 충족하기가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재외동포재단은 설립 8년이 지나면서 점차 체제를 정비해 가고 있고,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재외동포재단’의 역량 강화를 통해 재외동포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정부의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재외동포전담기구가 설치되기만 하면 재외동포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전담기구에서 담당, 처리할 수 있다‘는 오해이다. 정부가 전담기구 설치에 반대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전담기구가 설립된다고 하더라도 재외동포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통합, 수행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교육, 출입국, 병역 등 각 부처의 고유한 업무는 결국 해당 부처에서 담당할 수 밖에 없으며, 이 경우 동포 업무와 관련한 예산과 인력 중복의 문제가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외교부가 재외동포정책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동포들의 이익보다는 외교관계를 먼저 고려한다‘는 오해이다. 외교부가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다름 아닌 ‘국익’이며, 어떠한 정책도 ‘국익’보다 우선할 수 없다. 재외동포정책은 외국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과 외국국적동포를 대상으로 함에 따라, 국적국의 법적 관할권과 혈연국의 혈연적.문화적 유대가 상충하는 국제적인 특성을 갖는다. 이러한 연유로 대다수 국가에서 재외동포문제는 외교부 또는 외교부 산하 기관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재외동포재단이 외교통상부 산하 기관으로서 정책 수립 기능이 없고, 외교부 공무원들이 재단의 중요 자리를 맡고 있기 때문에 재단의 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외교부가 직접 재외동포정책을 수립, 집행하고 있으며 ‘재외동포재단’과 같이 재외동포를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기관을 두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외동포정책과 그 집행기관을 분리함으로써 중국 등 소수민족정책을 민감하게 생각하는 국가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들에 대해 보다 효과적이고 원활한 재외동포지원을 실시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간 재외동포재단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은 예산, 인력상의 제약과 함께 외교부와 재단간 유기적 협조체제가 미흡했던 데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향후 정부는 외교부와 재외동포재단과의 효율적 협력체제 구축 및 동포재단의 역량 강화를 통해 동포사회의 요구에 적극 부응해 나갈 것이다.

재외동포전담기구의 설립은 재외동포들이 막연히 기대하는 것처럼 동포들의 모든 염원을 일거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만능 요술봉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새로운 문제의 근원이 될 가능성이 크며, 재외동포들에게 돌아갈 실질적 혜택도 획기적으로 증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는 국내외적 정책 환경과 제한된 재원을 감안하여,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재외동포정책 추진 체제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재외동포전담기구’ 설립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을 계속하기보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재외동포 지원을 위한 건설적인 비판과 실천적인 제안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