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단 결성 60주년을 향해
상태바
민단 결성 60주년을 향해
  • 김재숙 중앙본부 단장
  • 승인 2006.01.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군분투의 역사를 상기하여 미래의 기반을 정비하자

친애하는 재일동포 여러분!

2006년의 새해를 맞이하여 삼가 신년 인사를 드립니다.

작년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실효 지배한 을사조약이 체결된지 100년, 그 지배에서 해방된지 60년, 그리고 일본과의 국교정상화 40년이라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한해였습니다. 한일 양국은 이 뜻 깊은 해를 '한일·일한 우정의 해'로 정해 관민이 다양한 교류 친선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시민과 연대하여 한일간 이간질 방지해

그런데 초봄에 독도 영유권 문제로 불이 붙어 여름철에 왜곡된 역사교과서 채택을 둘러싼 알력이 재연, 가을에는 코이즈미(小泉) 수상의 5번째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한일관계의 냉기는 심각해졌습니다. 민단교류가 정치문제로 인해 저해되는 악순환은 유감스럽게도 극치에 달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역사관을 차세대에 물려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은 민단과 양식 있는 일본 시민들이 연대하여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문제의 교과서 채택률을 0.4%로 봉쇄했습니다. 운동에 참여한 모든 재일동포, 일본 시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하는 바입니다.

친애하는 재일동포 여러분!

‘자연의 예지’를 테마로 개최된 아이치(愛知) 만국박람회에서는 아이치현 본부를 중심으로 민단이 전국적으로 추진한 참관단 유치가 원동력이 되어 당초 목표였던 150만명을 훨씬 뛰어넘는 349만명이 한국관을 찾았습니다. 한국의 위신을 드높인 민단의 지원과 시들 줄 모르는 한류가 큰 힘이 됐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한편 우려해야 할 일은 바로 일본의 편협한 국수주의의 대두입니다.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그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노골적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둘러싼 한국, 중국의 비판에 대해 일부 정치가와 언론이 ‘내정간섭’이라는 말로 일본 국민을 부추겨 양국 국민감정에 불필요한 균열을 일으키려 하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감정적인 대응은 문제 해결을 복잡하게 만들기만 할 뿐 ‘백해무익’한 것입니다.

한일의 가교를 자인하는 우리 재일동포는 감정대 감정의 연쇄에 빠지지 않고 앞으로도 민단으로 결집하여 한일교류의 인솔자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지방참정권은 공생에 불가결한 것

친애하는 재일동포 여러분!

한국은 작년 6월 아사아에서 처음으로 정주외국인의 지방선거권을 성립시켰습니다. 민단의 운동이 가져온 한국 국회의 영단은 그동안 상호주의를 거론하며 반대론으로 시종일관한 일본의 일부 정치가가 더이상 거론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단계에 접어든 지방참정권 획득운동의 현장에 서서 우리는 작년 12월에 오사카(大阪)에서 참정권 부여를 요구하는 ‘한·일·재일 네트워크’와 함께 참정권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한국과 일본 정치가들에 의한 첫 포럼은 기탄없는 의견교환과 향후 과제를 재인식시켰습니다. 광범위한 일본 시민과 연대하면서 지역사회 참획과 일본인과의 공생 담보가 되는 지방참정권을 하루속히 실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불퇴전의 각오로 임해 나갑시다.

작년 11월에는 재일 100년의 역사를 한자리에 모은 재일한인역사자료관이 개설됐습니다. 이 ‘역사자료관’은 재일의 원점을 다시 한번 직시하고, 역사인식을 재구축하는 동시에 동포사회의 미래 개척에 대한 결의를 새롭게 다지는 장입니다. 나아가 이웃인 일본인에게는 재일의 존재를 이해시켜 동시대를 함께 살아오고 앞으로도 함께 살아갈 파트너임을 인식시키는 장이 될 것입니다.

자료관이 한일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시기인 2005년에 개관된 것을 기뻐하며 다시 한번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재일동포와 일본인에게 유용하게 활용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친애하는 재일동포 여러분!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작년 9월에 열린 6개국 협의로 한반도 비핵화를 중심으로 평화적인 골조를 구축하기 위한 모색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공동성명을 바탕으로, 12월에 오사카에서 민주평통 킨키(近畿)협의회의 주최로 한국, 일본, 재일의 학자를 초빙한 ‘평화통일 심포지엄’을 개최했습니다. 향후에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북한과 일본,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강력히 바라는 바입니다.

한편, 재일동포사회에 있어서는 광복 60주년과 남북 공동성명 5주년을 계기로 야마구치(山口), 쿄토(京都), 오사카 등지의 지방본부가 조선총련과의 화합·교류행사를 실시했습니다. 북한을 둘러싼 어려운 상황도 재일동포사회의 운동으로 서서히 해빙시고 화합·교류사업을 더욱 진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은원을 초월하여 화합을 추진하자

친애하는 재일동포 여러분!

우리는 국적을 가진 한국과 생활기반을 둔 일본 사이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양국의 확고한 우호관계가 있어야만 우리들의 자기실현 및 다문화 공생사회의 실현도 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특히 창단 60주년 이후 민단을 이끌어 갈 3세나 4세 이후의 아이들과 일본의 아이들이 일그러진 국수주의나 선입관으로 서로를 부정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작년 광복절에 즈음하여 매년 8월을 ‘한일미래월간’으로 삼는 구상을 발표했습니다.

해방과 패전이라는 한일의 역사가 교차하는 8월에 재일동포를 축으로 한일 청소년을 한자리에 모아 문화·계술, 스포츠 등의 교류와 기탄없는 대화를 통해 불행한 과거를 극복하고 우정으로 미래를 이어나가고자 한 것입니다. 그 주최가 되는 것이 바로 500명 규모의 어린이 서울잼버리를 성공시켜 온 민단이자 재일동포입니다.

한일간의 현안인 역사인식 문제를 직시하면서도 과거의 은원을 초월하여 ‘재일신세기’를 구축해 나가는 계기로 삼읍시다.

조직활성화를 통한 지역과의 연대

친애하는 재일동포 여러분!

금년 10월3일 민단은 창단 60주년을 맞이합니다. ‘제2의 창단’이라고도 할만한 새로운 역사의 한페이지를 열기 위해서는 60년의 역사를 토대로 더 큰 전진을 약속할 수 있도록 조직역량을 정비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60년전에 ‘전원이 귀국할 때까지의 시한적 조직’으로서 태어난 민단은 이제 동포의 생활권을 지키며 동포의 라이프사이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방공공단체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민단은 동포의 생활수준 향상과 그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를 배경으로 사업을 더욱 다양화시켜 갈 필요가 있습니다.

작년 2월 임시중앙대회에서는 조직의 개방성과 강인함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한반도에 뿌리를 둔 일본국적 동포에게 정규단원의 길을 열어 보다 많은 일선 간부의 의사를 반영시킬 수 있는 선거인제도를 도입, 중앙위원회의 기능을 강화시켰습니다.

나아가 9월 전국단장회의에서는 창단 60주년을 ‘21세기 시대조건에 대응한 새로운 발전 토대’로 평가, 축제·식전 개최 및 ‘민단 60년사’의 발행 등 각 기념사업을 준비하며 조직활성화 120일간 운동을 추진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이미 재작년 가을, 3개월간에 걸쳐 조직활성화 집중활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하여 중앙본부, 지방본부, 지부가 하나된 공동활동으로 문제의식과 실천요령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성과 위에 단원넷을 확충함으로써 전국 동포의 요구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정비합니다.

친애하는 재일동포 여러분!

민단 일본 곳에서 다문화공생을 추진하면서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동시에 본국정부와 보조를 맞추면서 지상과제인 평화통일을 위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민단의 ‘제2의 창단’을 발판으로 삼아 재일동포의 구심체로서는 물론 한일 양사회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완성도 높은 조직구성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올해가 재일동포 여러분 한사람 한사람에게 있어 결실 있는 한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새해 인사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