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샹뻬쩨르 부르그-이 나탈리아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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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샹뻬쩨르 부르그-이 나탈리아 교감
  • 신성준
  • 승인 2005.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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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재외동포신문에 보내온 글

쌍뜨 뻬쩨르부르그 청소년 한국 문화교육 센터는 박효원 목사님이 1995년 쌍뜨 뻬쩨르부르그에서 선교사업과 별도로 고려인을 위해 만들었던 한글반에서 비롯되었다. 1995년 10월에 시작한 이 한글반은 성장해서 <한민족 한글학교 designtimesp=14030>가 되었고, 고려인과 러시아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과 더불어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아리랑 문화교실 designtimesp=14031>이 새로 조직되어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한민족 한글학교는 지금 문화교육 센터의 가장 핵심적인 사업으로서,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들의 수가 커지고 있는데, 현재 80여명의 학생이 8개 반으로 나뉘어, 어휘 문법 쓰기 중심의 기본 수업 주 2회, 읽기 듣기 회화 수업 주 2회 등 모두 4차례 모여 한글 수업을 받고 있다.

어린이 한글 수업은 평일에 매일저녁 2-3반을 운영하고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낮 시간에 어린이 반 수업이 있다.

한글학교에서 자원해 가르치는 사람은 10명이며 그 중에 한국 유학생이 9명이다.
민족어는 민족 사고의 바탕이므로 한글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민족의 전통, 예절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진정한 배움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고, 오래 전부터 한글학교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강의를 요구하는 소리가 커져서 <아리랑 문화 교실 designtimesp=14037>을 조직하게 되었다.

<아리랑 문화교실 designtimesp=14039>에는 <한누리 풍물패 designtimesp=14040>가 있고, 작년에 조직된 한국 고전무용단이 있는데, 이름이 <소운 designtimesp=14041>이다.
우리 활동은 대외적으로 크게 알려진 일이 없어서, 한국에 있는 단체와 이렇다 할 관계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

그동안 재외동포 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왔으며, 모스크바 한국 대사관의 교육관을 통해 어려움을 해결해 나왔다. 그리고 현재 한국 풍물패 <살판 designtimesp=14044>이 우리 학교에 풍물을 전수하고 있다.

박효원 목사와 함께 일을 할 때는 잘 몰랐으나, 한 단체를 운영해 나가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일을 이어받아 제가 직접 해보기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한글교육이 모두 잘 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소문을 듣고 호기심에 한 두 번씩 찾아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번 나와 배우면 한국말을 금세 할 듯 성급한 마음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런 중에도 한글을 배우면서 한민족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된 사람과, 한글이 필요해서 끝까지 열과 성의를 다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이 실망하고 돌아가지 않도록 문화활동을 구상하게 되었고, 이 문화활동을 한글교육에 연결시켰다. 결과는 좋았다. 한글 교실 참가자들은 한글과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다.

그동안 고려인들 사이에 알려져 온 방법으로 김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본토에서 하는 방법으로 김장을 하는 일, 제사나 차례의식, 사물놀이를 통해 한국의 전통의식과 놀이문화를 알리는 일, 한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교환 학생 프로그램이나 각종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일 등을 통하여, 참가자들이 한국을 알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특기할 만한 일은, 한글학교 참가자들 중, 학위 과정에 있는 이들이 자신들의 졸업 논문 주제를 한국과 연결시키게 된 것이다. 이런 일들 점차 많아지는 걸 보는 것은 큰 기쁨이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하고 있는 중에서, 힘에 부치거나 도움이 간절했던 경우가 많다.

제일 먼저는 건물 문제이다.
한글학교는 처음에 아파트를 빌려서 시작되었다. 작은 방 세 칸짜리 아파트에서 한글을 가르칠 때, 교실이 모자라서 부엌이나 복도에서도 수업을 했다.

월세를 낼 돈이 없어서 여기 한국식당이나 한국 회사의 도움을 구하기도 했다. 장소 임대료를 내지 못한 이유로 그동안 이사만 세 번 했다.

현재 제가 일하고 있는 <국립 151번 학교>가 러시아 한글시범학교로 선정되고, 외국어로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가르치게 되었는데, 그 덕분으로 간신히 교실 빌려 지금 한글학교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4년 전부터 활동을 하고 있는 풍물패의 연습장소는 늘 문제이다.
시끄럽다는 주민들의 신고전화로 경찰서에 가서 사정을 말하고 용서를 빈 경우도 있었고, 학교에 폭탄이 설치되었다는 거짓신고가 들어와서 건물에서 쫓겨나듯 나와야 했던 경우도 있었다. 얼마 전에는 <국립 151학교 > 학부모들의 신고(고려인들이 학교에 모여서 벼룩이 생겼다는 신고)로 위생방역소에 가서 큰 금액을 벌금으로 낸 일도 있다.

두 번째는 재정적인 문제이다.
점점 커지는 단체를 이끌다 보니 재정적인 어려움이 상당하다. 넉넉한 것은 바라지 않지만, 하고자 하는 일들을 해 나가자니 너무 힘에 부치다.

한글 교육을 위한 교육기자재비나 사무용품비, 각종 세금, 활동비등도 모자란데, 설날이나 추석, 한글의 날, 어린이날을 비롯한 각 가지 행사 등을 준비할 때면 개인적으로 빚을 지는 경우가 많다. 할 수 있는 여건은 되지 않지만 모두가 기대하는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개인적 욕심으로는 더 많은 것을 해 나가고 싶습니다만, 위에의 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전부다.

한글 교육과 더불어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교육 행사에 규모가 있는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이곳 고려인들이 문화를 회복하고 현지 러시아인들이 더욱 한국을 이해하도록 만들 수 있다. 저희들은 지금 그동안 일구어놓은 풍물패 소리가 러시아에서 소음으로 들리게 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세 번째는 한글교육을 시킬 전문가가 없는 것이다.
현재 한국어 초급이나 중급 과정에 참석하는 학생들에게 한국어 기초를 가르치고 쉬운 대화를 구사하도록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한국어 고급 과정으로 넘어가면, 가르치는 사람 자신이 느끼는 벽과 함께 학생들도 벽을 느끼며 더 배울 수 없다.
한글 교육을 제대로 시키기 위해서 이 벽을 넘을 수 있는 한글 교육 전문가가 있으면 너무나 좋겠다.

지금 한글 교육을 돕고 있는 유학생들은 본인들이 쫓기며 공부하기 때문에, 비록 자신들이 원해서 한국어 교사로 활동하더라도 일주일에 일정 시간 이상을 투자하기가 몹시 어렵다.

저희들은 나름대로 이곳에서 한글을 가르칠 수 있는 한글 교육 전문가 선생님을 모실 방법을 여러모로 물색했으나, 이것은 저희들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이상 말씀드린 바와 같이, 건물 문제와 한글 교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문화교육 센터의 한글반을 더 이상 확장하기 어려운데도, 신입반을 만들어 달라는 교포들(고려인)과 러시아인들의 문의가 계속되고 있고, 그들의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어 매우 난감한 입장이다.(쌍뜨 뻬쩨르부르그 밖 먼 곳에서도 문의가 온다.)

저희 문화교육 센터는 고려인들이 한민족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찾자는 내적인 갈망을 중심으로 뭉친 후, 이 곳 교포 청소년들의 중심 단체가 되었다.

지금까지 숱한 어려움과 위기를 겪으면서도, 센터의 구성원들이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지금까지 와해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센터가 ‘남의 단체’가 아닌 ‘나의 단체’였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시작했던 처음부터 지금까지,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 모두 한 마음이 되어 한국어 교육과 한국 문화의 씨앗을 뿌렸으며, 이 씨앗이 곱게 싹터 자라길 바라며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