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 민족의 열린음악회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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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칼럼] 민족의 열린음악회를 위하여
  • 홍건영
  • 승인 2005.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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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포와 한국인이 만나는 인터넷 게시판은 오늘도 뜨겁다. 주로 일부 편협한 한국의 국수주의자와 자존심 강한 중국동포 사이에서 몇 년째 가시돋친 설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동포와의 민족적 화합은 아직 지난한 과제다. 일체화를 강조하는 중국정부의 소수민족 정책으로 동포들은 국적과 민족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을 겪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외적 장애말고도, 일부 고국인들의 편협한 잣대와 고압적 자세가 민족간 화학적 결합을 더디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동포들이 고국인과 구별되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사회주의 사회에서 살아왔고, 중국 땅에서 살아왔다는 점이다. 그런데 한국의 국수주의자들은 이 두 가지를 철저히 부정하고 원상회복되어야 할 것들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온 민족의 ‘열린 음악회’에 참석하는데 중국동포에 대해서만은 꼭 ‘중국’과 ‘사회주의’라는 옷을 벗고 입장하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바로 이 두 가지 때문에 중국동포들이 중국동포인 것을.

그 동안 관찰한 바로는, 동포들한테 ‘사회주의’는 전투적인 슬로건이 아니라, 그 땅에서 살아온 자취일 뿐이다.

경제 현실로서 사회주의는 동포들에게도 이미 매력을 잃어버렸다. 다만, 동포들이 사회주의적 생활문화와 가치관을 일부 지니고 있어서, 가령 간혹 성급한 평등의 관념 때문에 실생활에서 고국인과 갈등을 빚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신념은 동포사회가 한민족의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포기해야 할 입장료와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민족 이전에 민주사회의 다원성 차원에서 이해해야 할 문제이며, 따라서 일방적인 강요가 아니라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에 맡겨져야 할 주제이다.

또 다른 하나, 동포들의 ‘중국’이라고 하는 코드는 한국인의 중국진출에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나아가 우리 문화를 확장할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동포들이 오랜 기간 중국 땅에서 축적한 삶의 경험과 같은 것인데, 사실 이런 문화의 이중성은 모든 해외 동포들에게서 공통적이다.

원상회복이라는 것도 그렇다. 공정하게 말하면, 현재의 한국이 아니라 1945년 이전의 한민족이 그 원상이다. 중국동포들이 그 원상에서 변화해간 만큼, 한반도의 남과 북도 각자 변화의 길을 걸었다고 봐야 한다.

고국과 해외동포 사이에는 회복해야 할 원상이란 없으며, 중심이나 기준 같은 것도 없다. 지금 그 곳에서 살아가는 해외동포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구슬로 삼아 엮고 꿰어 보배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는 전적으로 미래창조적인 우리 역량에 달려있다.
홍건영 hkyy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