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방독 계기 교민사회 화해ㆍ협력의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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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방독 계기 교민사회 화해ㆍ협력의 싹
  • 연합뉴스
  • 승인 2005.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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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 노무현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계기로 냉전시대에 가장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던 해외 동포 사회 가운데 한 곳인 독일 교민 사회에도 화해와 협력의 싹이 트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노무현 대통령이 베를린 도착한 직후 숙소인 인터콘티넨탈에서 연 교민 간담회에는 독일 동부와 북부 지역 거주 교민 25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평소 대사관 주최 행사 때에 모습을 보기 어려웠던 교민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과거 기존 교포 사회나 단체와 '거리를 뒀던' 교민들을 대사관이 문을 연 이래 처음으로 이런 행사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분들은 이른바 친북 좌익은 아니라고 보며, 용어가 애매하기는 하나 이른바 '진보적 성향의 교민들' 정도로 표현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역대 교민 간담회에선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연설만 하거나 사전에 정한 한 두 명이 발언했으나 교민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대통령 답변도 듣는 형식으로 진행한 일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진보 성향의 교민들'도 대통령 연설이 끝난 후 질문에도 참여해 "남북 평화협정 체결은 어렵더라도 공동 평화선언은 다시 할 수 있지 않느냐" "6ㆍ15 남북 공동선언 5주년 행사를 해외에서도 진보 보수가 단합해 치르고 싶으나 잘 되지 않는다. 대통령께서 잘 되도록 한 말씀 해달라." 등의 요청을 하기도 했다.

   한 '진보적 교민'은 소감을 묻는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우리측 사람들이 소수만 초청됐고 국가보안법문제 등 질문하고 싶은 것들도 시간 때문에 못해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대통령이 참 진솔하게 설명해 기뻤으며, 독일 땅에서 우리 대통령의 말씀을 직접 들으니 한국과 한민족에 자부심을 갖게 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다른 교민도 "내 질문에 대한 대통령 답변이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입장도 있을 것이며, 친절하게 답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환도 베를린 한인회장은 간담회 뒷풀이 자리에서 올해엔 6.15 기념 행사를 '진보적 교민단체들'과 같이 해보려 한다고 화답했다.

   이는 지난해 '진보 단체들'이 주도권을 쥐고 추진한 6.15 4주년 행사에 재독 한인회나 베를린 한인회가 참여하지 않고 전(前)교민회장 등 중도 성향의 교민 몇 명 만 개인적으로 참여한 것에 비해 큰 진전이다.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진보적 교민' 초청에 본부의 지시나 방침은 없었으며 참여정부 전반의 흐름이나 최근 사례들을 참고해 독자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번엔 '과거 대북 행적에 문제 없는' 분들 중에서 소수만 초청했으며, 혹시 일반 교민이나 교민회에서 반발이 있을 까 우려도 했다"면서 "한술 밥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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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04/11  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