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스트리아 내 유일한 한인 큐레이터 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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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스트리아 내 유일한 한인 큐레이터 한윤경
  •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 승인 2024.03.07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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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간 35여만명 이상의 한국인들이 오스트리아를 방문하면서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이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과 벨베데르 미술관 최다 방문 국가가 된 것이다. 2019년부터 한국인들은 일본인을 넘어 아시아 국가 1위를 기록해 왔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제국의 황제들이 600여년 동안 모아온 미술품 3만여점을 소장하고 있는 비엔나 미술사박물관은 한국어 안내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마리아 테레지아의 사위인 오스트리아 대공 알베르트가 수집해 온 컬렉션으로 이뤄진 알베르티나 미술관도 지난해 말부터 한국어 안내를 시작했다. 특별히 비엔나에서 활동한 오스트리아 화가들, 그중 에곤 쉴레와 구스타프 클림트와 관련된 많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레오폴드 미술관은 2025년 한국 전시회를 기획 중에 있다.

오스트리아 내 유일한 한인 큐레이터인 한윤경 씨를 만나 최근 오스트리아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한 한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이 뜨거워진 원인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오스트리아 내 유일한 한인 큐레이터인 한윤경 씨를 만나 최근 오스트리아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한 한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이 뜨거워진 원인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오스트리아 내 유일한 한인 큐레이터인 한윤경 씨를 만나 최근 오스트리아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한 한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이 뜨거워진 원인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Q. 반갑습니다. 독자들을 위해 한윤경 큐레이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윤경 큐레이터(이하 한) : 빈 국립미술대학에서 미술 전공 디플롬과 전문 큐레이터 과정 석사 그리고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후 오스트리아에서 전문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빈 미술사 박물관 벨트뮤지엄에서 ‘책거리: 우리 책꽂이, 우리 자신(Chaekgeori Our shelves Ourselves)’ 전시를 기획했고, 2022년 11월부터 2023년 봄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전’의 현지 통역과 큐레이터로 참여했습니다. 

이전에도 오스트리아, 필리핀, 한국 등 여러 지역에서의 전시회를 기획했고, 공예 작가로 유럽 여러 공모전에 입상한 경력이 있습니다. 홍콩 ART CENTRAL, 독일의 Contemporary Art RUHR 아트페어에 한국 갤러리 큐레이터로 참여했고, 작년에는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위치한 ‘메종 바카라 서울’에서 한국 전통 채색화 전시인 ‘Traditions in Harmony: Baccarat reimagined in Korean folk art’를 기획, 올해 6월에는 ‘Traditions in Harmony:2’를 기획 중에 있습니다. 

현재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 벨트뮤지엄 객원 큐레이터로 한국 관련 전시 기획에 관한 업무를 함께 진행하고 있고 미술관 및 박물관 해설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오스트리아에서 유일한 한인 큐레이터로서 최근 한국인들의 오스트리아 미술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한 : 오스트리아와 한국 미술계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느낀 점을 먼저 말씀드리면, 한국은 지속적인 경제 발전과 함께 미술시장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면서 역사적으로 미술과 문화의 중요한 중심지였던 비엔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한국과 오스트리아 관계가 깊어진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한-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2022년 10월 25일부터 2023년 3월 1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회가 오스트리아를 제대로 알리게 된 큰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봅니다. 32만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이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오스트리아 미술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새로워진 것이지요.

Q. 오늘과 같은 날을 예상하셨나요?
 
한 : 오랜 시간을 기다려 왔던 것 같아요. 비엔나는 음악과 예술의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인들에게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 많은 음악가들의 도시로, 또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소년 합창단 등의 본거지로서 음악의 도시로 더 알려져 있었죠. 

하지만 비엔나에만 무려 200여개의 박물관이 있습니다. 인구가 200만이 채 안되는 작은 도시의 규모로는 대단한 숫자이죠. 비엔나는 1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고 싶어 하는 다채롭고 매혹적인 도시이구요. 

전 세계 많은 박물관 중 프랑스 루브르와 스페인 프라도 그리고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을 3대 박물관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훌륭하다는 이야기겠죠? 지금까지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이제 그 가치를 한국인들이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스트리아 내 유일한 한인 큐레이터인 한윤경 씨를 만나 최근 오스트리아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한 한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이 뜨거워진 원인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오스트리아 내 유일한 한인 큐레이터인 한윤경 씨를 만나 최근 오스트리아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한 한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이 뜨거워진 원인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Q. 오스트리아 박물관과 미술관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작품 감상에 대한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한 : 미술품과 오스트리아 역사를 함께 즐기는 종합적인 감상을 권하고 싶습니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다스리기도 했던 합스부르크 왕실은 엄청난 부자로 원하는 것은 다 가질 수 있었고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었습니다. 황제는 제국의 영광과 권위를 상징하기 위해 예술가들의 후원자로 최고의 화가와 장인들에게 수많은 작품을 주문했습니다. 예술가들과 황제들의 인연도 재미있어요. 회화의 군주라고 알려진 초상화의 대가 티치아노는 칼 5세와 친구 같은 사이였다고 합니다. 황제와 화가가 친구라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황제가 떨어진 붓을 주워다 주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미술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네덜란드 총독이었던 오스트리아 대공 레오폴드도 많은 회화작품을 수집했습니다. 그들의 역사와 함께 예술품들이 수집돼 온 경로나 제작된 의도를 함께 이해하게 되면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의 역사와 유럽의 역사를 쉽게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요즘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을 찾는 많은 한국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작품이 화가 피터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1577-1640)의 ‘성자 프란시스 하비에르의 기적(The Miracle of St. Francis Xavier:1617/18년 제작)’인데요, 이 그림 속 중앙에 등장하는 동양인이 두루마기를 입은 ‘조선사람’으로 알려져 한국인 방문자들도 놀라워하며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여러가지 다양한 이야기로 그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한 평가가 나뉘고 있지만 이 그림을 충분하게 감상하려면, 아시아 선교를 했던 성자 하비에르의 생애와 화가 루벤스의 생애 등을 비롯한 다양한 방면의 지식을 가지고 다가가면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Q. 한-오 미술문화의 교류와 앞으로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한 : 한국과 오스트리아는 수교 130주년을 전후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을 맺는 등 교류와 유대를 급진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합스부르크 전시뿐만 아니라 레오폴드 미술관 컬렉션이 한국에서 곧 전시되며 이에 따라 한-오 문화교류와 미술교류도 더욱 활발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오스트리아에 미술공부를 하러 오는 한국 유학생뿐만 아니라 거주 한인 미술가들도 증가하고 있고, 이곳 오스트리아와 독일 미술 작가들도 한국에 관심이 많습니다. 때맞춰 2023년 전시공간을 가진 한국문화원이 비엔나에 개원했지요. 이 같은 상황 변화에 따라 곧 재오스트리아 한인미술가협회를 창립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유럽과 한국뿐만이 아니라 한류를 사랑하는 글로벌한 무대에서 한국의 뛰어난 작가들을 알리는 미술전시회 등 교류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오스트리아 내 유일한 한인 큐레이터인 한윤경 씨를 만나 최근 오스트리아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한 한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이 뜨거워진 원인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오스트리아 내 유일한 한인 큐레이터인 한윤경 씨를 만나 최근 오스트리아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한 한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이 뜨거워진 원인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