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얼음으로 덮인 대륙, 남극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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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얼음으로 덮인 대륙, 남극을 가다
  • 이영남 재독 작가
  • 승인 2024.02.09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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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영남)
남극 대륙 (사진 이영남)

지난 2022년 12월 20일부터 2023년 1월 11일까지 남극으로 여행을 갔다. 낮은 짧고 밤은 긴 유럽의 음산한 겨울 날씨를 피해 햇빛이 쨍쨍한 나라를 찾는 것이 보통 유럽인들의 휴가인데, 이보다 더 춥다는 남극 여행을 택한 이유는 2001년 얼음과 눈으로 덮인 그린란드(Greenland)의 신비하고 황홀한 풍경에 빠졌었기 때문이다.
 
‘영원한 얼음의 대륙’이라는 표현을 쓰듯 소유권 없는 마지막 남은 지구의 대륙으로 전체면적 98%가 빙상과 빙하로 덮여 있다. 지구의 최남단에 있는 대륙으로 물이 차갑고 바람이 세게 불어 높은 파도가 일고 매우 춥다. 기록에 보면 영하 89.2도 정도까지 기온이 내려간 때도 있다고 한다.
 
북극 그린란드에는 에스키모 및 이누이트족이 살고 있지만 남극은 아직까지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으며, 여러나라의 연구소나 관리소 등이 몇 군데 있을 뿐이다.

이번 여행 코스는 극과 극을 지나는 코스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맨 끄트머리인 ‘캡 타운(Kap Town)’에서 출발해 칠레의 ‘캡 혼(Kap Hoorn)’을 거쳐 지구의 마지막 땅끝 도시 아르헨티나의 ‘우스와야(Ushuaia)’에서 끝이 나는 3주간의 크루즈 여행이다.

(사진 이영남)
함부르크의 Hapag Lloyd에서 만든 크루즈선 Hanseatic Spirit (사진 이영남)

배는 함부르크의 Hapag Lloyd에서 만든 Hanseatic Spirit로 얼음과 눈 덮인 바다 등을 항해할 수 있도록 만든 특별한 배다.
 
태평양은 여자 성격이라면 대서양은 남자 성격에 비교하듯 센 바람이 불어 몇 미터나 되는 파도를 만든다. 하얗게 거품을 내품으며 흩어지는 파도를 보면 공포를 자아내기도 한다. 아무리 몸의 균형을 잡으려고 해도 되지 않을 만큼 배가 요동친다. 길고 긴 7일간의 항해 끝에 처음으로 만난 땅은 영국의 작은 섬마을인 ‘Tristan da Cunha’으로, 땅을 밟아보겠지 기대했으나 안타깝게도 배에서 내릴 수 없도록 바람이 세게 불어 포기해야만 했다. 얼마나 그립고 그리운 육지요 쉼이었던가! 육지에 대한 그리움이 이때보다 더 컸었던 적이 있었을까?

5일간을 더 달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스트롬네스(Stromness) 섬으로 날씨가 아주 좋았다. 일찍부터 크루즈 주최 측에서 제공한 하늘색 잠바와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그룹별로 작은 배에 탄 후 육지에 내린다.
 
남극 하면 생각나는 펭귄을 오늘이야말로 볼 수 있기에 아침일찍부터 맘이 설렜다. 스트롬네스 섬은 그야말로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내리자마자 왕 펭귄들과 물개들이 우리를 환영했다. 파란 하늘 아래 넓게 펼쳐진 산등성이, 그리고 바닷가에는 수많은 펭귄들과 물개들의 모습이 평화로웠다.

(사진 이영남)
스트롬네스섬 펭귄들 (사진 이영남)
(사진 이영남)
스트롬네스섬 물개 한쌍 (사진 이영남)

크루즈 주최 측에서 여러 번에 걸쳐 경고한 것은 짐승들이 모여 있는 곳을 뚫고 지나간다거나 소리를 지른다거나 만지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가까이 가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아, 이런 아름다운 곳이 다 있다니! 천국이 여기구나’ 하면서 경치에 푹 빠졌다. 여기에 살고  있는 펭귄들은 머리 부분에 아주 예쁜 색을 띤 ‘왕 펭귄’으로 많은 수가 모여 산다. 아기 펭귄들은 털이 회색으로 털 바꿈 뒤 엄마들처럼 된다고 한다. 자연의 섭리란 참으로 신성해 인간이 넘지 못하는 비밀이 곳곳에 있다.

(사진 이영남)
스트롬네스섬 왕펭귄 (사진 이영남)

TV에서나 봐왔던 저 펭귄들과 물개들! 어정어정 걷는 모습들이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물개들이 펭귄을 잡아먹는다는데 함께 살고 있는 모습이 의아했지만 아주 평화로웠다. 
 
산책에서 돌아오면 우선 장화를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절대 밖에서 묻어온 풀이나 흙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크루즈에서 내릴 때도 마찬가지로 옷이나 장화, 모자 등을 철저히 착용해 이물질이 짐승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 환경청의 허락이 필요함은 물론이고 크루즈 배들을 철저히 조사한다.
 
내가 탄 크루즈는 Jason Harbour, Grytviken, Gold Harbour, Cooper Bay, Single Cove, Point Wild, Elephant Island, Brown Bluff, Paulet Island, Zankee Harbor, Deception, Halb Moonbay, Livingston Island, Suedhetland Insel 등을 거쳤다. 

(사진 이영남)
스트롬네스섬의 펭귄 무리들 (사진 이영남)

가는 곳마다 종류가 다른 펭귄들이 우리를 환영했다. 펭귄의 종류도 왕펭귄, 아델리팽귄, 카이저펭귄, 에젤펭귄, 쥬겔펭귄 등 여러 가지였고, 물개나 여러 새 종류들도 있었다.

갈수록 기온이 떨어지고 추웠다.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얼음산이나 얼음 조각들 그리고 바다까지 내려온 거대한 빙하! 빙산의 모양도 여러 가지로 무늬도 색상도 신비스럽다. 그런데다 그 위에 펭귄들이 모여 살고 있는 모습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밤이 밤이 아닌 대륙! 해가 넘어갔다가 몇 시간 후에 다시 뜨는 대륙! 이 모든 것이 신비롭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 배 앞에 수많은 킬러 고래들이 모여 들어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이다. 선장 말에 의하면,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고래들이 모인 것도 처음이지만 우리 앞에서 온갖 모습을 보여주면서 헤엄친 것 또한 처음이라며 자신도 놀랬다고 했다.

<br>(사진 이영남)<br><br> 남극의 빙하 (사진 이영남)
남극의 빙하 (사진 이영남)

너무너무 인상적이고 멋진 경험이 아닐 수 없다. Kap Hoorn을 지나 Drake Passage을 거쳐 지구의 땅끝이라는 아르헨티나의 우스와야(Ushuaia)를 끝으로 우리 여행은 끝났다. 북극의 그린란드와 남극에서 거대하고 영원한 얼음으로 덮인 대륙을 보았으니 지구 위쪽 끝과 아래쪽 끝을 본 셈이다.
 
집에 돌아와 찍은 사진들을 보니 온통 펭귄 사진이다. 신비하고 황홀한 사진들을 함께 보고 싶어 지난해 11월 <남극, 여름, 크루즈, 파노라마>라는 책을 만들었다. 보고 또 봐도 지루하지 않은 남극 대륙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