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개원 6개월 맞은 주오스트리아한국문화원 임진홍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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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개원 6개월 맞은 주오스트리아한국문화원 임진홍 원장 
  •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 승인 2023.11.2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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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를 뿌리 내리게 하는 일이라면 신나게 하겠다”
오스트리아 빈 시내에 위치한 한국문화원 

세계 음악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 지난 5월 9일 한국문화원이 문을 열었다. 지난 2월 16일 초대 원장으로 부임한 임진홍 주오스트리아한국원장은 지난 9개월간 세계적인 음악의 도시에서 한국을 알리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될 한국문화원의 기초를 다지는 데 매진해 왔다.  

지난 11월 20일, 임진홍 원장을 만나 주오스트리아 한국문화원 개관 후 6개월이 지난 현시점에서의 소회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주오스트리아한국문화원 개원 6개월을 돌이켜보는 인터뷰를 갖고 싶습니다. 빈에 한국문화원을 개설한 의의와 부임할 때 가진 문화원 운영의 비전을 먼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임진홍 주오스트리아한국문화원장(이하는 임): 개인적으로 유럽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예술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주오스트리아 한국문화원장을 맡게 된 것은 마치 오랜 꿈이 실현된 듯 흥분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문화와 다양한 예술 분야들을 오스트리아처럼 역사적,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화 선진국에 널리 알리는 일은 저에게 주어진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빈에 한국문화원이 출범한 것은 사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직원들과 협력해 문화예술을 통해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주오스트리아한국문화원 개원식에서 주요 내빈들 현판식 모습

Q. 주오스트리아한국문화원 개원 6개월 동안 목표와 비전을 실천해 온 결과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임: 2월 중순 빈에 와서 처음 3개월 정도는 많은 분들을 만나 이곳의 문화적 환경을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음악회와 세 차례에 걸친 미술 전시회를 진행했습니다. 도나우 섬 축제, 추석 행사 등 한국 대중문화의 팬층을 넓히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두 차례의 대규모 행사도 성공적으로 치렀습니다. 

또한 현지 방송 인터뷰도 여러 번 가졌습니다. 공연 현장에 직접 와서 관람하는 분들의 수는 한정돼 있지만 방송이나 SNS를 통해 더 많은 오스트리아인들이 한국에 대해 알게 되면 좋을 것이라 여겨 사양하지 않고 임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행사를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오스트리아인들이 한국에 대해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셔서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

Q. 역점을 두고 해 온 사업들의 특징과 종류, 구체적인 행사들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임: 새롭게 문화원을 열면서 시설 정비 및 새로운 장비 구입 등 행정적 업무에 많은 에너지가 들어갔습니다. 구체적인 문화 예술 사업들을 열거하자면 국악, 한국인 연주자들의 서양 음악 공연, 한국인 미술가들의 전시회, 한국의 대중문화 홍보 행사, 세종학당 운영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는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하는 한국 유명 예술가들의 공연을 열심히 찾아다녔습니다. 그분들 또한 예술로서 한국을 높이는 일을 하시는 분들이니까요. 

주오스트리아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인 수공예전 개막식 모습
주오스트리아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인 수공예전 개막식 모습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제가 ‘번역문학’이라는 장르를 통한 깊이 있는 한국 문화 소개에 관심이 많은데, 아직 그 분야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문화원 4층에 자리한 도서관은 한국 문학을 비롯해 한국어, 독일어, 영어로 된 양질의 인문학, 예술 서적 등 2천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많은 동포 분들이 이곳에 오셔서 책을 통해 새로운 길을 만나고 또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Q. 그동안 문화원을 운영해 오며 겪은 보람과 애로 같은 것을 말씀하신다면,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임: 특별한 애로 사항 같은 것은 아직 없습니다. 처음으로 문화원장을 하다 보니 실수도 많았지만, 직원들의 헌신적인 수고와 기꺼이 도움을 주시는 주위 분들 덕분에 힘들지만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해외문화홍보원의 특성상 오스트리아 현지인들에게 한국과 한국 문화를 알리는 일의 비중이 더 큰 관계로 동포 여러분들이 느끼시기에 좀 서운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 한국 문화는 한국인만의 것이 아닙니다. 한류로 일컬어지는 모든 한국 문화가 오스트리아인들의 생활 곳곳에 자리한다면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도 함께 높아질 것입니다. 문화원은 그 중심에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주오스트리아한국문화원의 앞으로의 방향과 역점 사업을 소개해주십시오.

임: 문화원 직원들의 힘만으로는 한국 문화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앞으로는 빈에 있는 유수의 음악 대학을 포함해 교육기관, 박물관 등 다양한 현지 기관과 긴밀하게 교류하며 오스트리아의 문화적, 예술적 주파수에 맞게 한국 문화 및 예술을 널리 알렸으면 합니다. 그래서 문화원 안에서의 공연, 전시, 행사에서 벗어나 오스트리아 유수의 박물관, 음악당, 이벤트 홀에 한국 예술가들의 작품이 걸리고 연주가 이뤄지길 희망합니다. 더 많은 오스트리아인들이 다양한 한국 문화를 더 자주 찾고, 즐기고, 누릴 수 있도록 좋은 자원들을 계속해서 발굴해 나가겠습니다.

11월 14일 주오스트리아한국문화원에서 열린 Waldo Cello Ensemble 연주 포스터
11월 14일 주오스트리아한국문화원에서 열린 Waldo Cello Ensemble 연주 포스터

Q. 빈에는 10년 역사를 가진, 한인동포들이 세운 비엔나 한인문화회관이 있습니다. 비엔나 한인문화회관에 대한 한국문화원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임: 한국문화원과 한인문화회관은 서로 적극적으로 돕는 상생의 관계가 될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속에 한국, 한국인,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목적은 같기 때문입니다. 다만 문화회관이 동포들에 의해, 동포들을 위해 세운 기관이라면, 문화원 경우는 한국 문화를 오스트리아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그러나 문화원의 성공 여부가 동포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에 달려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인문화회관이나 한인연합회에서 하는 여러 행사 중 문화원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지원해드리려고 합니다.

Q. 주오스트리아한국문화원장으로 부임하시기 전 어떤 일을 해오셨는지요? 오스트리아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소감도 궁금합니다.

임: 저는 한국 정부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외국과의 경제 협상, 그리고 OECD 등의 회의 참가 업무를 주로 해 왔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해외 근무를 희망하게 됐고, 문화체육관광부 홍보관이나 문화원장직은 공모를 통해 선발을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스웨덴의 스톡홀름, 그리고 뉴욕에서 홍보관 생활을 했습니다. 문화원장으로서의 근무는 빈이 처음입니다. 어느 곳이든 언어나 문화를 비롯한 환경적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특히나 오스트리아는 수준 높은 문화예술 중심지인 만큼 이곳과 격이 맞는 한국, 한국 문화의 다양한 모습을 알릴 수 있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주오스트리아한국문화원 개원식에서 인사말 하는 임진홍 원장
주오스트리아한국문화원 개원식에서 인사말 하는 임진홍 원장

Q. 오스트리아 한인 동포들에게 남기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임: 동포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은 문화원의 성공적인 운영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입니다. 주변에 있는 오스트리아인들에게 한국문화원을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한국만의 독창적인 정신과 생각, 정체성을 간직한 문화예술을 세상에 더 널리, 더 깊이 심기 위해 현지 기관과의 교류는 없어서는 안될 또 하나의 외교입니다. 그들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의 문화 예술을 알리는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갖고 싶고요. 그런 방면으로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동포분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을 주십시오.

소설가 황석영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하고 싶은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다.” 무엇이 됐든 오스트리아에 한국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일이라면 신나게 해보겠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제가 원장으로 이곳에 온 이유가 아니겠습니까?(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