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서 파독 1세대 어르신들 위한 한국공예 워크숍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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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서 파독 1세대 어르신들 위한 한국공예 워크숍 열려
  • 정선경 재외기자
  • 승인 2023.09.2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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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형유산원, 사단법인 해로와 함께 기획
지난 9월 18~20일 독일 베를린 샬롯텐부르크 빌머스도르프 구청 산하 다문화센터 ‘판게아하우스’에서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파독 근로자 어르신들을 위한 한국공예 워크숍이 열렸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지난 9월 18~20일 독일 베를린 샬롯텐부르크 빌머스도르프 구청 산하 다문화센터 ‘판게아하우스’에서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파독 근로자 어르신들을 위한 한국공예 워크숍이 열렸다. 둘째날 참가자들 단체사진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지난 9월 18~20일 독일 베를린 샬롯텐부르크 빌머스도르프 구청 산하 다문화센터 ‘판게아하우스’에서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파독 근로자 어르신들을 위한 한국공예 워크숍이 열렸다. 

이 워크숍은 국립무형유산원이 사단법인 해로(대표 봉지은)와 함께 기획했다. 해로는 독일 내 유일한 한인 어르신 돌봄 단체로서 장기요양 급여 서비스, 방문형 호스피스, 자조그룹, 어르신 여가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워크숍에는 치매 그룹홈에 거주 중인 파독 간호사, 암과 치매로 투병 중인 파독 광부, 뇌졸중 후 재활 중인 파독 1세대, 각종 암으로 투병 중인 어르신들과 보호자 그리고 해로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했다. 

김다감 국립무형유산원 주무관의 인사말에 이어 국가무형문화재 이수자인 이재웅(구름의길 소반 공방) 소목장이 참가자들에게 소반과 한국 식문화, 대표적인 지역별 소반, 그리고 워크숍에서 만들어볼 약소반에 관한 내용을 소개했다.

지난 9월 18~20일 독일 베를린 샬롯텐부르크 빌머스도르프 구청 산하 다문화센터 ‘판게아하우스’에서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파독 근로자 어르신들을 위한 한국공예 워크숍이 열렸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지난 9월 18~20일 독일 베를린 샬롯텐부르크 빌머스도르프 구청 산하 다문화센터 ‘판게아하우스’에서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파독 근로자 어르신들을 위한 한국공예 워크숍이 열렸다. 돌대 송곳으로 구멍 뚫는 참가자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참가자들 앞 책상 위에는 국립무형유산원이 한국에서부터 공수해 온 팔토시, 나무 망치, 활비비, 돌대 송곳이 놓여 있고 짚단, 나무못, 상판, 변죽 손잡이, 사포, 목공용 풀, 천헝겊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있는 종이 상자가 준비돼 있었다.

먼저 약소반을 만들기 전 돌대 송곳과 활비비를 이용해 구멍을 뚫는 방법을 연습했는데, 뇌졸증으로 참여를 꺼렸던 파독 근로자가 가장 먼저 돌대 송곳으로 구멍 뚫는 일에 성공했다. 

“아 저분이 원래 마이스터(장인)였어요.”라며 옆에 있던 한 어르신이 거들자 그는 흐뭇해하며  다른 참여자들에게 하는 방법을 설명해줬다. 조금이라도 어려워하는 참여자가 보이면 정용현 실무관이 어르신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함께 만들어갔다. 

구멍 뚫는 연습 후 실제 제작이 시작됐다. 이미 불에 달궈 뜨거운 인두로 골고루 지져서 태운 오동나무를 꺼내 들고 강사의 설명에 따라 천연 수세미와 짚단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문지를수록 점점 나무 무늬가 도드라지며 목재 표면의 강도가 높아지자 단아하면서도 중후한 느낌의 나무로 변모됐다. 이후 약소반의 상판과 변죽 손잡이를 사포로 문지르고 족대의 자리를 잡아갔다. 

지난 9월 18~20일 독일 베를린 샬롯텐부르크 빌머스도르프 구청 산하 다문화센터 ‘판게아하우스’에서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파독 근로자 어르신들을 위한 한국공예 워크숍이 열렸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지난 9월 18~20일 독일 베를린 샬롯텐부르크 빌머스도르프 구청 산하 다문화센터 ‘판게아하우스’에서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파독 근로자 어르신들을 위한 한국공예 워크숍이 열렸다. 사포로 나무의 결을 고르는 참가자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그리고 나서 처음 연습했던 전통 도구를 이용해 구멍을 뚫고 목공용 풀로 고정을 시키며 나무못을 박았다. 이후 불도장 낙관과 유칠을 하자 실생활에 쓸모 있는 약소반이 완성됐다.

국립무형유산원이 전주에 위치해 있다고 하자 말린 수세미, 짚단, 사포도 고향의 것이어서 더욱 반갑다며 전주에서 온 파독 간호사는 6~70년대 전주 이야기에 신이 나기도 했다.

이날 행사 참여자들은 잠시 자신의 병을 잊고 고국을 생각할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봉지은 해로 대표는 천연소재와 전통기법으로 약소반을 만드는 귀한 체험을 기획한 국립무형유산원과 참석한 선생님들께 감사인사를 전하며 건강과 장수를 염원하는 약소반의 감사와 공경의 의미처럼 파독 1세대들의 노고가 다음 세대에도 기억돼 감사의 마음이 잘 계승되기를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