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창 선생 서거 70주년…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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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창 선생 서거 70주년…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개최
  • 서정필 기자
  • 승인 2023.09.1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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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7일부터 12월 2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서 진행
우리나라 금석문을 모은 '근역석묵'
우리나라 금석문을 모은 '근역석묵'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3·1운동에 참여한 애국지사이자 우리 서화 연구에 힘쓴 위창 오세창(1864~1953) 선생 서거 70주년을 기념해 ‘근대 문예인’으로서 위창 오세창 선생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지난 9월 7일 시작된 이번 전시는 12월 25일까지 계속된다. 박물관을 찾은 이들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서 그의 생애와 예술 활동, 감식안을 보여줄 수 있는 유물 30건 56점을 만나볼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근대 격동기에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오세창의 생애, 예술 활동, 감식안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조명하는 기회로, 서화실 정기 전시품 교체의 일환으로 전시를 마련했다”라고 전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을 살아온 오세창은 16세인 1879년(고종 16년) 한어(중국어) 역관(譯官, 통역하는 관리)을 시작으로 언론인, 독립운동가, 서예가 등 여러 직업을 거쳤다. 그의 다양한 이력은 통번역 업무를 담당한 관원 명단을 적은 ‘통문관 관안’과 1906년 그가 신문사 사장으로 일할 때 발행한 ‘만세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1919년 3·1운동 당시 인쇄된 ‘기미독립선언서’에도 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김정희가 쓴 '손자'에 대한 오세창의 의견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그가 수집한 서예, 회화, 금석문 등 다른 여러 자료도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근역석묵’에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금석문 탑본 78건이 수록돼있다.

특히 여기에는 469년 고구려가 평양 성벽을 축조하면서 새긴 ‘고구려 평양성 석편’ 탑본이 수록됐다. 석편은 1855년 오경석이 수집해 오세창에게 전해졌다. 이후 일부 결실됐으나 ‘근역석묵’ 탑본은 결실 전 모습으로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오세창은 금석문을 따라 쓰고, 문구와 설명을 적어 작품으로 제작한 ‘종정와전임모도(鐘鼎瓦塼銘臨摸圖)’ 전형을 확립했으며, 또한 옛 글씨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상형고문(象形古文)과 전서(篆書) 작품을 제작했다. 상형고문을 쓴 <어魚·거車·주舟>는 문자를 보는 순간 그림이 연상되는 작품으로 옛 글씨의 문자성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고대 문자의 그림문자적 특성을 살렸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그의 작품 ‘전서로 쓴 우리나라 문인의 시’에는 ‘영동관란도인(바다 동쪽에서 물결이 일렁이는 모습을 보는 사람)’호가 적혀있다. 이 호는 그가 1902~1906년에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일본에 망명했던 때에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감식안을 길러 서화를 품평했던 유물도 전시 중이다. 서체가 독특해 진위 논란이 있었던 김정희(1786~1856)가 쓴 ‘손자(孫子)’에서 오세창은, 책을 감식하고 뒷면에 김정희가 제자 신헌을 위해 쓴 것이며, 여러 필체를 참고해 쓴 진품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박물관은 서화Ⅱ실 202-2·3호실에 서화 전시품 16건도 새로 전시했다. 그 중 ‘책가도8폭병풍’은 책가도로 이름난 화원 화가 이형록(1808~1883)이 그린 작품도 있다. 이 작품은 이형록이 1864년 이응록으로 개명한 뒤 제작했음을 병풍 제9폭 그려진 ‘이응록인’ 인장으로 알 수 있는 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