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전쟁지지에 대한 유럽연대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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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전쟁지지에 대한 유럽연대 성명
  • 김원희
  • 승인 2003.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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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의 이라크 전쟁 지지는 국제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 시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또한 이 결정은 북한 핵 위기를 놓고 노무현 정부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평화적 해결원칙의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다.

미국은 자신의 주도로 만든 유엔 결의안 1441조를 스스로 어기면서 전쟁에 나서고 있다. 이 결의안에 따르면 이라크에 대량학살무기가 남아 있는 지 알아보기 위해 사찰을 실시하고 그 사찰 결과에 따라서 국제 사회가 이라크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만들기로 되어 있었다.
만약 이라크가 대량학살무기를 숨겨 놓은 증거가 있을 경우, 국제사회가 이 무기를 폐기하고 이라크에 제재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4개월 여에 걸친 사찰에도 불구하고 사찰단은 이라크의 대량학살무기를 찾아내지 못했다. 사찰단장 한스 블릭스는 사찰을 마치기 위해 몇 달의 시간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러시아, 중국을 비롯한 대다수의 국가들이 사찰을 통한 평화적 해결의 원칙을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이 전쟁에 나서는 것은 자신이 만든 규칙을 스스로 어기는 꼴이다.

노무현 정부는 그런데도 "이라크 문제, 테러 및 중동평화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혀 유엔결의 없는 이라크 공격에 대해서도 사실상 지지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 정부가 말하는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원칙은 이라크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올 초 국정연설에서 대량학살무기를 가진 독재정권을 미리 제거해서 후에 있을 지 모르는 자국민에 대한 위협을 뿌리 채 뽑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라크와 북한, 이란 세 나라를 당장의 위협으로 꼽았다. 북한에 대해 미국정부의 많은 관계자들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도 한국 정부는 일관되게 대북 협력정책을 실시해왔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이해관계와 한국의 이해관계는 분명히 다르다. 부시정부가 한반도에 긴장을 높일 때, 한국 정부가 평화적 원칙을 일관되게 주장하려면 국제적인 여론의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침략은 지지하면서 북미관계에 있어서 만은 평화적인 해결을 주장한다는 것은 원칙 없이 국익에만 입각해 말을 바꾸는 궤변일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대세나 자금력에 기대기 보다, 원칙에 입각해서 평화와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지원은 그런 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지지를 보낸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것이며 미국의 패권적인 한반도 정책에 대항할 무기를 내버리는 꼴이 된다.

일부에서는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전화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지지 선언을 맞바꾸기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그 약속은 공수표일 뿐이다. 부시 정부는 일관되게 미국의 강력한 힘을 기반으로 안보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평화적 해결의 원칙을 이라크에서 포기한다면 그 일관성을 잃는 것이다.

유럽에서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해온 한민족 유럽연대 회원들은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빚어진 유럽 나라들의 갈등을 보아왔다. 그 갈등의 근원에는 유럽 시민 대다수가 전쟁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함께 전쟁을 추진해 온 영국과 스페인 정부는 압도적인 다수 국민들의 반대에 직면해 있고 영국 장관 세 명은 전쟁에 반대해 사퇴했다. 전쟁 지지 입장을 밝힌 네덜란드의 경우 차기 정부의 연정 파트너인 노동당이 지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 15일 유럽의 주요도시에서는 수백만의 시민들이 전쟁반대를 외치며 거리에 나선 바 있고, 이런 시위는 전쟁 기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평화를 바라는 이들과 함께 할 때 한반도 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할 길이 열릴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이라크 전쟁 지지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3월 20일

한민족 유럽연대 http://europe.jin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