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밑 보관 100만엔 카지노서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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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밑 보관 100만엔 카지노서 '펑펑'
  • 연합뉴스
  • 승인 2005.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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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여성 거액 뜯기고도 "아직도 사랑해"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모국에 유학 중인 한국계 브라질 청년이 여자친구의 유학비 100만엔을 카지노에서 고스란히 날린 뒤 도둑을 맞은 것처럼 꾸몄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한국의 한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남미 교포 A씨는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같은 유학생인 여자친구 B씨와 7개월 전부터 시내의 한 빌라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둘은 타향에서 공부하는 외로움을 달래며 1년 넘게 사귀며 사랑을 키워갔다.

   비교적 넉넉한 학비를 지원받는 B씨와 달리 A씨는 남미에 거주하는 부모로부터 학비를 지원받지 못해 B씨의 집에 함께 머물며 숙식을 해결했다.

   B씨가 집에서 부쳐주는 학비를 은행에 넣어두지 않고 침대 밑에 넣어두면서 일은 꼬이기 시작했다.

   B씨는 동생의 고교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6일 출국했고, 며칠간 혼자 집을 지키던 A씨는 20일 B씨가 침대 밑에 보관해두었던 100만엔 가운데 60만엔을 갖고 워커힐 카지노로 향했다 빈털터리가 돼서 돌아왔다.

   오기가 생긴 A씨는 나머지 40만엔으로 잃은 돈을 만회하려고 이틀 후 다시 카지노를 찾았으나 운이 따라주지 않아 그 돈마저 날리고 말았다.

   6개월전 친구에게 빌려준다며 B씨에게 2천만원을 꾸기도 한 A씨는 여자친구의 학비를 카지노에서 탕진했다는 사실을 차마 말할 수 없었다.

   24일 여자친구가 귀국하자 A씨는 공항에 마중나가 B씨와 함께 돌아오면서 "집에 도둑이 들어 침대 밑의 100만엔과 꾼 돈을 갚으려고 준비한 2천만원이 모두 없어졌다"며 시치미를 뗐다.

   B씨는 A씨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듣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고 CCTV에도 아무 것도 찍히지 않은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에 의해 결국 덜미를 잡혔다.

   피해자 B씨는 경찰에서 "아직도 남자친구를 사랑한다"며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호소했으나 경찰은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A씨에 대해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yebrow7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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