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 지식, 손톱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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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지식, 손톱인생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04.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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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문성식 교수(UTA 사회복지학과)

전국적인 수능부정사건으로 떠들썩한 한국뉴스를 접한 후 문성식 UTA 사회복지학 교수께서 뉴스코리아로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자녀교육에 높은 관심을 보이지만 여건상 자녀사랑의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지 못하는 한인 부모들에게 띄우는 문교수님의 글을 뉴스코리아 독자 여러분께 소개한다.-편집자주-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자신의 과제 처리를 위해 인터넷에 도움을 청하고 많은 인터넷 독자들은 이글 저글을 모아 작성한 내용을 답이라고 제시하고 그 학생은 그들이 제시한 것들을 정리해서 학교에 제출하는 현상은 이제 그리 놀란 만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초스피드 정보화 사회라고 하지만 문제를 받고 나름대로 도서관에서 책을 활용하여 고민하며 숙제를 해결해 가는 것이 아니라 손 끝으로 남들의 지식을 편집하여 숙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 혹자는 그들의 정보 수집 능력은 칭찬해 주어야 할 부분이라고 강변할지도 모르겠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해 보라고 한 어른들의 가르침의 의미는 고생해서 어렵게 배운것들은 쉽게 잊어버리지 않게 되고 그 배움이 결국 인생을 값지게 만드는 소중한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고민없이 손 끝에서 해결된 학습과정은 결국 그들의 삶을 손톱 인생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벌써부터 이 사회는 이런 가벼운 학습구조가 빚어낸 병리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핸드폰을 이용한 대학 입학 시험 부정사건이 우리 고국을 뒤흔들고 있다. 손 끝으로 아무 생각없이 다른 사람의 지식을 도용해오던 그들이 결국 수능 시험에서 마저 손 끝으로 해결하려다 손톱인생이 되어 이 사회에서 짤려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무겁다.

정보화 시대에서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은 정보 수집능력이다. 따라서 인터넷을 활용한 정보수집 자체는 그리 비난받을 만한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정보수집 단계 다음으로 그것을 분석하고 비판하여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단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손끝에 머무른 지식을 내것으로 바꾸는 과정이 바로 이 단계이다.

고민하고 분석하며 스스로 적용해보며 이리 저리 시험해서 확인하는 일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한국 대학 교수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학생들이 제출한 페이퍼가 어느 인터넷에서 카피한 것인지를 가려내는 일이라고 말하며 한숨지었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우리 이민자들의 소망 중 하나는 우리 자녀들이 올바르게 자라서 훌륭한 인물이 되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컴퓨터, 초고속 인터넷, 최신형 핸드폰, 게임기, 고급 승용차까지 아낌없이 후원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와 같은 후원이 오히려 그들을 창조적 리더가 아닌 다른 사람의 지식을 도용하는 전문가로 바꾸는 도구들로 사용되어지고 있다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민 가족을 연구하면서 발견한 것 중 한 가지는 대다수의 이민 부모들이 일때문에 자녀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하게 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자녀들이 원하는 것들을 후하게 사주는 것으로 부모의 책임을 다했다고 자위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교육학자들은 자녀들이 컴퓨터나 게임기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책을 많이 읽게 하고 부모와 함께 여행을 한다든지 야외에서 함께 운동하고 대화하는 것이 자녀들의 바른성장과 창조력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하고 있다. 벌써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자녀들을 위한 선물 준비에 분주한 모습들이다. 어떤 선물이 진정 그들에게 참으로 소중한 것이 될 수 있을까?

수능 부정에 연루된 한 학생 부모의 참회의 글 가운데 모든 책임이 자녀를 잘 못 키운 나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려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 우리의 고백이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 모든 자녀들이 손톱인생이 되어 이 사회에서 쓸모없이 짤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 지도자로 이 미국 사회에, 아니 세계 만방에 우뚝 자리매김 해나가기를 기도하며 이 연말에 컴퓨터 게임기 보다는 책을 한 권 선물하며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자녀들과 진지한 사귐의 시간을 가져 보자고 감히 제안해본다.

-이준열 -

-발췌: 뉴스코리아 http://www.wnewskorea.com/Town_News/php/read.php3?id=2787&categ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