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 생명 구한 캄보디아 파견 한국인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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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 생명 구한 캄보디아 파견 한국인 의사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7.08.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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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카 파견 서정호씨, 사경 헤매는 교민환자 뇌수술 후 한국 후송까지 동행

▲ 한국국제협력단 협력의사 서정호씨(가운데)의 도움으로 한국교민이 생명을 구했다. (사진 주씨엠립대사관분관)

지난 8월초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 씨엠립에 거주하는 교민 A씨는 자정 무렵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마주 오던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큰 사고를 당했다. 현지에서 가이드로 일하는 A씨는 곧바로 인근 현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다음날 오전까지 호전되지 않고 의식마저 잃게 되자, 결국 그는 인근 태국계 국제병원으로 옮겨졌다. CT 촬영 결과, 뇌출혈이었다. 그 외 어깨뼈와 왼발에도 골절상을 입었다. 호흡기까지 달았지만,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병원 측은 수도 프놈펜 다른 큰 병원이나, 이웃나라인 태국으로 후송해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뇌출혈로 인해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맨 교민 A씨의 수술 직전 모습 (사진 주씨엠립대사관분관)

하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병원비가 환자의 발목을 잡았다. 이웃나라 태국으로 헬기이송시 가히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데다, 차로 6시간 떨어진 수도 프놈펜 종합병원 역시 수술비만 3만불을 넘을 것으로 추정됐다.

어려운 가정형편 상 가족들 입장에선 병원비를 감당하기가 불가능했다. 그저 여기저기 하소연하며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수술비를 감당 못해 후송조차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이르자, 주씨엠립대사관분관이 발벗고 나섰다. 관련 소식을 접한 박승규 분관장이 직접 주립병원까지 찾아가 병원장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환자를 냉방시설 등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중환자실로 긴급히 옮기도록 조치를 취하는 한편, 병원측에 당장 수술도 부탁했다.
 
▲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사고를 당한 교민 A를 치료한 현지병원 의료진 (사진 주씨엠립대사관분관)

마침 이 병원에는 해외무상원조기관 코이카에서 파견된 한국인 의사 서정호씨가 있었다. 의사 서씨와 이종욱 팰로우십으로 한국연수를 다녀온 현지 뇌신경 전공 외과의사가 힘을 합쳐 오랜 수술을 한 끝에 드디어 수술에 성공했다. 수술이 잘 끝났다는 의사 서 씨의 카톡 메시지에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던 박분관장과 영사관 직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함께 기뻐했다. 

당초 우려했던 병원비도 첫 일주일 수술비와 입원비를 포함해 1300달러 밖에 들지 않았다. A씨는 며칠 후 잃었던 의식마저 회복했다. 의사소통도 가능하고 휠체어도 탈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몸 상태는 아직 안심하기엔 일렀다. 오른쪽 뇌에 피가 고여 있어 좌측 뇌가 여전히 마비상태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재활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결과가 나왔다. 치료를 위해 가족이 있는 한국으로 서둘러 후송시켜야 했다. 하지만,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항공사측으로부터 뇌수술환자의 경우는 항공사규정상 의사 동행없이는 탑승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 박승규 주씨엠립대사관 분관장은 의사 서정호씨를 가리켜 한국의 슈바이쳐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기내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달리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가고 남았다. 결국, A씨의 수술을 집도한 의사 서 씨가 자원해 나서기로 했다. 지난 22일 자정 무렵, 의사 서씨는 자신 개인휴가까지 써가며 이날 환자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했다. 현재 환자 A씨는 한국의 큰 병원으로 무사히 옮겨져 재활치료를 위한 검사에 들어간 상태다. 

박승규 분관장은 “의료환경이 열악한 이 나라에서 해외의료봉사활동중인 한국인 의사가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교민의 목숨을 구해 내 더 없이 고마울 따름” 이라며, 의사 서씨를 가리켜 ‘한국의 슈바이쳐’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