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또 다른 이민, 해외 입양』한국이민사박물관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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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또 다른 이민, 해외 입양』한국이민사박물관 특별전
  • 이현아(한국이민사박물관 학예연구사)
  • 승인 2016.09.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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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한국이민사박물관은 2008년 개관 이후 매년 다양한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입양과 관련된 전시 ‘또 다른 이민, 해외 입양’을 개최하고 있다. 20만여 명에 달하는 해외 입양의  60여 년 역사를 되돌아보며, 해외 한인 입양인들을 재외 동포의 일원으로 그리고 한민족 이민의 한 축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 이번 특별전의 목적이다. 

해외 입양은 전쟁 이후 발생한 고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되어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요인들로 지속되고 있다. 해외 입양이 성행한 배경에는 전쟁, 혼혈, 남아 선호, 미혼모, 혈통 중시 풍토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이 혼재해 있어 단편적 관점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복합적 주제이기도 하다. 현재는 국내 입양 촉진으로 정책이 전환되어 해외 입양인의 수가 많이 감소하였지만, 현재에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데 있어 해외에 거주하는 입양인들과 입양인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 전시 소식을 듣고 그동안 소중히 보관하고 있었던 입양 당시의 물품들을 선뜻 대여해 준 것이다. 그 중 입양인 김성히와 그녀가 대여해 준 입양 관련 자료 총 42건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행증명서, 입양 당시의 항공권, 미군 양아버지와 생활하였던 사진 등과 함께 입양 시 가져간 한국 인형들, 한복 등 6벌의 옷, 3켤레의 신발, 신문 기사 등 다양한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자료 하나하나마다 입양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입양인 김성히의 여행증명서

특히 입양시 발급된 여행증명서에는 영문 이름의 ‘희(Hui)’가 ‘히(Hi)’로 잘못 기재되어 현재 ‘김성희’가 아닌 ‘김성히’라는 한국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그녀의 이름만으로도 아픈 입양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김성히는 1963년 10월 고아로 발견되어 서울시립병원으로 보내졌고, 당시 서울 영등포에 거주하고 있던 주한 미군에게 입양되었다. 그녀는 한국에서 양아버지와 몇 달을 보낸 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입양 수속이 진행되어 1964년 5월 미국으로 떠났다. 그녀가 보내준 42건의 자료들은 바로 그때의 물품들이다. 그녀는 직접 제작한 자신의 입양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 영상도 제공해 주어 관람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 미군 양아버지의 헌병대 철모를 쓴 김성히
▲ 입양인 김성히의 대여 자료 42건
▲ 입양인 김성히가 1964년 입양시 가져간 한국의 인형들

근대 한인 해외 이주사와 마찬가지로 해외 입양도 고난과 슬픔으로 시작되었다. 그들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혹은 인지조차 하지 못한 채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서 성장한 남다른 아픔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해외 입양인들을 재외 동포로 인식하고 한민족 이민의 역사에 포함시켜 그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 한국이민사박물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