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이행기 카자흐스탄 고려인의 삶과 도전」제76차 재외동포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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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이행기 카자흐스탄 고려인의 삶과 도전」제76차 재외동포포럼
  • 김민혜 기자
  • 승인 2016.09.0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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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고려인의 민족정체성, 어떻게 도울 것인가?"
▲카자흐스탄 고려인 1세대, 92세 노인이 아리랑을 부르는 모습.

카자흐스탄 고려인 사회의 발전을 위한 방안을 생각해보는 제76차 재외동포포럼이 8월 31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재외동포포럼(이사장 조남철)이 주최하고, 재외동포신문(대표 이형모)이 후원하여 열렸다. 이번 포럼에서는 전남대 세계한상문화연구단 선봉규 박사가 발제자로 나서 「체제이행기 카자흐스탄 고려인의 삶과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고려인의 이주역사

19세기 후반, 연해주 지역이 항일독립운동의 전진기지로 이용되면서, 같은 시기에 우리 민족의 이주가 크게 늘어났다.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정책으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으로 흩어졌던 고려인들은 1953년 스탈린 사후, 러시아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가 1991년 소련해체 이후 많은 사람이 연해주로 재이주해 우정마을 등을 건설해 지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시민권을 다시 취득하기 위한 비용 5백달러가 없어서 다시 중앙아시아로 돌아간 사람들도 많았다. 

소련 해체와 함께 카자흐스탄이 독립하면서 ‘카자흐 민족주의’ 정책이 추진돼 고려인 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은 처음에는 연해주에 살다가,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해서 소비에트 러시아 사람으로 러시아 말을 쓰다가, 쏘비에트 해체로 카자흐스탄에 사는 사람으로 카자흐 말을 배워야 했다. 일부는 남부 러시아로, 연해주로 갔다가 돌아오기도 했고, 최근에는 다시 한국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그들은 여러 번의 이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족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환경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가지게 됐다. 현재 10만 5천 명 가량의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은 카자흐스탄의 ‘카자흐화’ 정책에 의해 다른 교민집단에 비해 민족 정체성이 약한 편이다. 

 

▲ 발제자 전남대 세계한상문화연구단 선봉규 박사

카자흐스탄 고려인의 특성

선 박사는 “대부분이 생활고를 겪고 있어 본국에 대한 관심을 크게 갖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등의 고려인들과는 달리,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의 경우는 현지화를 통해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에 현지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은 카자흐어와 영어를 우선으로 익히고 있고, 특히 젊은 층에서는 모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등으로 민족적 자부심이 고취돼 고려인 단체 결성 운동이 일어났고 ‘모스크바 고려인협회’(1989년),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AKK)’(1990년) 등이 설립됐으나 여전히 젊은 고려인들의 참여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선봉규 박사가 2015년, 현지에서 만난 20대 고려인은 “젊은 고려인들도 한류에 관심은 많지만 카자흐스탄 젊은이들보다도 한국어를 배우는 데 적극적이지는 않다. 동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영어나 카자흐어를 많이 배우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고려인 대상 정책의 한계와 발전방향

소련 해체 후 카자흐스탄과 대한민국이 국교를 수립하면서 한국인들은 개인 사업이나 유학생, 선교사 등의 형태로 카자흐스탄 사회에 진출했다. 한국 정부도 재외동포법 제정 및 방문 취업제 실시, 모국방문 사업, 한국어교육원 운영 등을 통해 고려인 지원을 실시했으나 한계점도 많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999년 재외동포법 제정을 통해 동포들에게 입국 및 취업 기회를 확대를 꾀했으나 중국 조선족, 고려인에 대한 상대적 차별이 이어져 아쉬움을 샀다. 차세대 교육 문제도 현실 반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선 박사는 “고려인 사회공동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젊은 세대의 민족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과제를 결론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젊은 고려인들이 모국어, 민족문화, 전통풍습을 교육받고 이를 또 다음 세대에게 전수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고려인 사회의 자생적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어교육원과 카자흐스탄의 대학 한국학과 등에서 한류 열풍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또한 현재는 현지 정부와 한국 정부 사이의 ‘낀’ 존재가 돼버린 한인회가 위상을 정립하고, 고려인들과의 행사 공동주최 등을 통해 교류와 소통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역사문화기념관 건립을 통해 고려인 이주 역사를 전달하는 사업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연해주 우수리스크에는 2009년 ‘러시아 한인 이주 140주년 기념관’이 건립됐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2015년부터 ‘신한촌 역사회복 재건사업’이 추진 중이다. 항일독립투쟁과 고려인의 역사와 유산을 회족하기 위해서다. 카자흐스탄 우슈토베에서도 고려인의 역사 전달과 민족문화 전승 및 소통을 위한 역사문화기념관 건립 사업이 시작돼 현재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적극적 지원과 구체적 정책이 필요

발제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체제의 차이에서 기인했던 이질감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통일’이 가장 근원적 해결 방법이다”라고 말하는 참석자도 있었고, 구체성이 부족한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전남대 세계한상문화연구단 임채완 교수는 “당초 우리나라의 이민자 외교 정책은 ‘현지화’하라는 것이었다”며 “최근에는 상호 교류를 강조하는 ‘네트워크 정책’을 펴고 있는 만큼 세부 정책도 변화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고, 본지 이형모 발행인은 “대다수 고려인들은 항일독립운동을 하거나 지원하다가 핍박받고 피흘린 사람들의 자손들이다. 빚을 갚는 마음으로 꼭 필요한 지원은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최종적으로 “젊은 층의 고려인들이 한국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대 고려인 정책 및 교육 정책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데에 참가자들이 뜻을 함께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나 중국의 화교 정책처럼 목표와 방향을 뚜렷이 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예산을 조금 아끼려다가 시기를 놓치고 필요한 정책을 진행하지 못한다면 효과를 못 볼 수도 있다”고 역설하며 "임시방편적인 정책 보다는 목표와 방향이 뚜렷한 적극적인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면서 제76차 포럼을 마무리 지었다. 

[재외동포신문 김민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