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씨엠립 와트마이 사원에서 '영산대재' 봉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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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씨엠립 와트마이 사원에서 '영산대재' 봉행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6.06.0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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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게 희생된 킬링필드 영혼 극락왕생 축원

▲ 캄보디아 씨엠립와트마이 사원에서 봉행된 영산대재 모습. (사진 씨엠립 한인회)

“합장한 두 손은 죽은 자들의 극락왕생을 축원하듯 고이 날리고, 불단에 오른 붉은 꽃, 북과 징, 청량한 목탁 소리로 시작된 애절한 가락위에, 애절함이 송골 맺힌 범패 소리, 촛불도 서러운 듯 바람에 나부끼고, 금빛 바라, 단아한 춤사위에 하늘도 서러워라…”

40 여 년 전 캄보디아 크메르루즈 정권의 대량학살과 이어진 내전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들을 달래기 위한 ‘영산대재’가 지난 5월26일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 씨엠립 와트마이 사원에서 거행됐다.

영산대재는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 유산이자 국가 중요 무형문화재 제50호다. 이번 영산재는 태고종 봉원사 영산재 보존회가 주최했다. 봉원사 스님 140명을 포함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씨엠립분관 박승규 총영사와 정복길 씨엠립 한인회장과 임원, 지역 인사 등 약 300 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일제히 합장을 한 채 지난 40 여 년 전 킬링필드 당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800 여구 유골을 향해 그들의 넋을 기렸다.

한국전쟁 당시 참전국 희생자들을 위한 영산재가 지난해 이웃나라 태국에서 열린 적이 있지만, 온전히 한 국가의 넋을 달래는 영산재가 봉행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태고종 봉원사 주지이자 영산재 보존회장인 선암스님은 “전쟁과 폭력, 기아 등으로 희생된 죄 없는 양민들의 억울한 죽음이 부처님의 품에서 위로받으며 극락왕생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주캄보디아 대사관 박승규 분관장은 “와트마이와 봉원사가 이 행사뿐만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많은 교류를 갖게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지난 1970년대 긴 내전과 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전체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인구 200만 명이 기아와 질병에 허덕이다가 크메르 루즈 게릴라들에 의해 대량 학살당한 비운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