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의 브라질 정상인 '카를로스 고리토'의 한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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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의 브라질 정상인 '카를로스 고리토'의 한국 이야기
  • 이석재 재외기자
  • 승인 2015.09.0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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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 위주의 한국 사회 분위기에 적응 어려웠죠"

 

▲사진=JTBC 비정상회담 방송 캡쳐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는 이런데 다른 나라는 과연 어떨까?' 그리곤 '우리나라에서만 이런 것일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외국을 가본 적 없는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를 알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JTBC 예능 '비정상회담'을 보고 있자면 그런 궁금증이 확 사라져버린다. 각국의 훈남들이 나와서 자국의 이야기를 하고, 때로는 타국 출연자와 논쟁을 펼치기도 한다. 지난 7월에는 '우리나라가 살기 나쁜나라라고 생각하는 나, 비정상인가요?'라는 주제로 브라질인 출연자와 이집트인 출연자가 팽팽한 주장을 펼쳐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비정상회담'에 브라질 대표로 출연 중인 카를로스 고리토(Carlos Gorito)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비정상회담'에 브라질 대표로 출연 중인 까를로스 고리또(Carlos Gorito)
  1986년생인 카를로스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의 헤센지시 출신이다. 리오그란지도술 국립대에서 국제 정치·경제학 전공했으며 2008년에는 서울대에서 교환학생으로 한국어를 공부했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라는 논문으로 UCLA에서도 인정받은 수재이기도 하다. 현재는 주한브라질대사관에서 교육을 담당하며 한국으로 유학 온 브라질 학생들을 관리하고 있다. 유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이들이 한국기업에 취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 그의 열성적인 노력으로 대사관은 3년 동안 500여 명의 브라질 학생들을 100여 개의 한국기업에 인턴십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비정상회담' 담당 작가로부터 출연제의를 받았고, 브라질에는 축구와 삼바 외에도 다양한 모습이 있음을 한국에 알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지난 7월부터 방송에 합류하게 됐다. 처음 방송에 출연할 때만 해도 모르는 것 투성이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메인MC 중 한 명인 유세윤과 이탈리아인 출연자 알베르토 몬디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각자가 바쁜 관계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가끔씩이라도 만나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알게되면 흐뭇하다고.

  카를로스는 비정상회담 출연진들 가운데서도 알베르토와 폴란드의 프셰므스와브 크롬피에츠 , 그리스의 안드레아스 바르사코풀로스와 각별하게 지내고 있다. 주당인 노르웨이의 니콜라이 욘센과는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도 있다. 시간이 너무 늦으면 자신의 집에서 자고 갈 때도 있다며 세계적인 우정을 과시한다.

▲ 비정상회담 출연진들과 함께.
  올해로 7년째 한국에 살고있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도가니탕과 갈비김치찜이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맛에 마니아가 됐다며 막걸리를 극찬하기도 했다. 장기간의 체류생활은 음식뿐만 아니라 이성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직 미혼인 그는 한국 여성은 브라질 여성들과는 달리 자상하고 애교가 넘친다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 여성과의 결혼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수많은 명소 중에서도 그의 마음을 가장 강렬히 사로잡은 곳은 바로 해운대다. 그의 고향 리오데자이네이로의 헤센지와 비슷한 분위기에 브라질 카니발이 절로 떠올라 여름이면 꼭 해운대를 찾는다고 한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독도도 꼭 가보고 싶다고 전했다. 브라질인임에도 불구하고 독도는 명백한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는 그의 모습은 흡사 한국인이라는 착각마저 든다.

  연예계로 진출하고 싶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연예인은 매력적인 직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제 방송 출연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지만 길에서 알아보고 같이 사진 찍자거나 사인을 해달라는 팬들을 만날 때는 너무나 기쁘다"면서도 "그러나 방송일은 인생의 좋은 경험임은 틀림없지만, 그보다는 본업인 대사관 교육담당 업무가 우선이고 또 이에 만족한다"며 일에 대한 사랑과 직업의식을 내비쳤다.

▲ (왼쪽부터)인터뷰를 진행한 이석재 재외기자와 카를로스 고리토
  이제 한국사람 다 됐다고 너스레 떨듯 얘기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힘든 부분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그를 어렵게 하는 것은 바로 인맥 위주로 돌아가는 한국 사회 특유의 분위기다. 또한 한국에서 학교나 군대를 나오지 않았기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경우 공통된 대화 주제가 없어 친해지기가 힘들다고 전한다. 물론 외국에서 왔다며 친절하게 대해주는 한국인들도 많아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을 동경하는 브라질 청소년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한국은 영화나 드라마 혹은 뮤직비디오에만 보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대학을 나와도 전문직종이 아니면 원하는 곳에 취직도 힘들고,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오전이나 오후 반나절만 공부하는 브라질 학생 입장에서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한국 학생들을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그렇게 죽도록 공부를 해도 버티기 힘든 나라가 한국이죠. 정말로 죽을 각오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한국에 오는 것은 한번 더 생각봐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목숨을 걸면 성공한다고 말들 하지만 쉬운 것을 원하고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원한다면 한국에 오지 않는 편이 나을 거에요"

  마지막으로 카를로스는 브라질 학생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그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최선의 기회를 주는 동시에 미래를 열어주는 것이 꿈이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 브라질대사관을 방문해 국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카를로스 고리토

  서울=이석재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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