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인터뷰> 키르기스스탄 검찰청 허가이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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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인터뷰> 키르기스스탄 검찰청 허가이 총괄국장
  • 연합뉴스
  • 승인 2004.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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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유진 기자 = "고려인이 최고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공직생활을 충실히 하고 한국 문화를 알리는 노력도 하겠다."

   러시아 한인 이주 140주년을 기념해 재외동포재단(이사장 이광규)이 주최하는 '2004 유공동포 모국방문' 행사에 참가한 허가이 알렉산더(49) 키르기스스탄공화국검찰청 총괄국장은 "고려인 가정의 가장으로, 자랑스러운 고려인협회 회원으로 최선을 다해 살겠다"고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허가이 국장은 중앙아시아에서 고려인이 제일 많이 살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안디잔주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일제시대 탄압을 피해 극동아시아로 이주해 농사를 지으며 살다가키르기스스탄에 정착했다.

   구 소련 이후로는 처음 고려인 검찰국장이 된 허가이 국장은 "어머니는 내가 두살 때, 아버지는 다섯살 때 작고해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다"면서 "위로 누나가 다섯이나 있었고 외아들인 나를 자신의 자식이 다섯이나 딸린 첫째 누나가 키웠다"고 유년시절을 회상했다.

   당시 그의 첫째 누이 부부는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양파농사를 지으며 수입도 적었지만 남동생을 학교에 보내 그는 1973년 고등학교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허가이 국장은 "장래에 대해 고민하다가 어릴 적 가졌던 하늘을 날고 싶은 소망을 이루려고 아르바미르 방공 구축 육군학교에 입학하게 됐다"면서 "학과공부 뿐만아니라 봉사활동도 열심히 한 결과 비행중대의 공산 청년조직의 대표로도 활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학교 시절 L-29기와 MIG-17ㆍ21기 등의 조종술을 배우며 전투기 조종사가 될 꿈에 부풀어 있었으나 불행히도 건강에 이상이 생겨 1977년 조종사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이 때문에 한때 좌절하기도 했던 그는 고려인이 차별을 극복하고 살아나갈 수있는 길은 공부와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1978년 스베르들로브스키 법대의 재판검사학과에 입학한다.

   대학에서 학업과 과외활동을 병행해 초급당 위원장, 학생부단장, 기숙사 학생위원 대표 등으로 활동한 그는 뛰어난 학과 성적과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대학에서 수여하는 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대학을 졸업한 1982년 검찰청에 들어간 허가이 국장은 "고려인으로서 어려운 법률을 공부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검사로서 활동하는 것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검찰청 근무 이후 1996년까지 각 지방 검사, 예심판사, 범죄검사장, 부검사장 등을 역임하고 1996년 공화국의 중앙 검찰청으로 자리를 옮겨 경찰서 범죄조사검사부장, 총괄 검사부장을 거쳐 현재 1명뿐인 총괄 검찰국장을 맡고 있다. 허가이 국장은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고려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업무 외에도 청사 신축, 체력단련실 마련 등 직원들에게 좋은 근무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노력했다"면서 "그 결과 고려인 검사가 최고라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 때와 검사로서 일할 때를 돌아보면 자신의 긍정적인 면을 많이 보려고 노력했다"며 "한 사람의 고려인으로서 자랑스러운 고려인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허가이 국장은 그동안 성실히 근무한 결과를 인정받아 두 번의 우수직원 표창을 비롯, 법강화 공적 훈장, 검찰청장 표창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고, 현재 검찰청 윤리위원, 직업동맹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허가이 국장은 "지난해부터 태권도협회 고문을 맡아 한국의 문화를 이곳에 알리려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태권도의 인기가 높아 한국에서 지원을 해준다면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모국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사진 있음) yoo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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