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외국 주재 한국 공관 ‘행정개선’ 순위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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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외국 주재 한국 공관 ‘행정개선’ 순위 첫 공개
  • 허겸 기자
  • 승인 2015.01.1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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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외공관장 회의 모습(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외교부)

동포 안전∙예산절약∙업무 효율에 ‘심사 초점
재외동포 눈높이 맞춤 서비스는 ‘기본 뼈대’ 

  외국 주재 한국 공관(재외공관)들의 행정개선 순위가 처음 공개됐다.

  14일 본지가 단독으로 입수한 ‘2014년도 행정개선 우수사례’ 전체 심사 결과에 따르면 재외공관 및 본부 실국과 등 외교부 소속 조직 250곳은 행정개선에 관한한 명암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파격적인 시스템을 도입, 국가 예산을 절약하고 민원인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곳이 있는 반면, 개선 노력이 미흡해 순위권 진입에 실패하거나 아예 행정개선 사례를 제출하지 않아 사실상 개선의지가 실종된 곳들도 있었다.

  이 순위는 외교부의 대민 서비스 개선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성적표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외교부의 행정개선 우수 사례 순위가 모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 여권과(과장 조홍주)는 ‘여권 헬프라인(콜센터)’을 효율적으로 운영, 민원인들의 편의를 증진한 성과가 인정돼 최우수 행정개선 사례로 선정됐다.

  여권과는 하루 300~400통에 이르는 민원 전화 폭주로 적지 않은 고충에 시달렸었다. 여권과의 대표번호가 없어서 직원들이 무작위로 전화를 받다보니 업무와 무관한 전화를 받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일일이 정확한 담당자를 찾아 전화를 돌려주는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권과는 민원전화 전담팀을 만들기로 했다. 여권과의 업무를 조금씩 지방관청으로 이양하는 한편 내부 직원 3명으로 팀을 새롭게 짰다. 이들에게 여권과 관련된 각종 법령과 사무편람, 답변 매뉴얼을 폭넓게 숙지시켰다.

  결과적으로 민원인들은 여러 차례 전화를 걸거나 장시간 기다리는 불편을 덜게 됐고, 외교부는 직원들의 능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며 ‘원스톱 서비스’를 현실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효과가 입증되면서 전담팀은 인원을 6명까지 늘렸다.

  공동 최우수 사례로 선정된 주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총영사 한동만)의 개선 사례도 눈에 띈다. 총영사관은 전례 없는 순회영사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 정착시킨 성과를 인정받았다.

  순회영사는 재외공관에서 멀리 떨어진 동포들을 위해 외교관을 파견하는 제도이다. 거리와 비용 등의 이유로 재외공관이 있는 곳까지 쉽게 오지 못하는 동포들에게 순회영사는 여권, 가족관계증명서 발급 등의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필수 서비스로 인식된다.

  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은 단순히 순회영사를 보내 민원을 처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동포사회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법률∙의료∙세무 전문가들을 대동하는 파격적인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은 동포사회의 호평을 가져왔다. 그동안 행정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실리콘밸리, 오클랜드, 몬트레이 등에 거주하는 동포들이 행정민원에서 더 나아가 법률, 세무 상담 서비스를 받거나 의료 진찰을 받는 길이 열리게 됐다.

  외교부 외교사료팀(팀장 김영순)은 각종 외교사료를 전시하는 관람 서비스를 제공하고, 외교 콘텐츠를 국민이 공유하도록 ‘민관이 함께하는 외교사료관’을 운영한 공로가 인정됐다.

  기존에 제공하던 서비스를 확대 개편함으로써 학생들이 주말을 이용해 외교사료관을 방문, 정보를 얻어갈 수 있도록 한 점이 성과로 인정되면서 우수상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주선양(瀋陽)총영사관(총영사 신봉섭)은 요녕∙길림∙흑룡강 등 동북3성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을 위한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공로가 인정돼 우수상을 차지했다.

  중국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거나 병원 보증금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재외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것이다. 행려병자에 대한 대처 매뉴얼도 수립했다.

  총영사관은 의과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의료통역 봉사단을 발족시켰고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한인회와 함께 공동으로 바자회를 열어 긴급 의료기금을 조성한 점이 선정 사유가 됐다.

  주중국한국대사관(대사 권영세)은 기업민원 신속대응팀을 꾸린 점이 인정돼 역시 우수상을 수상했다. 대사관은 그동안 개별적으로 운영돼온 기업민원 접수창구를 일원화함으로써 행정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덜어 준 사실이 성과로 평가됐다.

  장려상은 주시드니총영사관 등 외교부 소속 조직 7곳이 차지했다. 시드니총영사관(총영사 이휘진)은 한국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들이 가장 많이 분포돼 있는 지역적 특성을 감안, 이들의 안전을 강화한 점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이휘진 총영사는 직접 퀸즐랜드 농장지대를 방문, 한국인 워홀러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총영사관은 호주의 농장에 있는 젊은 워홀러들 중 상당수가 합법적인 호주 운전면허증을 소지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즉석에서 번역 공증하는 맞춤형 순회영사 서비스로 호평을 받았다.

  주몬트리올총영사관(총영사 최동환)은 ‘인터넷 사전 민원신청 접수제’를 시행한 공로로 장려상에 선정됐다. 총영사관은 순회영사 서비스에 앞서 인터넷으로 민원 내용을 접수받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사전에 행정적, 법률적 검토를 마침으로써 캐나다 동포들과의 상담에 내실을 기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현장에서 대처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미리 예상함으로써 행정의 효율성을 올리고 예산을 절약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카자흐스탄한국대사관의 알마티분관(분관장 손치근 총영사)도 장려상을 차지했다. 알마티분관은 ‘위험대비 해외 맞춤형 안전 지킴 서비스’를 고안, 동포들의 안전을 도모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분관은 지진 등의 위험 요소가 많고 의료 환경이 열악한 지역 특성을 감안해 응급 의료 매뉴얼을 제작한 뒤 순회안전 강연 등을 통해 현지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들에게 대처 방안을 보급, 숙지시킨 것으로 평가됐다.

  외교부 중남미협력과(과장 김학유)는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협력포럼(FEALAC) 라틴 스펙트럼’을 발간, 중남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게 중요한 현지 정보를 제공한 공로가 인정됐다.

  중남미협력과는 현지 소식들을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 뉴스 정보 시스템을 개편하고 경제 분석기사와 분관 정보, 중남미에 관한 외신보도를 내실 있게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말레이시아한국대사관(대사 조병제)은 ‘청년 해외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관 맞춤형 지원 전략’, 주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총영사 김영훈)은 ‘재외동포자녀 모국 취업 기회 확대를 위한 사증제도 개선’으로 각각 장려상을 수상했다. 아울러 외교부 정보화담당관실(과장 강근형)의 ‘공공데이터 제공 기반 마련 및 개방 확대’ 개선 사례도 장려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행정개선 우수사례는 대만대표부 및 분관출장소를 포함한 재외공관 178곳과 서울 외교부 본부의 담당 과(課)를 비롯해 국립외교원 등 외교부 소속 기관 72곳 등 총 250개 외교 조직을 평가 대상으로 했다.

  학자와 전문가, 유관기관 임원 등 총 6명의 외부 심사 위원에게 심사를 의뢰해 창의성, 개혁성, 시행 효과성, 구성원 참여도 등을 종합 검토한 뒤 공정하게 순위를 매겼다. 

  이에 앞서 지난 2013년에는 35개국 77개 재외공관에서 가족관계증명서 발급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외교부 영사서비스과가 최우수상에 선정된 바 있다.

  2012년에는 주독일한국대사관이 공관기록물과 데이터베이스를 효율적으로 구축한 공로로 최우수상을 차지했고, 일본 센다이총영사관은 복합 재해대비 계획을 수립한 점이 인정돼 2011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번 일에 정통한 관계자는 “모든 외교기관이 행정개선 사례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선의지가 크면 클수록 참여에 더욱 열의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선정된 곳은 자만해선 안 되겠고 탈락한 곳도 당락에 관계없이 서비스 개선을 위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허겸 기자 khur@dongponews.net
                      kyoumhu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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