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캄보디아에서도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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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캄보디아에서도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4.09.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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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C 경호경비·코싸인 등 교민기업들, 캄보디아 레슬링 국가대표팀 후원 나서

▲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도전한 캄보디아 대표팀 남성팀 러은 코치(왼쪽)와 여성팀 초우 쏘띠아라 코치.
‘루게릭병’ 환자 치료 기금마련을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확산중이다. 유명가수 저스틴 비버와 레이디 가가를 비롯, 호날두, 데이비스 베컴, 빌게이츠, 케네디 일가 외에도 전 세계 각계각층 유명인사들이 이미 이 대열에 동참한 바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축구선수 손흥민과 배우 조인성, 박한별을 포함해 여야 정치인들과 기업, 사회단체장들도 얼음물 양동이를 쏟아 붓는 세레모니를 펼쳤다. 이제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도 유명인사 뿐만 아니라 일반인 독지가들이 펼치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 동영상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정도다.

그런데, 이런 유행열풍이 최근 지구의 또 다른 반대편 인도차이나의 가난한 나라 '캄보디아'까지 번졌다. 

▲ 캄보디아 레슬링국가대표팀 후원을 위해 마련된 아이스 버킷 챌린지 행사 직후 인천아시안게임 선전을 다짐하며 다함께 파이팅을 외쳤다.
캄보디아에서도 최초로 '아이스 버킷 챌린지' 행사가 열린다는 말을 듣고 기자도 한달음에 소문의 현장을 찾아갔다. 그런데, 행사 목적은 루게릭병 모금 캠페인과는 무관한 행사였다. 그렇지만 전혀 실망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재미있고 의미도 각별했다. 캄보디아 레슬링 국가대표팀을 위한 후원과 보다 많은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펼쳐진 깜짝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지난 2일(현지시각) 수도 프놈펜 올림픽스타디움 레슬링훈련장에서 펼쳐진 아이스 버킷 챌린지 행사에는 한국 교민기업 경호경비 CSC 대표 전범배 사장과 현지인 직원대표, 그리고 김성태 감독 등 레슬링 대표팀 코치진 등 모두 5명이 함께 동참했다.

“다섯, 넷, 셋, 둘, 하나” 선수들과 관중들이 다함께 외치는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양동이에 가득 든 차가운 얼음물이 일제히 참가자들의 머리위에 쏟아졌다. 순간 전범배 사장을 비롯한 참가자들 모두 몸을 움쩍거렸고, 입에서는 일제히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터졌다.

▲ 이번 아이스 버킷 챌린지 행사를 기획한 CSC 경호경비 전범배 대표.

평소 참을성 많기로 소문난 김성태 감독의 입에서조차 차가운 얼음물을 견디지 못해 “끄~억” 하는 신음소리가 튀어 나왔다. 이에 평소 보지 않은 감독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선수들은 통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훈련에 지쳐 늘 표정이 굳어 있던 선수들도 이 순간 만큼은 모처럼만에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세레모니 현장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박수와 환호성을 치며, 참가자들과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날 펼쳐진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오후 훈련시간 잠시 짬을 내 불과 20분만에 치러진 짧은 행사였다. 하지만 선수들은 물론이고, 참석자 모두에게는 나름 의미있는 멋진 행사였다. 행사를 마친 후에는 선수들과 감독, 후원회사 대표와 임직원들이 함께 기념사진촬영을 했다. 그리고 다함께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선전을 바라는 마음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박수로 행사를 마무리지었다.

이 행사는 캄보디아에서 유일한 한국경호경비로 알려진 CSC 경호경비 대표인 전범배 사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 행사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교민지와 재외동포신문 기사를 통해 캄보디아 레슬링 국가대표팀의 훈련환경이 매우 낙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직접 눈으로 보니, 측은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회사 사정상 우리 회사가 대표팀 전체를 혼자 돕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고민 끝에 원래 취지와는 조금 다르지만, 아이스 버킷 챌린지같은 깜짝 이벤트를 생각해냈다. 그러면 보다 많은 캄보디아 국민들과 교민들의 관심도 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캄보디아 레슬링팀에 대한 홍보도 되고, 이를 계기로 보다 많은 우리 교민기업들이 지원의 손길을 보태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예상외로 언론 등 주변 반응이 너무 좋아 솔직히 무척 기쁘다.

아무쪼록 이달 19일부터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부디 캄보디아 레슬링선수들이 지난 30여년 동안 한번도 따보지 못한 메달을 꼭 따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도 운동을 무척 좋아하는 만큼 조금은 안다. 스포츠를 통해 하나가 되는 것, 이게 진짜 스포츠 정신이라는 사실을...!”

▲ 얼음물을 맞고 있는 김성태 캄보디아 레슬링국가대표팀 감독(왼쪽)과 CSC 현지인 직원대표.
참고로, 캄보디아 국가대표팀은 금년 2월초 북한출신 박소남 감독의 바통을 넘겨 받아 우리나라 김성태 감독이 캄보디아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다. 재외동포신문과 오마이뉴스 등 언론을 통해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다. 하지만 김성태 감독은 취임 첫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신적 고충을 겪었다.

그동안 캄보디아 체육회의 늑장 행정 때문에, 월급도 제때 받지 못하는 등 경제적인 문제까지 겹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여러 한인단체와 기업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다. 대사관도 찾아가 담당자를 만나 하소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월급도 제때 못 받는데 뭣하러 여기서 버티느냐? 차라리 한국에 돌아가라”라는 가슴에 비수를 꽂는 냉정한 말 한마디를 들었을 때는 그 말도 결코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 스스로를 자책,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적도 있다고 지난 날들을 술회했다.

▲ 현지신문과 방송 등 언론들도 캄보디아 레슬링국가대표팀 후원을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 소식을 전했다.
캄보디아에서 처음 열린 아이스 버킷 챌린지 소식을 접한 현지 신문들과 바이욘 TV 등 방송매체들도 앞다퉈 취재에 나서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다음날 현지신문과 방송을 통해 이날 펼쳐진 레슬링국가대표팀 아이스버킷 챌린지 뉴스가 알려지자,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난한 캄보디아를 도우려고 애쓰는 한국인들의 마음 씀씀이에 페이스북 등을 통해 감사의 댓글을 다는 현지인들도 여럿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IT금융소프트웨어 개발기업 웹케시(WebCash)가 최대주주로 안랩 등과 함께 합작투자방식으로 운영중인 캄보디아 법인 KOSIGN(법인장 정태성)도 이 소식을 접한 직후, 지인을 통해 기쁜 소식을 알려왔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캄보디아 선수들이 경기 전 인천 주경기장 인근 휴양지에서 1박 2일간 정상적인 컨디션을 회복하고, 체력도 보강할 수 있도록 숙식과 관광을 포함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와 별개로, 지난해 우수 사회적 기업(CSR)으로 선정되어 주 캄보디아 대사상을 수상한 적도 있는 전범배 사장은 그동안 지저분하게 방치되었던 훈련장 내 화장실 한쪽 공간을 깨끗한 샤워실로 개조하는 한편, 온수기 등도 별도 설치해 주는 등 선수들의 훈련환경을 개선하는 데 힘쓸 예정이다.

▲ 북한출신 감독에 이어 금년초 캄보디아 레슬링팀을 맡은 김성태 감독(오른쪽 세번째)과 인천아시안게임 출전선수들의 모습.
참고로 현재 레슬링 국가대표팀이 훈련장으로 쓰는 트레이닝센터는 합기도, 탁구 등 무려 6개의 다른 종목팀 선수들과 함께 쓰고 있다. 하루 중 훈련가능한 시간도 정해져 있어 마음놓고 훈련도 못하는 열악한 환경이다. 게다가 정부 재정이 부족해 30년 가까이 훈련시설이 그대로 방치되어 비만 오면 천정이 새는 허름한 기숙사에서 선수들이 숙식을 자체 해결하며 생활하고 있다. 게다가 체력단련을 위한 기본적인 헬스장비도 없어 현재로서는 외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범배 사장은 “아무쪼록 캄보디아 국가대표 레슬링팀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딸 수 있도록 우리교민기업들이나 독지가들이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에 동참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