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동안 인구 세배로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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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동안 인구 세배로 늘어나
  • 김제완
  • 승인 2004.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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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발상지 영국 한인사회에 새로운 바람불어
위 사진 : 4월2일 저녁 런던시내 한국식당 '란'에서 인터뷰를 하고 나와 길 건너편에 있는 펍에 들어 갔다. 실내에 자리가 없어 길가의 보도위에 섰다.

[런던=김제완기자] 한인회는 우리민족의 실핏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세계각지에 나가 있는 한인들의 최전선조직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많은 나라에서 동포들은 한인회 사무실 옆을 지나가는 것조차 싫어한다. 지역 동포사회에는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인사들일수록 한인회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마치 한국에서 젊잖은 사람은 정치판에 얼씬거리면 안된다는 듯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그 원인중 하나는 과거 권위주의시기에 평통과 함께 민주인사들을 한인사회와 격리시키는 방둑의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악역을 맡은 것이다. 그 외에도 선거소송등 끊임없는 시비가 일어난 것을 통해 알수 있듯이 선거과정이 비민주적이었다. 그것은 비민주적인 정관과도 직접 관련이 있다. 한인회장 선출과정의 비민주성과 합리적인 제도의 미비등은 한인회 낙후성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이러한 때에 영국에서 새로운 선거과정을 거쳐 당선된 한인회장이 탄생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 있었던 회장선거에서 당선된 신우승 한인회장은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선거 절차를 거쳤다. 영국에서의 새로운 시도는 유럽한인사회 전체에 영향을 줄것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기자는 이광규이사장의 런던 방문길에 동행하면서 화제의 인물인 신우승 신임 회장을 만났다. 4월2일 저녁 런던시내 식당에서 동포간담회가 예정돼 있었지만 갑자기 취소됐다. 26명이 초대받았으나 다음날 점심식사로 연기됐다. 이광규이사장 일행이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예약된 비행기를 놓쳐 이날 저녁 늦게 도착하기 때문이었다. 먼저 런던에 와 있었던 기자는 이때를 이용해 신회장을 단독으로 만났다. 부드러운 학자풍의 인상을 갖고 있는 신회장은 영국한인사회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했다. 먼저 회장 선출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된 배경이 무엇인가 물었다.

"그동안 한인회 정관에 따라 이사들이 회장을 선출해왔다. 문제는 회장이 이사들을 임명하게 돼있다는 점이다. 지난 연말 선거에서 이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전임회장이 재출마를 선언했으므로 자기가 임명한 이사들에게 자기를 뽑아달라고 요구하는 이상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과거에 서로 회장을 하지 않으려할 때는 이사들이 서로 추대하는 분위기에서는 문제가 없었으나 지금같이 두명 이상이 나서서 경선을 하는 상황에는 전혀 맞지가 않았다. 그래서 오래된 정관을 이제 21세기형으로 새로 만들자, 정관을 고쳐서 직능대표들로 선거인단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렇다고 해도 후보로 나서는 것은 힘든 결단이 필요했을텐데?
"전임회장은 유학원을 경영하는 젊은 분인데 그의 임기중인 지난해에 회장 임기를 2년으로 개정하고 이번에 다시 하겠다고 나섰다. 그래서 반발한 주위 사람들이 이번에 나가라고 나의 등을 떠밀었다. 지난 70-80년대에는 부회장도 했었으나 작년에는 이사도 아니었는데..."

새로운 선거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역대회장 10여명이 선거관리 위원회를 조직하도록 하고 직능대표들로 선거인단을 구성했다. 선거인단에는 평통위원, 한글학교 교장, 가이드협회장등을 넣기로 했다. 각종 협회는 대표성 인정했다. 그리고 지방한인회장과 상공인협의회 이사외에 회비를 납부한 사람들도 포함해 모두 160명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했다. 특히 스코틀랜드와 같은 지방한인회장들과 서울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사람들에게는 우편을 통한 부재자투표를 허용하도록 했다."

직접선거방식을 차용한 프랑스등과 다른 간접선거의 모델을 만든 셈이다. 직접선거가 가장 이상적인 것같지만 사실은 선거인단을 구성할 능력이 없어서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발상지 영국에서 구먹구구식으로 하지말자는 호소 먹혀>>

신회장은 54년에 재영한인회가 구성된 이후 처음으로 민주적인 선거가 실시됐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발상지로 알려진 영국에서 살면서 주먹구구식으로 하지말자는 그의 호소가 먹혀들었다.  이날 선거 결과를 영국의 한 동포신문은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2003년12월)13일 뉴몰든 센터에서 가진 이날 선거에서 115명(부재자 투표 포함)의 한인이 참가한 투표에서 신우승 후보는 48표를 얻어 34표와 33표를 각각 득표한 박영근 후보와 김지호 후보를 물리치고 수장자리에 올랐다. 신우승 신임회장은 “한인들 모두가 동참하는 한인회를 만들겠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이번 선거는 한인회장 선거사상 처음으로 입후보자 3명이 선거관리규정에 합의한 뒤, 선거관리위원회를 만들고, 선거인단을 일정 자격을 갖춘 한인 전체로 확대해 교민들이 직접 투표권을 행사해 치러졌다. 또 입후보자는 당락에 관계 없이 한인회에 5천파운드(약 1천만원 상당)를 내놓는 기부형 공탁금제도도 만들었다."

한인회같은 보수적인 조직에서 이같은 변화를 받아들인 힘은 무엇일까. 민주주의의 발상지라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유로저널 발행인 김훈씨는 최근 수년동안 영국한인사회의 몸집이 급격히 커졌다는 데서 찾는 것이 정확할 것이라고 말한다.

((10년전에 비해서는 인구사 세배 정도 늘어났다. 흔히 한인사회의 규모를 가늠하는 지수로 사용되는 것이 교회와 한국식당의 숫자이다. 영국에는 현재 교회가 100개를 헤아리고 한국식당이 50여개를 헤아린다. 한인신문은 주간지만 5개로 늘어났다. 인구는 3만5천에서 4만명까지로 추산한다.  이중에 주재상사원 교포는 1만-1만5천명정도, 유학생은 약 2만5천명인데 그중 5천명은 석박사과정에 있는 사람이고 나머지 2만명은 어학연수생들이다.

영국은 유럽동포사회의 새로이 떠오르는 중심이 되고 있다. 어떤 이는 유럽동포사회의 '큰집'이 독일에서 영국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영국은 급속이 인구가 늘어나는 반면에 독일에는 이민제도가 없어져 동포사회가 정체되고 있기때문이다. 새로운 인구 유입이 거의 없어 60년대 건너온 1세대와 그들의 2세대가 중심이 되고 있다.))

새로운 선거 방식의 도입은 이처럼 재영한인사회의 양적인 발전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즉 양의 증대에 따라 질의 변화가 요구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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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해말에 동시에 일어난 여행사의 대형 사기사건과 전 한인회장의 횡령사건 그리고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3년전 3명의 한국여학생 피살사건등은 역설적으로 한인사회가 일정규모 이상에 이르렀음을 드러내준다. 한인회의 한 간부가 그동안 한인회가 한인사회의 급격한 발전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지적한 것은 귀담을 말이다.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원인을 물었다.
"유학생들은 미국의 입국 규제로 입국이 어려워지자 런던으로 방향을 바꾼 사람들이다. 한인교회의 증가도 목사들의 미국입국 규제와 관련이 있다. IMF사태 당시에 한국에서 피난민이 몰려든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한인사회가 최근 들어 여러가지 사건으로 시끄러운데 대책은 있나?
"한인회 부회장을 책임자로 해서 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특히 여행사 유학원등 동종업계의 협의회를 만들도록 유도하고 있다. 여행사 하나가 사고치면 관련업종 전체가 피해를 당하니 자체 정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어 잘 될 것같다."

온건한 분위기의 신회장이 과연 이같은 난제들을 해결해 낼 수 있을까. 그 역시 영국동포사회의 사나운 풍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지난 3월초 영국의 한 동포신문에는 신회장의 학위가 진짜라는 기사가 실렸다. 지난 75년 리즈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기록을 찾아냈다는 내용이다. 이로써 신임 한인회장이 가짜 박사가 아니냐는 의문은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동안 가짜 박사라는 모함에 시달려왔다는 반증이다.

지난 4월3일 이광규이사장의 재영한인회 인사들과 간담회가 끝날 무렵 난데없이 신회장에게 지팡이가 날아들었다. 지팡이의 둥그런 끝부분이 그의 목이 걸렸다. 좌중의 모든 사람이 경악했음은 물론이다.  한 참석자가 자기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는다는 항의의 표시로 지팡이를 던진 것이다.

젊잖은 사람은 한인회 부근에 얼씬거리면 안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도 가까이 간 죄일까. 신회장은 그러나 이런 문제들 때문에 회장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 기회에 틀을 바꾸어야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인회장 취임이후 불과 석달에 불과하지만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올해 1월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한인회 사무실을 얻었다. 그 이전에는 회장이 경영하는 회사의 사무실을 한인회 사무실로 사용했었다. 그동안 한인회의 문제점으로 행사위주로 일해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제 그런 식으로 그만 하자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것에만 매달려 다른 일들을 못하니 문제다. 겉치례행사보다 공익 사업을 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자는 것을 우선하고 있다. 영국에 와서 정착하고 싶은데 정보가 없어서 고생하다가 사기당하고 이런 일이 많았다. 그래서 한인회가 이런 일을 담당하자는 생각을 했다. 우선 민원을 받는 일을 맡기로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상근직원이 전화를 받는 것만도 큰 변화였다. 하루에 10여건 이상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

당연한 것같지만 올해 만 60세의 신회장이 이만한 생각을 갖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유럽의 동포사회에서 운동권이 아니면서 이만한 생각을 갖는 사람들은 찾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신회장은 짧은 시간에 벌써 획기적인 성과 하나를 이뤄냈다. 지난 2월25일부터 대사관의 영사가 영사업무를 뉴멀든의 한인회 사무실에서 출장나와서 처리하도록하고 있는 것이다.

"뉴멀든에서 대사관이 있는 런던시내까지 다녀오려면 왕복 2시간 이상이 걸린다.  이에 반해 뉴멀든 사무실에는 이 지역 사람들은 걸어서 5-10분이면 도착한다. 그렇다면 영사 한사람이 나와서 업무를 보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나?"

지난 2월말에 김종춘?총영사가 부임해왔다. 과거처럼 공사가 겸임하는 총영사가 아니고 영사업무를 전담하는 총영사이다. 인구 증가를 한국정부도 감안한 것이다. 신회장은 새로 부임한 총영사와 의논해 전격적으로 영사사무실을 둔 것이다. 나아가서 코리아타운이 들어있는 행정구역인 킹스턴 시장을 만나 정례모임 갖고 여러 제안을 하고 있다.

"뉴멀든 하이스트리트에서 직경 10키로미터 이내에 1만5천명이 거주하고 있고 인근지역까지 하면 두배에 이른다. 이 지역에만 전체한국인중 80%이 거주한다. 코리아타운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13만명인 킹스턴 카운슬 전체 주민중 한국인이 12%에 해당한다. 소수민족중 한국인이 가장 많다. 그래서 킹스턴 시장을 정례적으로 만나 여러 문제들을 협의하고 있다.

이 지역 카운슬에 근무하는 직원만 3천800명인데 이같은 규모의 시직원중에 한국인 직원이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코리안 데스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마찬가지로 조기교육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을 위해서 교육청에도 한국인 직원을 채용하도록 하고, 아플 때 통증을 표현하는 것은 영어를 웬만큼 하는 사람도 쉽지 않다. 그래서 병원에도 한국인 직원을 두도록 하고 있다. 노인정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영국인이 운영하는 양로원에는 말이 안통해 교도소 생활하고 있다. 앞의 것들은 제안시항이지만 한인회에 3자신고센터를 둔 것은 이미 실현이 됐다. 이것은 경찰의 기능 일부를 대행하는 것으로 신고를 받아서 경찰에 전해주는 역할만을 담당한다."

신회장의 프로필이 궁금하다. 영국에 온지는 35년이 됐다. 호텔을 두개 경영하고 컨설팅 회사도 운영해 성공한 동포사업가다. 그러나 본래는 과학자이며 연구원 출신이다. 리즈대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74년 취득하고 이후 79년까지 영국의 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그뒤 3년반동안 스위스 제네바의 베텔연구소에 스카웃돼 근무했다.

"74년 재영한국과학기술자협회 만들어 초대회장을 맡았다. 당시에는 회원이 10여명에 불과했자만 지금은 1천5백명으로 늘어났다. 지금은 자문위원장으로 그러나 초대회장 맡은 이후 30년동안 절반정도의 기간동안 회장을 맡았다. 다들 열악한 조건에 있어서 서로 회장을 맡지 않으려 해서..."

한국과학기술자협회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72년 미국, 73년 독일, 74년 영국, 76년 프랑스등.연차적으로 과학기술자협회가 구성됐다. 당시 박정권이 해외고급인력을 조직화하라고 하여 당시 최영섭 초대과기처장관이 나서서 이 작업을 수행했다."

지금 하고 있는 주요 사업은 어떤 것인가.
"경영컨설턴팅을 하는 일에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다. 이외에 호텔을 두개 가지고 있는데 지방에 있는 호텔은 별세개로 직원만 45명이고 모두 영국인이고 총지배인이 관리한다. 런던시내에 있는 호텔은 별두개짜리로 이곳에는 한국인 직원도 있다. 객실수는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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