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스트라스필드시의회, '위안부'소녀상 건립 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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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스트라스필드시의회, '위안부'소녀상 건립 유보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14.04.0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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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호주한중연대 건의에 주정부. 연방정부 의견 청취후 재심의키로

스트라스필드 카운슬이 일본전쟁범죄 규탄 재호한중연대(한국측 위원장 옥상두 이하 한중연대)가 건의한 ‘위안부 소녀상’ 건립 안건에 대해 결정을 유보했다.

지난 1일 저녁(현지시간) 스트라스필스시의회는 위안부 소녀상 건립 안건에 관해 주정부와 연방 정부의 입장을 청취한 뒤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의회에선 스트라스필드 카운슬 일부 주민들과 한국, 중국, 일본 커뮤니티, 취재진 등 약 150명이 운집해 큰 관심을 나타내자 원래 회의 장소인 카운슬 회의장이 아닌 타운홀에서 시의회를 열어 한중 커뮤니티 연대의 건의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는 애들레이드에 거주하는 호주인 위안부인 잰 러프-오헌 할머니의 딸(캐롤)과 손녀(루비)가 참석했고 한국 커뮤니티에선 정병만 한중연대 한국측 부위원장을 비롯해 송석준 시드니 한인회장, 고동식 조국사랑 독도사랑 호주지회장, 김영신 재향군인회 호주지회장 등 50여명이, 중국 커뮤니티에선 동동양 시드니 중국인사업가 연합회 회장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또 일본 측에서도 호주 일본 영사관 직원을 비롯한 일본 언론들과 일본계 주민 등 30여명과 지역주민 20여명 등이 참석했다.

카운슬에선 다니엘 볼트 시장, 옥상두 부시장 등 7명의 시의원들과 데이비드 백하우스 총국장(제너럴 매니저) 등 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송석준 회장의 위안부 소녀상 건립에 관한 지지발언을 시작으로 총 찬성과 반대 각각 4명씩 8명의 발언으로 이어졌다. 송회장은 “위대한 국가는 과거의 잘못을 숨길려고 하거나 축소시키려 하지 않는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해야만 미래에 다시는 그러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2차 대전 후 독일은 침략국들에 대한 철저한 사죄와 보상을 했지만 일본은 태도가 달랐다. 지금도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주류들은 역사를 왜곡하고 신제국주의 부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한 뒤 “위안부 소녀상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고 전쟁에서 가장 인권을 유린당했던 여성의 인권을 향상시키는 상징물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중국 커뮤니티의 동동양 회장도 “소녀상은 일본커뮤니티를 겨냥한 것이 아닌 인권문제이다. 이를 통해 후세대에게 전쟁 범죄에 대한 역사 교육의 의미를 갖는다. 실제의 역사와 정의를 위해 찬성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한 일본측의 반대 의견도 발표됐다.

자신을 호주에서 태어난 일본계 UNSW 대학의 학생이라고 밝힌 청년은 “이것은 이미 70년전의 이야기이다. 소수민족들이 모여 하나의 문화를 이루고 있는 호주에서 이같은 시도는 또 다른 인종차별적 범죄를 불러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2명의 호주인들도 적극적인 반대의견을 제시하며 “미국 글렌데일에 소녀상이 건립되고 난 후부터 많은 일본계 학생들이 일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비판당하고 소수 민족들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라며 “커뮤니티안에 좋지 않은 영향력을 가져올 수 있다. 이 문제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문제이다. 왜 호주안에서 이 문제가 이슈가 되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7번째 발표자로 나선 애들레이드에 거주하는 호주인 위안부인 잰 러프-오헌 할머니의 딸(캐롤) 캐롤 러프씨는 “어머니가 겪은 이 끔직한 역사의 비극이 그냥 잊혀져서는 안된다. 한중 연대가 추진하는 호주 위안부 소녀상은 진정한 화해(reconciliation)를 위한 것이며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역사 교육의 소재가 될 것이다”라고 비교적 차분하게 분명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같은 8명의 발언 후 카운슬 의원들은 자리를 옮겨 비공개 회의를 가진 뒤 “카운슬은 위안부 여성에 대한 요청과 탄원서를 접수했음을 인지한다. 이 문제를 주정부와 연방정부에 통보하여 두 정부의 입장을 접수할 것이다.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상담을 장려하는 카운슬의 공동체 전략계획에 맞춰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입장을 접수한 후 이 문제를 심의할 것을 결정한다.”는 안건 토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같은 결과가 나오자 소녀상 건립을 지지한 한중 연대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회의 이전 한중연대는 비공식적으로 “카운슬 의원 가운데 이미 4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로 오늘 회의에서 안건 통과는 문제없다. 나머지 의원들도 안건에 대해 긍정적이다”로 밝혔었다. 이같은 분위기에 반해 일본측 지지 참석자들은 “당연한 결과다”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회의 결과 발표 후 스트라스필드 카운슬 부시장이자 한중연대 한국측 회장인 옥상두 의원은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 결과는 일단 긍정적이라고 본다. 그 이유는 한인 커뮤니티에서 소녀상을 건립할 수 있도록 스트라스필드 시청에 허락을 해 주고 부지를 제공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한 것을 시의회에서 심의를 해서 거절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 거절하지 않고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정책 가이드라인을 받아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 재심의를 하자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1단계 목표는 성취된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옥 부시장은 “일본 총영사와 싱가포르 주재 일본 언론사 특파원이 카운슬을 방문했다”고 밝히며 일본정부의 조직적인 위안부 소녀상 건립 반대 로비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스트라스필드 카운슬과 의원들에게 오는 일본 극우 네티즌들의 소녀상 건립반대 폭탄이메일이 일주일에 600통을 넘는다. 메일의 내용은 ‘일본이나 미국이나 심지어 호주까지 전세계에 매춘에 나서는 한국 여성들의 숫자가 가장 많다. 한인 여성들이 지금도 성매매하기 위해서 해외에서 이렇게 하고 있지 않느냐. 일본 전쟁 당시도 우리가 강제로 시킨 게 아니라 자기들은 돈 벌러 온 매춘부에 불과하다’는 악의적인 내용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 문제는 호주 주류 언론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1일 시드니모닝헤럴드지는 스트라스필드 카운슬에 위안부 소녀상을 세우는 것에 대해 일본 정부의 조직적인 건립반대 운동을 보도하며 “2차대전 성노예를 기념하는 조각을 세우려는 계획은 잘못된 일이다”라는 일본측의 반응을 전했다.

나와타 히로시 일본대사관 대변인은 “역사적 문제가 정치 쟁점화하거나 외교적 이슈가 돼서는 안된다”며 “호주 내 위안부 동상 건립 움직임은 일본 정부 입장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문제와 관련한 시드니모닝헤럴드의 질문에 주호주한국대사관은 "위안부 소녀상 건립 문제는 호주 내 한인 커뮤니티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일이기 때문에 대사관은 이 문제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출처 호주 탑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