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한 독일사람들도 흥분시킨 '민속한류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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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꼿한 독일사람들도 흥분시킨 '민속한류열풍'
  • 나복찬 재외기자
  • 승인 2014.03.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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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셀돌프카니발 독일인들 "풍물가락이 영혼을 만져주는 것 같다"

지난 3월 3일 뒤셀도르프 로젠몬탁 행렬에 참여한 한국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카니발 축제에 조금은 다가가기 생소했던 독일 카니발이 이제는 한인들이 그 중심에서 주인공이 된 행사가 되었다.

수많은 뮤직카펠레와 사물과 풍물, 독일전통 의상과 우리의 궁중한복과 전통복장의 어울림은 차디찬 라인강변의 바람을 따스한 온기로 바꾸며 카니발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리는 몫을 톡톡히 해냈다.

약 70미터에 달하는 한국팀 행렬은 5.5km에 달하는 행진코스가 바뀔 때마다 확성기를 통해 '코레아!! 코레아!!'를 연호케했다. 제2의 파리라는 쾨닉스 알레를 포함한 몇 구역에서는 한국팀이 시야에 들어오자"작년에 이어 참가한 한국팀이다!"라는 탄성과 함께 소개 돼 '한류'는 뒤셀도르프 카니발에서도 막강한 파워를 지니고 있음을 재확인시켜줬다.

시원하게 펼쳐진 라인강가에서 풍물패의 가락이 대기장소에서 울려 퍼지고 궁중복을 착용한 왕과 왕비와 기념 촬영하는 모습과 부채를 들고 서 있는 무용단에 접근해“오늘 단 한번의 소원”이라며 기념촬영을 요구하는 집요한 사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존트라볼타로 분장한 한 젊은이는 "풍물가락이 사람들의 영혼을 만져주는 묘한 마력이 있다"고 감탄을 했다. 김밥을 받아든 한  행렬 정리위원은 "까만 종이 같다"면서 김맛을 느끼려 애를 쓰며 먹는 모습이 익살스럽기까지 했다.

출발이 예정된 12시30분이 되자 카니발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64명으로 구성된 한국팀은 지화순 단장(랑엔팰드 풍년풍물단)의 호적을 선두로 꽹과리(윤행자 한독간호협회장)을 위시한 풍물단과 한인학교 사물단, 한인회 고전 무용팀과 도르트문트 아리랑 무용단(서정숙단장)들과 두레풍물단원들이 일심동체가 되어 굿거리 장단, 삼채, 휘모리 가락으로 완급을 넘나드는 신명나는 사물놀이 솜씨로 흥이 돋은 행렬은 누가 지시라도 한 듯 어깨 추임새로 화답했다.

어린 학생부터 60-70대의 노인세대들로 구성된 사물놀이는 악기잽이들이 춤과 놀이 동작을 곁들이며 우리민족 아니면 흉내내기 힘든 우리 고유의 장단과 가락을 손으로 몸으로 재현해 냈다. 길놀이 산대놀이에 나서는 가면과 의상을 갖춰 입은 한인들(신정은 외), 꽹과리, 징, 제금, 북,호적 등이 어울려 내는 강렬한 리듬과 장단에 흥에 겨운 춤사위로 거닐던 행렬은 취재에 나선 현지의 'Bayerisch '텔레비전으로부터 집중조명을 받았는데 윤행자씨로부터 한국팀에 대한 소개를 듣고 잠시 실황을 중계하기도 했다.

시청광장에 설치된 본부석에는 디억 엘버스 시장 내외, 독일축구협회 Wolfgang Niersbach회장, 3.1기념사업회 성규환회장, 김승하 전 레버쿠젠한인회장 등 3백여명이 한국팀의 화려한 의상과 신바람나는 풍물가락, 특히 왕족이 귀빈석 앞을 지날 때 극찬을 보냈다.

정치풍자로도 유명한 Rosenmontagszug은 ‘오바마와 스노우든’, ‘메르켈과 롤랑과 EU’, ‘추락한 ADAC’, ‘교회 빈곤재정’, ‘크림반도 위기’ 등을 급조해 선보임으로서 연도에 늘어선 수십만 관중들의 눈길을 끌었다. 맨 앞줄에 서있던 기자와 눈을 마주친 엘버스 시장은 손을 높이 들며 '야야 코레아!' 라며 사진촬영에 응하기도 했다.

뒤셀도르프 카니발 축제에서 한 몸에 찬사를 받은 코레아가 올해에도 아시아국가로서는 유일하게 초청,참가했다. 금년 카니발행사에는 전통 궁중복장의 왕(톰 인호 슈뢰더)과 왕비(한수영), 신랑과 신부(장정빈부부), 어우동과 월매, 선비와 양반 등, 제대로 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70여명 남짓한 한인들과 한인 2세들이 가두행진에 참여했는데 5천여명에 달하는 행렬 가운데 한국팀은 20번째로 입장했다.

이번 카니발은 독일의 대표적인 축제로 국영 제 1, 2, 3 티비방송 등이 생중계하는데 한국 홍보에도 큰 효과를 본 것으로 생각된다. 올해 카니발행사를 위해 뒤셀도르프에 소재한 고약국(대표 고혜영)에서는 작년의 두 배가 넘는 사탕과 과자를 대량 지원했다. 시내에 있는 하나로마트, 송죽 등 교포업소들과 그리고 서울식당(대표 여행구)에서도 수차례에 걸쳐 음식협찬을 하는 등 이번 축제에 큰 도움을 줬다. 

약 3시간에 걸쳐 5.5km를 행진하는 동안 한국팀은 긴 카니발 행렬이 정체될 때마다 군데군데에서 용이 승천하는 듯한 용트림 대형으로 흥과 함께 다이나믹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무대를 마련했다. 종착지에서도 한국 팀은 타 단체와 어울려 신명나는 뒷풀이 마당을 펼쳤으며 함께 기념찰영을 하는 여유도 보였다. 일행들은 저녁식사장소인 시내 서울식당으로 이동해 그동안 서로의 수고에 대해 아낌없는 칭찬과 감사를 나눴다.

고창원 회장은 "한국과 한국 문화홍보에 좋은 기회가 된 뒤셀도르프 카니발행사에 연례행사로 계속 참여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조금 더 많은 한인들과 한인 2세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회장은"턱없이 모자라는 한인회 예산으로 행사를 치루기는 여러 측면에서 역부족"이라며 "정부나, 현지 진출 지상사들이 국가나 기업의 홍보차원에서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여부덕 수석부회장은 지난 준비기간 동안 애 쓴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한국팀은 차량 앞면을 태극기와 독일 국기로 장식 두 나라의 친선과 우의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웃고 넘기기에는 아쉬운 에피소드도 있었다. 이날 시청광장 앞에서도 장내 아나운서가 한국풍물단이 나타나자, "다음은 야판(japan)이 입장!"이라는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 곧 바로잡기는 했지만, 사실 이 동네에서는 아시아적인 것은 다 일본 것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제법 많다. 그 가운데 하나일수 있는 그의 선입견을 탓 할 수만은 없겠다.

오래전부터 뒤셀도르프는 유럽속의 일본이라는 지역 이미지를 굳혀왔다. 그 배경에는 국가이미지와 관련된 모든 행사를 한인회와 같은 일본인 구락부가 아닌 국가차원에서 챙기며 지원한 결과이다. 일본문화의 메카로 자리잡은 뒤셀도르프,  여기에다 최근 무섭게 번지고 있는 중국문화에 밀려 설 자리가 점점 좁아가던 차이기에 이 날 한국팀의 카니발 행진은 그런 주눅(?)을 떨쳐 버릴 수 있던 좋은 계기가 되었다.

한편 Georg Schulz 뒤셀도르프시경국장은 4일 오전 각 언론에 보내 온 보고서에서 시경찰국에서는 로젠몬탁 행사에 8백명의 경찰과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예년에 볼 수 없었던 양호한 하루를 보냈다며 방문객들과 행사에 참여한 각 단체와 외국인단체에 감사한다는 서한을 따로 보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