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한국대사관 ‘SNS’ 글,'뜨거운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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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한국대사관 ‘SNS’ 글,'뜨거운 논쟁'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4.01.09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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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숙 외교활동, 비판 소지 높다" vs. "치안부재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

▲ <글로벌포스트>는 "한국 기업이 캄보디아 군대의 강제 진압을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군의 무력진압으로 5명의 사망자와 20명 이상의 부상자를 낸 캄보디아 파업과 관련해 주캄보디아 대한민국 대사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또 다른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글로벌포스트'는 한국 대사관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내용 등을 엮어 한국과 캄보디아간의 관계를 다룬 분석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 측은 지난 6일 공식 페이스북에 '캄보디아 치안 안전정보(10)'(기사 하단 전문 참고)이라는 제목으로 캄보디아 파업에 관련한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이 캄보디아 국가대테러위원장과 접촉하고 내무부·법무부·경찰청 등 정부주요기관에 우리 기업의 안전과 피해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현지 수경사령부와도 접촉해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 글의 내용을 둘러싸고 지난 이틀 동안 한국과 캄보디아 교민 누리꾼들은 대사관의 조치와 관련해 갑론을박을 펼치며 논쟁을 이어갔다.

 "한국대사관은 경총 지부인가?" vs. "현지 상황도 잘 모르면서..."

누리꾼 Dae***"캄보디아 한국교민은 모두 자본가인가? 대사관은 경총 지부인가?"라며 "한국기업들 투자이윤 보호해주는 게 한국대사관의 주임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밖에도 비판적인 반응이 여럿 나왔다.

"임금인상 요구하는 노동자들과 교섭을 해야지 왜 군대와 경찰을 부르나요?"(OO)

"지금 저걸 잘한 대처랍시고 자랑하는건가요?"(OO)

"공장에서 시위하는 노동자들 진압하겠다고 군대 불러놓고 뿌듯하십니까?"(OO)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 봉제회사 관계자로 보이는 누리꾼 이O자씨는 "외부 노조가 들어와 무단약탈하고, 공장에 투석하고, 공원을 협박해서 일 못하게 하고, 기물파손하고, 왜 파업을 하는지 아느냐""현지사정을 모르는 것 같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한 누리꾼 이O수씨는 '노조탄압'이라는 단어에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캄보디아 현지의 노동 스탠다드(조건)은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상위권이며 국제노동기구(ILO)와 바이어들의 현장실사를 받는 만큼 노조나 인권탄압은 없다"고 강조했다.

전망에 대해서도 이O수씨는 "(인건비 상승으로) 공장을 옮기면 기간산업이 없는 만큼 경제가 곤두박질치게 되며 현실화는 공감하지만, 이미 80불에서 100불로 25% 인상하기로 했다""대사관에서 총질을 하라고 압력을 넣은 적은 없으며 한국기업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대사관의 입장을 옹호했다.

이 누리꾼은 "정말 이들을 위한다면 동남아에서 생산되는 저가 티셔츠만 찾는 행태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노동자들의 임금에 대해서는 언급하면서 10년째 제자리인 티셔츠 가격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느냐"고 반문했다.

▲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남부 공단 한국봉제공장의 조업 장면.
 

논란이 되는 부분은 '군이 우리 업체에만 보호조치 수행'

이에 대해 누리꾼 Dae***"이 글(대사관 페이스북 게시물)에 항의 댓글을 단 사람들은 노동자들의 파업이 정당한가 아닌가의 문제를 따지러 들어온 사람들이 아니라, 폭력진압에 한국 대사관이 '한국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어떻게 관련이 돼 있는지에 대해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는 뻔뻔함과 무지함에 항의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현재, 한국대사관이 올린 페이스북 내용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특히 수경사령부에 우리업체와 동반 방문하여 실상을 전달하였으며 그 결과에 따라 방화나 약탈에 대비하여 군이 카나디아 공단 내 기업중 우리 업체에 대해서만 직접 보호조치를 수행하고 있습니다'라는 대목이다. 외교부 등 정상적인 외교 루트를 택하지 않고, 대사관이 군에 교민기업의 안전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 비판이 일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캄보디아 전문연구누리집인 '크메르의 세계'"초강대국인 미국이나 중국도 캄보디아 군대를 특별한 경로로 접촉해서 자국민이나 자국기업을 보호해달라고 하지 않는다며, 상식이 있는 외교관이라면 이런 활동이 있었다손 치더라도 외교관계상 비밀로 유지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 누리집은 "(교민)기업만 국민이 아니며, '국격'을 걱정하는 국민들도 많다"고 전제한 뒤, "대사관은 총체적인 관점에서 해외체류국민의 생명과 제산을 지켜야 하지만, 기업의 노무부서 업무를 대신해주라는 말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현재까지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캄보디아 파업을 둘러싼 논쟁은 뜨겁다. 캄보디아 파업이 진정국면에 들어갔음에도 5000여 명이 거주하는 캄보디아 한국 교민사회는 파업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사그라지지 않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교민들 사이에서도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난무하고 있는 상태다. 대사관의 조치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지만, '생명의 위협마저 느끼는 치안부재 상태에서 대사관의 조치는 어쩔 수 없는 성격의 것이었다, 교민과 교민기업의 안전을 위해 잘한 일이다'는 평가도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노동탄압의 주범인양 매도하고, (헌병대)이 민생치안 등 경찰의 역할도 병행하는 현지의 특수한 실정을 모른 채 한국언론에 보도된 내용만을 갖고 평가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은 8일 페이스북 계정에서 논란이 된 글을 삭제했다. 이와 함께 누리꾼들의 댓글도 사라진 상태다.

 

<전문>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이 올린 치안 안전정보(10)

안녕하십니까, 교민여러분.

무엇보다 최근 캄보디아 정국상황과 관련하여 노심초사하시는 교민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대사관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직접 현장에서 고통을 받고 계신 분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우리 대사관에서 조치한 사항을 간략히 정리해 드리면, 사태발생 초기에 우리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하면서 조속한 업계 정상화를 위해 각별한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하는 대사명의 서한을 훈센총리에게 발송하였으며, 총리에게 일일보고를 하는 국가대테러위원장과 접촉하여 현 상황이 외국인투자자에게 미치는 깊은 우려를 전달하였습니다. 이로써 주재국 정부당국이 금번 상황을 심각히 고려하고 신속히 대처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야당의 삼랑시 대표에게도 우리기업들의 우려를 대사명의 서한으로 전달하여 삼랑시 대표로부터 현 상황의 평화적 비폭력적 법적 민주적 해결 입장과 함께 자신도 외국인투자의 중요성을 십분 이해하고 있다는 설명을 회신 받았습니다. 내무부, 법무부, 경찰청으로도 우리업체 및 근로자들의 안전보호를 위해 협조를 요청하는 공한을 발송했습니다. 실질적인 조치로는 군 및 경찰당국과 우리 업체보호를 위해 긴밀히 협조해 오고 있는 바, 특히 수경사령부에 우리업체와 동반 방문하여 실상을 전달하였으며 그 결과에 따라 방화나 약탈에 대비하여 군이 카나디아 공단내 기업중 우리 업체에 대해서만 직접 보호조치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사관은 앞으로도 우리 교민여러분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헤쳐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만, 대사관이 정부기관으로 특성상 공신력있는 정보를 전해야 하고 주재국 정부와의 관계도 감안해야 하기에 정보전달이나 입장 표명에 신중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