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자의 구텐탁, 동백아가씨' 폭발적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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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의 구텐탁, 동백아가씨' 폭발적 인기
  • 우리신문
  • 승인 2013.11.1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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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 조영남, 2PM, 도이칠란트서 교민 1~3세대, 현지인들까지 하나로

한독수교 130주년, 광부․간호사 파독 50주년 특별공연이 지난달 26일 오후 6시 프랑크푸르트 야훈더어트할레Jahrhunderthalle 공연장에서 MBC(문화방송) 주최로 열렸다.

‘이미자의 구텐탁, 동백아가씨 (Guten Tag , Frau Kamelie’)란 이름이 붙여진 이번 공연은 초대권 2,400장이 예약 시작 3시간 만에 동이 났고 인터넷 서버는 다운됐으며, 공연장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만석을 이루는 대성황을 이뤘다. 먼 곳에서는 버스를 대절해 단체로 관람을 온 이들도 많았으며, 공연 서너 시간 전부터 공연장 입구에서는 희잡을 쓴 여학생 등 수십 명의 외국인 젊은이들이 ‘2PM’ 환영 피켓을 들고 입장을 기다렸으며, 길게 늘어선 청사초롱이 이들을 반겼다.

공연을 주최한 MBC 김종국 사장은 인쇄물을 통해 “이번 공연은 1960년대 초, 극심한 실업과 가난으로 먹거리조차 해결하는 것이 힘들었던 시절, 조국의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었던 파독 근로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도이칠란트에 거주하는 교민들의 향수를 달래기 위해 마련했다”며 “무엇보다도 파독근로자들이 일군 대한민국의 현재를 선물해드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1960~70년대 국민가수 이미자, 1970~80년대 통기타 스타 조영남, 그리고 세계 속에 한류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K-POP스타 2PM이 만나 세대를 아우르는 무대로 꾸몄으며, 도이칠란트거주 한인합창단, 한인어린이 합창단, 한인현악연주자들도 함께 했다”면서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문화의 다양성을 만끽하고, 이번 공연을 계기로 화합과 공감대를 넓혀 가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길, 한국과 도이칠란트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파독 근로자 여러분은 우리 대한민국이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에 머나먼 도이칠란트에서 가족과 조국을 위한 길에 앞장섰습니다. 조국을 일으키는 데 초석이 됐던 귀한 땀방울을 저와 대한민국은 결코 잊지 않습니다.” 공연은 박근혜 대통령의 영상 축사로 시작되었다. 무대 뒤 대형화면에는 1964년 파독 광부들이 일하던 함보른 광산을 찾은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파독 광부․간호사들의 모습과 더불어 광산근로자들이 지하 1,000여 미터 갱도에서 일하는 모습, 병원에서 근무하는 파독간호사들의 모습 등이 비춰져 참석자들을 숙연케 했다. 
 
이어 신동호 아나운서의 소개로 ‘엘레지의 여왕’, 국민가수, 트로트 역사의 산증인인 이미자씨가 무대에 올랐다. “여러분의 업적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잘살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같은 시대 사람입니다. 1963년 여러분들이 김포공항을 통해 떠나는 모습과 고생하시는 모습을 매스컴을 통해 모두 봤습니다. 그 시대의 어려움을 같이 경험한 사람으로서 더욱 여러분들을 위로해드리고 싶은 심정 간절합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하는 이 공연은 제게 가장 중요한 시간입니다. 혼신을 다해 노래하겠습니다.”

감격에 젖은 목소리로 인사를 마친 그가 첫 곡으로 '동백아가씨'를 부르자, 백발이 성성한 파독 광부, 간호사들은 연신 훌쩍이며 눈물을 훔쳤다. 1964년 발표된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는 먼 이국땅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던 근로자들의 눈물이자 위안이 되어 교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내년이면 데뷔 55년이 된다는 이 씨는 이날 73세의 고령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청정하고 안정된 음색으로 ‘아씨’ ‘황포돛대’ ‘울어라 열풍아’ ‘기러기 아빠’ ‘여자의 일생’ ‘흑산도 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등 20여 곡을 부르며 관객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좌중에는 이 씨의 혼신을 다한 듯한 열정의 노래에 50여 년 한이 녹아 내리듯 주루륵 눈물을 흘리는 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어 등장한 조영남씨가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물레방아 인생’ ‘보리수’ ‘딜라일라’ ‘화개장터’ 등을 노래부르며 만능엔터테이너의 면모를 과시하자 객석에서는 웃음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미자․조영남 두 사람이 천상의 하모니를 이루며 함께 부른 ‘백치 아다다’와 ‘라 팔로마(La Paloma)’는 관객들에게 또 다른 음악의 세계를 선사했다. 조 씨가 마인츠․칼스루에 한인합창단과 현지에서 활동하는 두 한인성악가와 함께 부른 ‘향수’는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일리야’ 노랫말 따라, 나그네 된 파독 근로자들을 고향으로 이끌었다.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자칭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가객으로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것으로 알려진 조영남 씨는 이 날도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한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객석의 경계를 넘나들며 교민뿐만 아니라 도이칠란트 현지인들까지 춤추게 만들었으며, 녹화 방송의 잇점을 최대한 활용해 2,400명 관객의 자연스런 기립박수까지 연출하는 영리함까지 보여줬다. 
 
이어 한류스타인 아이돌 그룹 2PM이 무대에 올라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한민국의 현재'를 보여줬다. 국민소득 80~100달러시대에 젊은 나이로 조국을 떠난 파독 근로자들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의 Jun. K, 닉쿤, 택연, 우영, 준호, 찬성 등 6명의 2PM 젊은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참’ 그 자체였다. 그들의 궁기 없는 얼굴과 잘 발달된 근육, 주저함이나 막힘이 없는 태도는 바로 조국 번영의 상징이었으며, 조국에 대한 희망과 긍지였기 때문이다. 2PM이 무대에 오르기가 바쁘게 젊은 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앞다퉈 자리를 박차고 무대가까이로 몰려들었으며, 자리에 앉아있던 관객들은 세대를 초월해 핸드폰으로 2PM을 촬영하기에 바빴다. 도이칠란트에서 교민 위주로 펼쳐진 행사에서 이처럼 많은 핸드폰이 동원되어 어둠 속의 작은 등불처럼 반짝였던 때가 또 있었던가!

2PM이 ‘이 노래를 듣고 돌아와’ ‘하.니.뿐.’ ‘Heartbeet’ 등 4곡을 좀비춤 등 다이나믹한 춤 솜씨와 함께 선보이자 여기저기서 괴성에 가까운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이미자 씨가 2PM과 함께 ‘열아홉 순정’을 부르자, 관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치켜들고 열광했다. 사실 이미자 씨 공연에 아이돌 그룹이 함께 한다고 처음 알려졌을 때만해도 아이돌그룹 초청으로 그리 성공을 거둔 경험이 없는 교민사회에서는 “신세대와 함께 하는 그 공연이 과연 성공할까?”하는 염려 섞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염려는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이날 확실히 보여줬다. 한인 젊은 세대는 물론 교민1세대와 외국인인 현지인들까지 호흡을 맞춘, ‘완전 하나’ 된 공연이었다.

한편 이날 공연에서는 파독 근로자로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권이종 전 한국교원대 교수, 남해도이칠란트마을의 김두한․이경자 부부, 황보수자 전 인제대 교수, 박현태 씨 등을 인터뷰하여 도이칠란트에서 파독근로자로 겪은 애환을 영상을 통해 보여주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태어난 지 10개월 밖에 안된 아이와 남편을 한국에 남겨두고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내려 파독을 선택했다는 황보수자 씨의 이야기는 당시 상황을 가장 리얼하게 그리며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황보수자 씨는 그러면서 아이가 보고싶고 고향이 그리워 자주 우는 자신을 아기의 선물까지 챙겨주며 친부모형제처럼 따뜻하게 돌봐준 도이치인 수간호사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며 울먹였다. 황보수자 씨는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그 수간호원과 편지를 주고받았으나 그동안 세월이 흘러 서로 연락마저 끊겨 그리움이 더욱 간절하다고도 했다.

이때 무대 위에서 극적 상황이 펼쳐졌다. 황보수자 씨가 깜짝 등장해 수간호원이던 힐더가드 누어누스(Hildergard Nurnus) 씨의 이름을 부르자 무대 아래에서 누어누스 씨가 주위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 위로 올라온 것이다. 그렇게 37년 전 20대 한국인 간호사와, 30대 도이치인 수간호사는 70대, 80대 할머니가 되어 무대 위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이를 지켜본 관객들 또한 박수로 두 사람의 해후를 축하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누어누스 씨는 감격에 겨운지 두 손으로 잡은 황보수자 씨의 손을 놓을 줄 몰랐으며, 황보수자 씨는 한복을 입고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있는 대형액자를 누어누스 씨에게 선물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다시 선 이미자 씨는 한인연합합창단, 프랑크푸르트한국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강변살자’ ‘오빠생각’ 등 4곡을 불러 이번 공연을 교민 3세대까지 아우르는 축제로 승화시켰으며, ‘내 삶에 이유 있음은’, ‘섬마을 선생님’, ‘노래는 나의 인생’으로 특별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고자 했다. 그러나 공연이 끝났음에도 관객들은 자리를 뜰 줄 모르고 끊임없이 기립 박수를 보내며 앵콜을 요청해 이미자씨는 다시 한 번 ‘동백 아가씨’를 선사했다. 그리고 아쉬운 듯, 동포들을 이곳에 남겨두고 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듯, 이미자 씨는 “같은 시대 그 아픔을, 그 느낌을 알기 때문에 .... , 아쉽습니다. 그리고 또 아쉽습니다. 여러분들의 노고를 절대 있지 않겠습니다... .”라며 목이 메인 작별인사를 하고는 또 ‘서울이여 안녕’을 부르면서 끝 소절의 “안녕, 안녕 서울이여 안녕”을 “안녕, 안녕 도이칠란트여 안녕”으로 바꿔 불렀다. 모두들 아쉽고 또 아쉬웠지만 전체 출연진과 관객이 다함께 하나되어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민요의 하나인 ‘아리랑’과 '애국가'를 부르는 가운데 장장 3시간에 걸친 “이미자의 구텐탁 동백 아가씨” 공연은 막을 내렸다.

이날 공연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에서 대한민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정문헌, 조명철, 정청래 의원과 방송문화진흥회 김문환 이사장, 정수장학회 김삼천 이사장 외 여러 관계자들과 김종국 MBC사장이 참석했고, 도이칠란트에서 주 도이칠란트대사관 김재신 대사,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 한원중 총영사, 쾨니히슈타인시의 레온하르트 헬름 시장과, 헤센방송국의 유어겐 레들링어 본부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특히 이번 공연을 취재하기 위해 도이칠란트 시사주간지 슈피겔, 일간지 디벨트, FAZ지는 물론 ARD 등 도이칠란트 언론이 총 출동했으며, 특히 슈피겔지의 토비어스 랍 기자는 "무엇보다 파독 근로자들을 잊지 않고 아름다운 콘서트를 마련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었다. 사람을 수출하던 대한민국이 음악을 수출하는 문화강국이 되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오늘날 한국 음악은 한국의 휴대전화와 쌍생아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근로자 파독 50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는 1963년에 건립돼 올해로 50년이 되는 야훈더트 할레에서 공연했다. 또한 SPC 삼립식품이 이번 공연을 위해 3천 여 개의 크림빵을 도이칠란트로 공수했는데, 이 삼립 크림빵은 50년 전 파독 첫해인 1963년에 출시됐다. 절묘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방송은 한국시간 지난 8일 오후 10시(도이칠란트 11월8일 오후 2시)에 방영됐다.

우리신문 조숙현, 이순희,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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