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동포사회 최초 생물학 박사 탄생
상태바
아르헨티나 동포사회 최초 생물학 박사 탄생
  • 계정훈 재외기자
  • 승인 2012.09.04 0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승민 박사, UBA서 거머리 신경세포 연구로 학위 취득

아르헨티나 동포사회 최초로 생물학 박사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지난 7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UBA)에서 ‘스파이크 없는 Hirudo 거머리의 신경신호 확산(Propagacion de senales en una neurona Non Spiking de las sanguijuelas Hirudo sp.)’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민 1.5세대인 양승민 씨(32·사진).

한인타운에서 식품점을 운영하는 송혜자 씨와 작고한 故 양희선 씨의 자녀인 양 박사는 지난 1985년 다섯 살 적에 부모를 따라 아르헨티나에 이민했다.

어릴 적부터 자연과학 분야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다는 양 박사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중학교를 졸업하고, 후안 말다세나 박사(프린스턴 대학교수), 레오나르도 파리꼬브 박사(버클리 대학 교수) 등 세계적인 물리학자를 배출시키고 핵물리학으로 유명한 바릴로체의 명문 발세이로 대학(Instituto Balseiro)에서 전산물리학(Fisica computacional)을 전공하고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가 2007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에서 생물학 박사과정을 밟게 된 것은 발세이로 대학 시절 한 여교수로부터 신경세포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물리학 및 생물학, 전산학이 연관된 새로운 분야 신경과학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 동기가 된다.

양 박사의 논문은 대부분의 신경세포가 스파이크라는 신호를 통해 다른 신경세포에 전달됨에 비해, 빨아들인 혈액이 응고되지 않게 하는 히루딘이라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Hirudo 거머리가 스파이크 신호 없이 신경조직에 전파해 나간다는 중요한 연구조사 내용을 담고 있다.

양 박사가 박사과정을 밟으며 느낀 가장 큰 애로사항이 바로 아르헨티나에서는 구할 수 없는 Hirudo 거머리를 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과정에서의 복잡한 세관 절차와 며칠 세관에 묶어두면 거머리들이 하나둘 죽어 사용이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거머리의 신경조직은 제일 간단하기 때문에 복잡한 신경구조를 이해하는데 기본이 된다는 양 박사는 신체 절단으로 인해 혈액순환이 안 될 때 거머리를 이용한 물리치료로 혈액순화를 정상화한 예와 나쁜 피를 빨아내는 의료적인 용도, 손상된 피부를 복원하는 피부미용에 사용되는 예를 설명하기도 했다.

박사학위를 받는 날 부인 미카엘라 씨가 첫 아기(노아)를 순산해 인생에 있어 이중으로 기쁜 날이었다는 양 박사는 “2004년 어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려운 이민생활에서도 열심히 학업을 뒷바라지 해주신 어머님의 지극한 정성이 없었다면 박사학위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모든 공을 어머니에게 돌렸다.

끊임없는 학구열에 불타는 양 박사는 현재 박사후기과정(Post Doctorado)을 밟고 있고, 기회가 된다면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자연과학 분야가 앞선 나라에서 연구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