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감독, '임수경'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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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감독, '임수경' 재조명
  • 계정훈 기자
  • 승인 2012.04.10 09:2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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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남쪽의 젊은 여인' 제작…영화제 출품

1989년 남한의 한 여대생이 북한을 몰래 방문해,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한 사건 이 벌써 20년이 지났다. 당시 외국어대학교 4년생으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로 파견된 임수경 씨. 한국정부의 눈을 피해 일본과 독일 베를린을 거쳐 평양에 도착했고, 40여일간 북한 전역을 누비고 다니며 당찬 언행으로 “조국은 하나다”라고 외친 후, 민간인으로써는 처음으로 휴전선을 통해 남한에 돌아와 남과 북 모두에 큰 충격과 흥분, 긴장과 감동을 던져준 임수경 씨의 다큐 ‘남쪽의 젊은 여인(Chica del sur)’이 아르헨티나 감독에 의해 제작돼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독립영화제(BAFICI) 국제경쟁부문에 출품됐다.

▲ La Chica del Sur의 한 장면
다큐를 제작한 호세 루이스 가르시아 감독은 19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해 당시 임수경의 행동과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아 주시하게 됐고, 그 후, 그녀에 대한 자료수집 및 수차례에 걸친 인터뷰 시도 끝에 작년 서울에서 임수경을 만나는데 성공했다.

2만여 명이 모여든 이 행사는 공산국가뿐만 아니라 전세계 좌파 단체에서 거의 반수이상을 차지했고, 아르헨티나에서는 좌파 정당에 소속된 가르시아 씨의 형이 참가하기로 돼 있었으나 개인사정으로 정치이념과는 전혀 무관한 동생을 파견하게 된 것.

▲ 호세 가르시아 감독
개인적으로 임수경에 대해 전혀 모르는 가르시아 씨는 그때부터 그 녀에 관한 다큐를 제작해 보겠다는 생각이 항상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2004년부터 약 3년간에 걸쳐 영어권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며 임 씨에 대한 자료수집에 나섰다.

북한 방문시 북한주민들은 매우 친절하게 대해주었지만, 북한 전역이 너무 군사화 돼 있는 점에 거부감을 느꼈다는 가르시아 감독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방문해 남쪽엔 미군을 보았고, 쌍방이 경계선을 가운데 두고 경비 선 모습을 보았을 때 비로써 남북한 분단의 상처를 실감하는 느낌이었다”면서 “다큐에는 정치적인 이념을 떠나 유토피아를 꿈꾸고 평화통일을 지향한 임수경의 인간적인 내면을 조명했다”고 밝혔다.

가르시아 감독이 임수경과 접촉을 시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 후 귀환하자마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 1992년 12월에 가석방돼 풀려났고, 1999년 사면 복권된 임수경은 2003년 영어 연수를 받으러 필리핀에 갔던 아들이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을 당해 충격을 받아 슬픔에 빠져 있던 시기로 외부, 특히 언론과의 접촉을 거절했다.

가르시아 감독이 첫 E-메일을 보냈을 땐 냉정하게 거절당했지만, 수차례의 시도 끝에 결국 임수경은 인터뷰를 수락해 가르시아 감독은 교민 김알레한드로 씨를 통역으로 앞세우고 작년 서울을 방문했다.

임수경 또한 작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해 가르시아 감독을 만났다. 방북 당시 행사에 전세계 수많은 인원이 참가해 북한당국의 비디오 촬영통재가 불가능한 상태여서 촬영이 자유로웠다는 가르시아 감독은 그가 촬영한 영상과 미국에서 구한 동영상을 합성해 제작 중인 다큐를 임 씨에게 보여주었는데 임 씨는 자신이 연설하는 모습과 한국에선 전혀 볼 수 없었던 장면 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자신은 어느 정당에도 소속돼 있지 않은 진보주의자라고 소개하는 가르시아 감독은 “아르헨티나 군정독재 시절을 상기하며 북한의 독재 군사화 체제에 거부반응을 일으켰고, 남한 또한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 하지면 양쪽을 다 존중하며 언젠가는 쌍방간의 문제를 해결할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르시아 감독은 아울러 영화를 한인사회에 보급시키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평통또는 문화원과 협의를 해 볼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상업광고나 MTV 뮤직 비디오 등을 주로 제작해 온 가르시아 감독은 대표작으로 떨레꼼의 "La llama que llama", 파블로소 까딜락스의 "La Vida"(MTV 2000 수상작) 등을 들 수 있고, 2005년 BAFICI에서 그의 장편영화"Cándido López, los campos de batalla"로 대중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남쪽의 젊은 여인’은 12일 저녁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쇼핑 아바스또 Hoyts 극장에서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