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평생 의궤연구에 바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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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평생 의궤연구에 바친 삶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1.11.25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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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유학 한국 여성 1호 '고 박병선 박사' 국립묘지 안장

외규장각 의궤 반환,  직지심체요절 연구 등  지대한 업적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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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더미 속에서 외규장각 의궤를 찾아내고,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본이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고 박병선 박사. 프랑스에서 한국 독립운동사를 연구한 그의 업적은 “해외에서 우리 역사의 문화적 진실을 밝혀낸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1928년 서울에서 출생한 고 박병선 박사는 서울대학교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1955년 한국 여성 최초로 도불 유학길에 올랐다. 프랑스 파리 제7대학에서 역사학박사를 취득한 뒤 1967~1980년까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근무하며 ‘직지’와 외규장각 의궤 297권을 최초로 발견해 세상에 알렸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한 귀퉁이에서 ‘직지’를 발견한 고 박 박사는 이것이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서 금속활자로 인쇄됐다는 점을 증명해 냈다. ‘직지’가 유네스코로부터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책”으로 “소재가 해당국가에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세계기록으로 선정” 된 유일한 사례가 되도록 한 것도 그였다.

그의 또 다른 업적인 의궤반환 과정도 ‘21세기 독립운동’에 다름 아니었다. 30여년 동안 외규장각 의궤 연구에 매달려 이를 세상 밖으로 꺼내고자 한 그의 추적과정은 ‘파란 책속에 묻혀 사는 여성’이라는 그의 별명에도 표현된다. 작은 체구에 큰 의궤책에 몸을 묻고 살았던 고 박 박사는 열정은 뜨거웠다. 개인 골동품까지 팔아가며 연구비용을 조달했던 고 박 박사는 결국 사실상 한국에 외규장각도서 존재를 알렸다는 이유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부터 해고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결혼도 포기하고 한국에서의 교수직 제의까지도 거절하며 온갖 박해와 설움 속에서 반평생을 의궤 연구에 몸바친 고 박 박사의 고귀한 연구열정은 올 6월 외규장각 의궤의 고국반환이라는 국가적 과업을 이뤄내고야 말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에 대해 “단순한 문화재의 반환이 아닌 조선이라는 국가의 공식문서 반환이라는 역사적 명분으로 앞으로 우리나라와 프랑스 등 선진국 간 미래를 위한 신국제관계를 형성한 초석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24일 고 박병선 박사의 유해를 국립묘지에 안장하기로 결정했다. 문화부는 “고인이 국가·사회에 현저하게 공헌한 업적을 인정해 국립묘지 안장을 의결했다”고 전했다.

고 박 박사의 장례식은 25일 오전 파리외방선교회에서 진행됐다. 고인의 유해는 이달 안으로 국립서울현충원 충혼당에 안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