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 을 위해 뛴다
상태바
‘한상’ 을 위해 뛴다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1.11.08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상, 이 사람] 이정현 재호한인상공인연합회장

올해로 32년의 역사를 맞는 재호한인상공인연합회. 이정현 호주 선샤인 그룹 회장은 지난해부터 15대 회장에 취임해 운영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을 만난 것은 지난 달 1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였다. 그는 현재 월드옥타 소속 회원은 아니다. 그런 그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성대하게 열린 월드옥타 주최 한인경제인대회에 참석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한인경제인들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죠. 그들과 만나서 교류하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환대를 해 주시니 고마운 일입니다”

시드니에는 현재 월드옥타 시드니지회와 재호상공인연합회 등 2개의 한인경제인 단체가 활동 중이다. 두 단체는 자주 의견을 교류하며 우의를 다져왔다. 이번 이정현 회장의 한인경제인대회 방문 역시 월드옥타 장익재 시드니지회장의 적극적인 초청으로 이뤄졌다.

유머와 패션감각 넘치는 ‘한상’

이정현 회장은 유머가 있고 패션감각이 눈길을 끄는 ‘한상’이다. 애초에 호주에 정착할 당시 한국에서 들여온 의류로 기반을 다진 덕분이다.

1980년대만 해도 이정현 회장이 가족과 함께 모국에 돌아올 때면 친지들이 모두 함께 이 회장 일가를 백화점에 데려갔다고 한다. 그 정도로 볼품없는 차림을 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그런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국 고유의 브랜드를 들여간 것은 제가 처음이예요” 이정현 회장은 이렇게 당시를 회상한다. 패션에 그다지 많은 돈을 쓰지 않는 호주인들이기에 이 회장의 시도는 모험처럼 여겨졌다. “그때의 호주인들은 옷이 있어도 차려 입을 줄을 몰랐어요. 격식 있는 문화가 아니었죠. 그런 문화에 있다 보면 한인들도 마찬가지가 돼요. 비싼 옷을 사도 입고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죠”

1995년 한국의류를 처음 호주에 수입했다는 이정현 회장. 현지인들과 체구가 달라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찾기 어려웠던 아시안계들이 이 회장이 들여오는 옷에 관심을 가졌다.

좋은 옷을 입을 기회가 필요했다. 패티김 등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는 콘서트를 마련하기도 했다. 한인들에게 비싼 옷을 입을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사실상 첫 한류가 흐른 것이다.

1990년대 중반 본격적인 한류열풍의 바람을 탈 수 있었다. 호주인들은 한류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현지의 중국인들은 한류에 열광했다. 이 회장은 기회를 잡았다.

“그렇게 성공할 줄 몰랐다는 말을 들었어요” 이정현 회장은 수줍은 소년처럼 미소를 지었다.

2000년대 중반. 이정현 회장은 한식당 사업에 도전했다. 한국에서 직접 물건을 공수하는 것이 외부여건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번화가에 3~40개 테이블을 둔 그의 숍은 한식 갈비구이를 주메뉴로 하는 전통 한정식집이다.

“개업날 계단을 내려갈 수 없이 줄 선 손님들을 보고 ‘됐다’고 생각했다”는 이정현 회장은 이후 사업에 대한 몇가지 원칙을 세웠다. “확실한 투자와 주기적인 내부 매뉴얼 진화가 중요하다”는 그는 자신의 성공 뒤로 무수한 한식당들이 시드니에 입성하도록 하는 주요한 역할을 했다.

“한상대회 만족도 제고해야”

32년 역사의 재호한인상공인연합회는 시드니한인회와 그 역사를 겨룰 수 있을 정도로 전통을 자랑한다. 이민 역사를 함께해 온 경제인단체인만큼 한인사회에 기여하려는 의지도 크다. 120명 정도 규모의 이 단체는 각종 장학사업, 차세대동포 모국연수, 한인입양인 모국체험 프로그램 등 행사에도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해외에 살다보면 한인들이 모여사는 지역이 생기게 마련이고, 자신들의 권익을 도모하기 위한 단체가 생기게 마련이잖아요. 이 지역 한인상공인들의 권익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가 재호상공인연합회예요”

이번 외유에도 여러벌의 옷을 챙겨 왔다고 이정현 회장은 귀띔했다. 그러고보니 일정이 만만치 않다. 쿠알라룸푸르에서 한인경제인대회를 참관한 뒤 부산의 한상대회에 들러 한상들과 교류하고, 이어 곧장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제 10차 세계한상대회를 앞두고 이정현 회장은 고민이 많아 보였다. 한상대회 운영위원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호주의 한상대회 참석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지난해까지 시드니 지역은 호주한인상공인연합회를 통해 한상대회 참가를 신청하는 한상이 10명 남짓은 됐다. 하지만 올해 한상대회 개최 직전까지 이정현 회장을 통해 파악된 한상대회 참가자는 없었다. 정작 한상대회가 개막한 후 시드니 지역 참가자는 이정현 회장을 포함해 3명에 불과했다.

“한상대회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이라고 이정현 회장은 설명한다. 그리고 그 같은 불만에 주최측과 운영위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식품관련 세미나가 열린다고 합시다. 학계 참가자나 종사자는 있는데 당국자는 없어요. 해외에서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한상이 참여해도 당국의 조언이나 책임있는 설명을 들을 수는 없죠. 한상대회가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최근 해외한식당네트워크 지원을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총체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정현 회장의 의견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서울에 모처럼 여행 삼아 다녀오겠다는 생각을 갖는 한상은 더 이상 없어요. 의미 그 이상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입니다”

11월 2일. 부산에서 또다시 이정현 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있던 그는 마침 발언기회를 얻어 발언에 나서고 있었다.

“재외국민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무의미한 인사를 반복하는 행사로 진행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한상들이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로, 우리 한상대회가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서글서글한 웃음 뒤에 날카로운 비판정신을 가진 한상, 이정현 회장. 그가 생업도 뒤로한 채 한상들을 좇는 이유. 그만큼 한상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