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옹에 한국 열풍을 일으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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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옹에 한국 열풍을 일으키겠어요”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0.09.0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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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선 신임 리옹한인회장
한인 인구가 고작 1,000여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프랑스의 작은 도시 리옹. 하지만 정기적으로 문화예술인 및 사회적 저명인사들이 모여드는 고풍적인 외곽 도시이기도 하다.

리옹의 한국음식점 ‘미나네’는 리옹에서 열리는 굵직굵직한 대외행사의 외빈들이 두루 찾는 명소다. 문을 열면 들려오는 밝고 경쾌한 직원들의 인사와 동양적인 정서가 물씬 느껴지는 메뉴들이 ‘미나네’가 자랑하는 부분이다.

“굳이 한국음식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는 않는다”는 ‘미나네’의 대표 장미선 씨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한국음식이) 천천히, 스미듯이 고객들의 기호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작지 않은 규모의 레스토랑 ‘미나네’는 리옹의 한국음식 열풍이 서서히 발화되고 있는 진원지이자 얼마 전부터 현지 한인사회를 한 데 모으는 중점적인 기지 역할까지 맡게 됐다. 대표인 장미선 씨가 리옹한인회의 회장으로 취임했기 때문이다.

장미선 씨는 지난 5월 21일 30여명의 한인회 임원이 직접 혹은 위임장을 통해 참여한 선거에서 회장으로 선출돼 2012년 8월까지 한인회장의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한인회 사무실을 마련할 생각이예요. 지금은 제 레스토랑에서 모임을 갖거나 할 수밖에 없죠.” 여느 중소한인회들이 자주 겪게 되는 애환이 장미선 회장의 설명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지만 장 회장에게서는 젊은 여성 특유의 활기와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장미선 회장은 한동안 무기력함과 복잡한 문제들 속에 갇혀 제 구실을 하기 어려웠던 리옹한인회의 바통을 이어 받으며 한인회의 원로라고 할 수 있는 전직 임원들로부터 약속을 받았다고 한다.

과거 한인회에 어떤 문제나 오해들이 있었다면 그런 것들에 대해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 다만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일들에 대해 고민하고 힘을 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 임원들 간의 오해나 불만들, 그런 것들로부터 비롯됐던 문제들에 대해서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거나 매달리지 않을 생각이예요. 우리는 오히려 많은 해야 할 일들이 있으니까요. 한인회 사무실을 마련하고, 한인회지를 발간하고, 한인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의 계획들을 구상하고 있어요.”

약점 투성이 이민초년생이 어엿한 사업가 되기까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강조하는 장 회장에게 리옹한인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은 그 각각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한인회의 미래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무작정 건너왔던 리옹 행에 대해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약점 투성이의 이민자였다고 설명하는 장 회장은 지난 10년여의 시간 동안 겪었던 온갖 성공과 좌절의 시간들을 통해 미래를 설계한다.

“월급을 떼먹거나, 약속한 것을 이행하지 않는 사람, 나를 속이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있었죠. 물론 그런 일들을 생각하면 분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해요. 하지만 가장 속상한 것은 그런 일들 때문에 그 사람을 잃게 된다는 거예요. 이민생활에 있어서 제게 가장 중요한 재산은 사람이거든요.

한인회 내부의 갖가지 불안요소들을 잠재우기 위해 장 회장은 취임 후 지난 2개월 동안 살뜰하게 한인회 임원 및 한인사회의 일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새 한인회의 비전을 설명하고 계획들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그와 동시에 장 회장은 이미 적지 않은 계획된 사업들 역시 수행하고 있다. 한인업소들의 후원과 광고를 받아 첫 한인회지를 이달 발행했으며, 한인회사무실 임대 건에 대해서도 한인사회 내에서 논의의 물꼬를 튼 것이다.

장 회장의 머리속은 어떻게 하면 한국의 전통문화를 인상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한인 페스티벌을 마련할 것인가로 가득하다.

이미 취임 후 첫째 달인 지난 6월 5일 리옹의 대표행사인 리옹 세계 영사 축제를 통해 한국 문화를 일부 소개한 바 있는 장 회장의 사기는 충천해 있었다.

다만 걱정거리도 남아 있다. “페스티벌이라고 하면 여러 가지 소품이며, 아이디어들이 필요하잖아요. 우리가 스스로 주체가 돼 기획부터 재원마련까지 해 나가야 하는 행사를 하려고 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 지 모르겠어요. 다른 지역의 유사한 행사들을 참고해 봐야겠죠. 한국에서 이런 부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단체나 기관도 찾아볼 작정이에요.”

장미선 회장이 이렇게 한국문화 소개에 애착을 갖는 것은 비단 그녀가 한인회의 수장을 맡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리옹 시내에서 한식 레스토랑 ‘미나네’를 운영하고 있는 장 회장에게는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것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있다.

“그냥 그건 당연히 제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하는 장 회장은 “이것이 한국문화, 이것이 한국의 것이라고 각인시키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인식되고 알려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한인 사업가로서, 한인회를 이끄는 당찬 한인회장으로서 그녀의 포부는 어딘가 맞닿아 있는 경향이 있다.

한국과 문화를 알리겠다는 당찬 사명감, 목표를 이뤄내겠다는 확고한 자신감, 그 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낭만적인 기대감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