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인 연결하는 노르웨이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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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인 연결하는 노르웨이대사관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0.06.1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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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새 300여 명 네트워킹 ...5년 후 파급력 더 커질 것

천혜의 자연환경과 세계 최고의 복지수준을 자랑하는 북유럽의 청정국가, 노르웨이. 전체 인구가 470여만 명(2008년 기준)에 지나지 않는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동포는 302명(2008년 기준)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이 수치로는 파악되지 않는 이들이 있다. 노르웨이에는 수천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 재외동포 수치로 집계되지 않는 이들 대부분은 태어나자마자 노르웨이로 보내진 입양 한인들이다.

주노르웨이대한민국대사관은 2년 전부터 노르웨이 거주 한인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이들 입양한인들을 찾아내 네트워킹 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과는 확연히 다른 현지 사정 탓에, 이들을 네트워킹 한다는 것이 말처럼 녹록하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전담해 주도하고 있는 최병구 대사는 자신있게 말한다. “두고 보십시오. 5년이나 10년이 지난 후에는 놀라운 파급력을 갖게 될 테니까요.”
노르웨이 8,000명 입양한인 네트워킹의 꿈을 꾸고 있는 최병구 대사에게 직접 네트워킹 사업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주노르웨이 대한민국 대사관 정경

 

“제가 2007년 9월 부임했을 때 노르웨이에 8,000명의 입양 한인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적지 않은 북유럽 국가들에 각각 이보다 많거나 적은 입양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덴마크, 벨기에 등이 그렇지요. 그런데도 이들을 네크워킹 하려는 시도가 없었다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그렇게 (네트워킹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최병구 대사의 말이다.

대사 이외 참사관 1명, 서기관 3명으로 구성된 대사관 규모로 미루어 볼 때, 이 사업은 사실상 최 대사의 손에서 시작돼 최 대사의 손에서 이루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르웨이라는 나라가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선진 복지국가이다 보니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매우 낮은 편입니다.”

최 대사가 전한 이 같은 사정은 대사관이 2008년 12월 현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도 드러난다. 응답자 중 70%는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으며, 이들 대부분이 한국에 대해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한국-노르웨이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한국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입양 한인들의 네트워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2년 여 동안 이런 생각이 맞았다는 확신을 갖게 됐죠.”

대사관은 네트워킹에 참여하는 입양 한인들에게 한국음식, 문화 등을 소개했으며, 이들이 한국에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한인 입양인들 간에 상호 정보 교환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그 구심점으로서 올바른 한국의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한인 입양인 뿐 아니라 이들의 가족, 친지 등 노르웨이인들에게도 한국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대사관 측의 설명이다.

“재노르웨이한인입양인협회와 노르웨이-한국친선협회가 결성됐는데, 이들의 활동에 대사관이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인 입양인들이 자연스럽게 이 기관들에 가입하고 참여해 필요한 정보를 얻고 유익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섬머캠프나, 연말 송년파티에서 이들이 서로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죠. 벌써 많은 이들이 한국에 다녀왔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한국에 가 보겠다는 이들이 더 늘어나고 있어요. 5년에서 10년이 지나면 파급력이 더 커질 겁니다.”

자연스럽게 친한그룹을 형성하는 것, 더 많은 이들이 한국을 알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사업을 통해 거두고자 하는 최 대사의 바람이다.

“부끄러운 과거 들춘다” 눈총 받기도

한국에 대한 호기심으로 대사관 행사에 참석한 입양 한인들을 보면서 네트워킹 사업을 구상했다는 최병구 대사는 그러나, 사업을 진행하면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자주 부딪쳤다.

사실상 가용할 인력이 넉넉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 대사는 직접 입양 한인들을 만나 네트워킹 사업에 대해 소개하고 동참하기를 권유해야 했다.

한국의 경우였다면 전화나 인터넷 등 다양한 기술적 인프라가 도움이 됐을 터. 그러나 노르웨이의 상황은 달랐다.

“관련 법에 따라 18세 이상의 성인의 경우 본인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전자메일 주소를 사용할 수 없어요.”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접촉이 제한된다는 뜻이다. 사업에 대한 홍보나 소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일일이 이들을 만나 네트워킹에 참여시키는 일은 더디고 조심스러웠다.

유학생이나 교민으로 이뤄진 현지 재외동포 사회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이곳에 정착해 오래 살고 계신 한인들 중에는 대사관에서 입양 한인들과 관계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비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최 대사는 이렇게 일부 한인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을 설명했다. 이런 사업이 한국의 ‘고아수출국’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킬 뿐 아니라, 입양 한인들 스스로가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것.

 

지난해 한인입양인행사 초청사진 (출처:노르웨이대사관)

그러나 최 대사의 의지는 확고했다.

“엄격하게 말해 이 일은 반드시 하도록 돼 있는 일은 아니예요. 저는 공적인 입장이 아니라 개인 대 개인, 인간 대 인간의 입장으로 이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이들이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은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해서 제대로 된 지식과 정보를 주려고 합니다. 그런 노력들이 이들에게 모국에 대한 왜곡되지 않은 정체성과 자긍심을 갖도록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국립국제교육원이 진행하는 모국방문프로그램을 통해 몇몇 노르웨이 입양 한인들이 한국에 방문할 예정이다.

“재작년에 2명이 이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갔었죠. 원래는 1명이 배정되는데, 여기 사정이 고려돼 2명에게 기회가 돌아갔어요. 올해는 10명이 한국에 가죠. 이 외에도 가능한 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 분들이 한국에 방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에요.”

입양 한인들의 모국 길잡이, 최 대사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