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한민족 똘똘 뭉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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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한민족 똘똘 뭉쳐야"
  • 세계일보
  • 승인 2003.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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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세계일보) 국기연 특파원 =

“20세기에는 국가가 생존 단위였으나 21세기에는 민족이 생존 단위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 남북한의 7000만명과 해외 동포 700만명이 힘을 합해 한국인들이 동아시아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취임 1개월만에 재미동포 현안 파악을 위해 미국을 방문중인 이광규(71·사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8일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국인들이 대동단결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7일 워싱턴에서 열린 재미 한국계 시민연맹 전국대회에 참석하고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등 재미 한국인 동포들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을 순회하며 재외 동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9·11 테러사건 이후 기독교 문명과 아랍 문명이 충돌하고 있으며 이 와중에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는 아시아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이 하나로 묶는 ‘동아시아 공동체’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중국이 이 공동체의 헤게모니를 잡으려 하고 있으나 일본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임을 내세워 이를 견제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 남으려면 한국 민족 전체가 똘똘 뭉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이사장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동포들은 거주국에서 상류 사회에 진입하려는 노력을 하는 동시에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한국에 있는 동포들과 힘을 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명한 서울대 인류학 교수 출신으로 재외동포 문제를 지난 30여년 동안 학문적으로 연구해왔던 이 이사장은 해외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을 대상으로 연구해 보면 모국에 대한 정체성이 떨어지는 민족은 거주국에서도 정체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한국 출신 재미동포가 모국인 한국을 빨리 잊어버리고 미국화가 되려고 하면 더 큰 내적 갈등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외동포재단은 전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국인 동포들을 적극 끌어안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재외동포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999년에 제정된 재외동포법은 1948년 이후에 한국을 떠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재중동포 등을 제외시켰다”면서 “이 같은 국적주의 원칙을 빨리 혈통주의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다만 중국이나 미국에 거주하는 동포의 사정이 다른 현실적인 문제는 시행령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국기연특파원
/kuk@segye.com
[세계일보] 2003-12-10 () 24면 1239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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