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은 의구하되 철새들이 남기고 간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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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은 의구하되 철새들이 남기고 간 사연은…
  • 박성훈
  • 승인 2010.04.0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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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성훈 뉴질랜드 환경연합 코리안가든 대변인

박성훈 대변인
흰구름 둥실 떠가는 3월 하순 미란다(Miranda) 해변의 모습은 예년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지칠 줄 모르는 강인한 체력과 지구상 최장거리 마라토너로 증명된 이 새들 가드윗(Godwit)이 남기고 간 사연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무수히 쌓인 흰 조개껍데기 언덕 가장자리에 방금 먹다 남은 듯한 분홍빛 살점이 붙은 반쪽 껍질이 눈에 띄는 걸 보니 아마 한반도를 향해 서둘러 떠나는 수백 군단 속의 한 마리가 자신의 소속 군단(40~50마리)에 합류하느라 미쳐 좋은 간식거리도 버린 채 떠난 모양이다.

반대로 오늘(3월29일)은 한국에서 귀한 손님들이 찾아오는 날이라 David Lawrie 회장을 비롯한 Keith Woodley 쇼어버드 센터 관장 그리고 Ashley Reid 재무이사 외에도 조류 박물 교육전시관 식단준비 봉사요원들이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드디어 고국에서는 처음으로 부산광역시 교육청에서 환경 교육교류를 위한 MOU(양해각서) 체결을 위해 정석구 부교육감을 단장으로 한 사절팀이 미란다를 찾아왔다.

새만금이 사라진 이후 그나마 한반도와 가드윗의 인연과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보석 같은 철새도래지 중의 하나가 낙동강 하구다.

각종 인위적 개발로 1/4이 이미 깎여 나간 상태에서 또 앞으로 뭉게구름처럼 밀려오는 파괴의 위협 앞에서도 환경보존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그들이 감사하고 반갑다.

지금부터 꼭 1년8개월 전 늦겨울에 미란다 트러스트 BOT 긴급회의를 소집하여 미란다와의 교육교류를 절실히 원한다는 부산시 교육감의 특별메시지를 강한 어조로 전달할 때만 해도 “다른 것은 다 좋은데 새들의 안위가 최우선인 미란다의 조용한 해변에 일반인, 학생 등 사람의 발길이 잦아 새들을 놀라게 하는 어떠한 제의도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첫 회의 때의 결과를 상기하면 감회가 새롭다.

중국정부가 4년 전 새만금 황금갯벌 폐쇄 직후 대체 도래지로 다수의 가드윗이 당도한 것을 호재삼아 압록강하구를 ‘국가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함과 동시에 미란다와의 첫 환경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에 질세라 북한 당국에서도 역시 작년 4월에 5,000여마리의 이 장거리 이동철새들이 문덕지구에 중간 기착하여 머무른 것을 계기로 그 지역을 ‘국제 철새도래지’라 선포하며 자신들도 국제 환경보호에 앞장선다는 우호의 제스처로 교대조 학습관찰 학생들과 함께 미란다 대표단을 열렬히 환영하고 철새 공동 관찰조사, 장비 및 정보교류를 위한 공식 합의서를 교환했다.

천혜적 조건을 갖춘 데다 정작 주체여야 할 우리 고국 한국이 가드윗의 생태 연구 과학조사의 국제적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환경파괴 개발국이라는 오명을 쓴 채 표류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러한 즈음에 낙동강 하구를 끼고 있는 부산시 교육청에서 학교 교육과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환경의식을 불어넣기 위해 중대한 초석을 세운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하겠다.

광활했던 황금 서식지 새만금만큼은 아니더라도 부산시 교육, 환경관계 인사들이 더욱 선각적인 지혜를 모아 주변국에 잠시 빼앗겼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세계 환경학회로부터도 환영받는 우리 조국의 모습을 보이는데 힘써 주기를 주문한다.

해외의 현장에 나와 있는 우리 재외동포들 역시 조국의 국가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일이라면 어느 곳이라도 달려가 온 정열의 힘을 쏟을 준비가 되어 있기에 그것은 충분히 가능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