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사회의 힘이 통일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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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사회의 힘이 통일의 원천”
  • 계정훈 재외기자
  • 승인 2010.03.0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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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통남미서부협의회 스테판 린튼 유진벨재단 이사장 초청강연

지난달 26일~27일 민주평통 남미서부협의회(회장 이효성) 주최, 주아르헨티나 대사관과 한인회 후원으로 북한을 돕는 비영리 민간단체인 유진벨(Eugene Bell)재단 이사장 스테판 린튼(인세반) 박사 초청강연이 부에노스아이레스 신성교회에서 열렸다. 린튼 박사가 ‘북한의 의료현안 및 해결책’과 ‘한반도의 통일’을 주제로 두차례 한국말로 한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해 게재한다. <편집자주>


△ 북한의 의료현실 ‘참담’

북한은 60년대 말에서 70대 초까지는 정부가 의료, 교육, 주택, 교육, 노후 등을 책임지며 생활의 질이 비교적 나은 시기를 유지했으나 이후 경제난으로 인해 좌절된 나라다. 비록 사회주의 원리는 살아있지만 현실적으로 부도난 상태이다. 유진벨재단은 민간 후원으로 부도난 북한의 무상의료체제를 강화하는 심부름꾼의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의 의료체계는 현재 중앙급병원, 도급병원, 지역병원, 진료소, 호당간 의사, 환자로 돼 있다. 그러나 전력난으로 불이 없는 병원복도, 5~60년대 사용하던 낙후되고 고장난 의료장비, 부품도 없고 필름도 없는 X-레이를 개조해 만든 투시기 등으로 장비들의 성능도 떨어져 있다. 한마디로 북한의 의료현실은 참담하다.

필자는 북을 왕래하며 결핵환자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두 차례나 결핵을 앓았다. 북한은 인프라가 약하고 예산이 부족해 결핵환자들의 격리수용은 가능하지만 약이 없어서 회복할 확률이 희박하다.

유진벨 재단은 북한결핵퇴치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재단은 북한에 X-레이 기계와 부품, 소모품, 현미경, 약, 봉고차, 심지어 차량유지를 위한 윤활유, 부속, 타이어 등 의료기관들이 장비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챙겨주고 있다.

20세기에 한국 사람을 가장 많이 죽게 한 게 결핵이다. 유엔보건기구도 2000년 북한 결핵퇴치를 시작했는데 예산이 많지 않다. 15년 동안 민간을 통해 북에 들어간 약이 유엔이 보낸 양의 10배다. 북한의 결핵퇴치는 전통사회, 종교단체, 동포들의 힘이 크다. 북의 25만 결핵환자가 유진벨을 통해 약을 받고 있다.

유진벨 재단 외에도 여러 민간단체에서 북한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손대지 못하는 결핵분야가 다재내성 환자이다.

유진벨 재단은 3년 전부터 일반 약으로 효과가 없는 다재내성 환자들의 가래를 받아 한국의 마산결핵병원에서 분석한 후 개인진단결과를 가져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670여명의 가래를 받았다. 다재내성 환자는 기존에 지원하던 4개 항생제로는 효과가 없다. 개별적 처방을 해야 한다. 일반결핵 환자 약값이 40달러 정도인데 비해 다재내성 환자의 약값은 일반환자의 70배 정도 비싸다.

△ ‘통일된다’ 방심하면 안돼

구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들이 붕괴된 후 현재까지 북한이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동아시아에서도 사회주의제도가 붕괴됐지만 동아시아의 힘은 전통사회에서 이어 진 가족, 지역사회, 동창회 등 작은 집단으로부터 나온다. 한국은 특히 독립성이 강한 나라이다. 북한 또한 전통사회의 뿌리가 깊은 사회이다. 동유럽 사회주의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가족 때문이라 보아야 한다.

동포들이 해외에서 짧은 기간 안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가족의 힘이다. 많은 동포들이 가족을 믿고 살고 있다. 문제는 동포 자녀들이 그 뿌리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통사회의 힘이 모였을 때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통일도 가능하다. 정치·경제도 중요하고 뭉쳐야 하지만 정부에 전적으로 맡겨서는 안 된다.

통일을 위해 민간은 민간대로 해야 할 일이 있는데 한국 전통사회의 힘이 아직까지 공존하는 곳이 바로 이민사회이다. 한국의 전통사회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현재 남북통일의 걸림돌은 ‘언젠가 통일이 된다고 방심하는 점’이다.

통일을 목적으로 조직된 민주 평통은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 전통사회의 힘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