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올림픽과 따산츠 예술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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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올림픽과 따산츠 예술촌
  • 백기영
  • 승인 2008.07.1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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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영(본지 칼럼니스트,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 디렉터)
개혁개방 이후 30년의 역사적 변화를 자랑하게 될 2008북경올림픽을 20여일 앞두고 북경은 도시 전체가 공사 중이었다. 만리장성의 나라 중국의 위상과 명예를 과시하기라도 하듯이 북경시내에 새로 들어선 건물들은 세계 최고 규모를 자랑한다.

각 건물에 붙여진 별명 또한 흥미롭다.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은 '새둥지'로 불리고, 공항 신청사는 '큰 용'으로 불린다. '거대한 알'로 불리는 국가 대극원 오페라극장은 축구경기장 4개가 들어 갈 수 있을 만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그 외에도 '큰 바지‘로 불리는 CCTV 신사옥과 아쿠아리움 수영장은 도시 전체의 랜드 마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의 모양으로 설계된 국제공항 신청사를 비롯해서 ‘새둥지’로 불리는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은 6년간의 시간이 걸려 완성된 헤르조그(Herzog)와 드메롱(De Meuron)의 역작이다.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이 새 둥지 모양의 외부 선형 구조물의 안과 밖의 조화가 거대한 소쿠리를 연상시키는가 하면, 물과 물방울의 모양을 형상화하여 입방체 모양으로 건축된 올림픽 수영경기장도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절로 멈추게 한다. 이처럼 북경 시내에 위치하고 있는 건축물들은 크고 단순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올림픽 단장을 위해 분주한 또 다른 지역은 다름 아닌 '다산쯔798’예술지구' 였다. 테안문 광장을 중심으로 구분한 5환선 중 4환선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예술지구는 바우하우스 식으로 독일인들이 건축한 군수공장을 개조해서 만든 갤러리 아틀리에 밀집지구이다.

7년 전에 예술가들이 모여 작업실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이곳은 지금 이미 대다수의 예술가들이 북경 외곽으로 빠져 나가고,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상업 화랑들이 밀집한 북경의 소호와 같은 장소가 되었다.

이 곳도 역시 올림픽을 맞이하여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가로등이 새로 설치되고 골목에 낙후된 공간은 보수되고 있었으며, 새로 오픈하는 갤러리들은 손님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인사동이나 청담동과는 달리 이곳을 찾은 젊은 청년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대략 3만여 평 정도 규모에 전 세계 20여 개국 100여개의 화랑, 작가 작업실이 200여개가 모여 있는 이 곳은 명실상부 아시아 미술의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다산츠 예술촌장으로 있는 황루이(黃銳, 56)씨는 “정부가 이 지역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예술축제라든지, 공간 정비 사업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많이 나아졌지만, 예술가들의 자율적인 활동이 축소되는 등 시작 당시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 외에도 북경에는‘지우창’ 예술특구와 ‘카오창디’ 예술동구도 유명한데, 주조창을 개조해서 만든 공간으로 우리나라 갤러리들이 많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13억 중국인들이 만들어가는 북경의 문화는 실로 거대한 것들이었다. 일반적인 메트로폴리스가 구성할 수 있는 규모를 훨씬 웃도는 도시 공간의 장엄함은 뒤로 하더라도 인간의 신체를 위축되게 만드는 저 만리장성과 같은 현대 건축물들이 즐비한 북경에서 필자는 작은 신체에 영혼을 담고 사는 개인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런 도시의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예술가 촌 다산츠에서 내가 느낀 피로감은 북경 시내 중심가에서 느낀 것과 유사한 것들이었다. 엄청난 규모의 전시공간들이 늘어선 이 지구에서 필자의 눈을 사로잡는 작은 드로잉 하나를 발견하기 어려웠던 것은 아마도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예술의 규모에 작은 것들을 발견 할 수 있는 눈은 이미 피로로 흐려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올림픽이라는 스포츠 행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중국의 심장에서 나는 거대한 기계 심장의 박동 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