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불어 함께 사는 열린 사회를
상태바
[사설] 더불어 함께 사는 열린 사회를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07.06.14 1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몇 주 우리 사회에 의미있는 사건들이 있었다.

하나는 지난 5월 30일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주한외국인(합법체류자)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고충에 대해 직권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한 일이다. 특히 이번 진정은 예전의 재한외국인에 관한 문제 제기가 비합법적 체류자에 대한 비인간적 처우에 집중돼 있던 것과 달리 합법적 체류자들에 대한 차별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다른 하나는 문화관광부 주최로 지난 3일 이주민과 함께하는 다문화축제 ‘2007 Migrants' Arirang’이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사실이다. 내·외국인 4만여 명이 참여하여 ‘이주민과 한국인이 서로에게 소중한 꽃이 되어 주자’는 염원을 담아 낸 이 행사는 2005년부터 시작하여 이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이주민 축제로 자리잡게 되었다. 낯선 곳에서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이주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따뜻한 정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행사이다.

또 다른 하나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 대한 교육 지원이 국가의제로 설정돼 본격 추진될 예정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5일 교육인적자원부는 ‘지금까지 교육청이나 대학 등 개별기관에서 산발적으로 추진되거나 다른 사업의 일부로 지원되던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을 교육부가 국가의제로 설정하고, 본격적으로 지원ㆍ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반가운 일이다.

전국의 농어촌에 흩어져 있는 국제결혼 가정의 학생수는 지난 4월말 기준으로 1만 3천44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천998명에 비해 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의 속도가 놀랄 정도로 매우 빠르다.

한편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 2003년 1만 2천314명에서 2004년 1만 6천832명, 2005년 2만 2천526명, 2006년 3만 2천557명으로 최근 3년 사이에 무려 2배로 증가하였다. 이 가운데 아시아 지역 학생이 2만 9천227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특히 중국인 유학생이 2만 80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절반이 넘는 61%를 차지했다.

얼마 전에는 이들 유학생 중 국내에서 불법 취업한 이들이 경찰에 적발된 일도 있었다. 이런 외국인들을 모두 합하면 100만명이 훌쩍 넘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국제화 시대의 최전선에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그러나 우리의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관심과 인권적 수준은 아쉽지만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 외국인을 포함하여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도 여전히 남아있다. 합법적인 외국인 체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남아 있는 현실 속에서 불법 체류 외국인의 인권을 지켜내는 것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 사회 전체가 빠른 속도로 국제화 시대로 가까이 가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인식과 법적, 제도적 장치는 미흡하기 짝이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해외 거주 우리 동포의 수가 700만명에 이른다. 오늘도 매일 수많은 외국인들이 우리 나라로 들어오고, 또 많은 내국인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외국으로 나간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도 않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식의 전환과 사회적, 제도적 개선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될 것이다.  앞에서 예시한 몇 가지 일이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모든 이가 더불어 함께 사는 열린 국가로 가는 의미있는 첫 걸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