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한국의 숨결을 불어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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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한국의 숨결을 불어넣다
  • 황성봉 재외기자
  • 승인 2007.06.0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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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부터 27일까지 제27회 유럽한인 오월민중제

한민족 유럽연대, 재독한국여성모임, 코레아협의회, 베를린노동교실, 한국민중문화모임, 재독일동포협회 등 독일에서 활동하는 6개의 단체들로 구성된 재독오월민중제 준비위원회와 광주5.18기념재단이 공동주최하고 베를린한인회와 베를린 글뤽아우프회의 후원으로 <제27차 재유럽 오월민중제>가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동안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다.

재유럽 오월민중제의 역사는 1980년부터 시작된다. 1980년 5월 17일 당시 독일 제1국영방송 ARD에서 중요시간대인 11시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한국 광주의 소식을 35분 동안 방송했다. 간호사와 광부로 독일에 터를 잡고 살고 있던 한인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등 독일 전 지역의 한인들은 성명서 발표와 서명운동, 단식투쟁을 통해 해외 어느 지역보다 빠른 대응으로 광주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렸다. 이후 광주 민중봉기 추모를 위해 독일 곳곳에서 시작된 민중제는 85년부터 전 유럽 한인동포들의 추모제이자 축제인 '재유럽 오월민중제'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에 거주하는 한인 1,2,3세가 모두 모이는 명절과도 같은 이 행사는 유럽인들에게 한국인들의 민주화정신과 사물놀이 등 한국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하며 27회까지 이어져 왔다.

전야제로 개최된 '재외동포 영화제-베를린'은 지난달 24일 베를린 시내에 위치한 바빌론 극장에서 진행되었다. <나의 결혼 원정기>는 한국 내 이주민 여성문제를 보여주었다. 일본의 혹카이도 조선학교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우리학교>는 재독동포뿐 아니라 독일인들도 눈물을 쏟아냈다.

정체성을 고민하는 재독2세동포와 달리, 생존을 위협받을 만큼 절실함으로 우리말과 글을 지키는 재일 2세동포들에 대한 관심이 이어져 연대의 방법을 고민하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코리안 돈키호테, 이희세>를 만든 최현정 감독과 함께 한 대화시간은 통일에 대한 열띤 토론의 장이 되기도 했다.

25일 금요일의 워크샵은 재독2세동포들 중심으로 한국이 바라보는 재독한인과 독일사회에서 바라보는 재독한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확인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행사였다.

26일 토요일 심포지움은 재유럽민중제준비위원회를 대표하여 최태호 위원장과 518기념재단의 이홍길 이사장의 개회사로 시작하여 오후 6시까지 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주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토론, 질문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통일된 독일에서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장벽"에 대해 Axel Rdiger 교수의 발제와 '통일독일의 사회문화갈등"에 대해 김누리 교수의 발제가 오전 순서로 진행되었고 오후에는 '5.18 민주화운동과 5.18 기념재단의 현재의 역할"에 대해 조진태 518기념재단 사무처장 발제와 '새로운 시각에서 본 한반도의 통일문제"에 대한 이중호 교수의 발제가 이어졌다.

이 심포지엄을 통해 통일 독일에서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문화적 사회적 장벽을 짚어보았고 이러한 갈등들을 극소화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에서는 '통합체제론"을 벗어나 민족공동체를 모색하고 평화공존을 위해 남북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제기되었다.

심포지움 이후 아우구스트 베벨광장에서 진행된 문화행사는 모두를 하나로 묶는 시간이었다. 사물놀이패의 길놀이와 소설가 황석영씨가 보내온 추모문 낭독과 비나리, 판굿에 이어 사물놀이 행렬의 뒤를 따라 아우구스트 베벨광장으로 나서 한바탕 축제가 벌어졌다.

"코레아는 하나다" 라고 쓰여진 한국, 독일어 깃발을 날리며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춤을 추고 원을 만들어 광장을 돌자 구경하던 많은 이들이 환호하며 둥근원의 대열에 합류하여 한국 전통 사물놀이를 즐겼다. 베벨광장을 뒤덮은 재독한인들의 모습은 재유럽오월민중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깊은 감동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