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한인감독의 영화 ‘풀 매탈 빌리지’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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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한인감독의 영화 ‘풀 매탈 빌리지’ 화제
  • 황성봉 재외기자
  • 승인 2007.04.19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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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형 감독, ‘문화충돌’ 주제로 독일영화 제작
▲ 호리호리한 몸매에 또박또박 관중의 답변에 답하는 당찬 한국의 조성형 감독
슐레스비히 홀슈타인의 작은 마을 ‘Wacken’과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잔잔한 그림책 같은 이야기. 헤비메탈 음악에 열광하는 전 세계의 팬들은 이 마을을 안다. 알뿐만 아니라 일 년에 한 번 이 마을은 그들에게 있어 낙원이 된다.

긴 머리에 온 몸을 피어싱과 문신으로 장식한 보기에도 미심쩍은 시커먼 무리들이 줄을 지어 Wacken으로 모여든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헤비메탈 Open-Air-Festival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헤비메탈이나 그 팬들을 주제로 한 것이 아니다. 영화의 첫 부분을 장식하며 끝까지 관중을 동반하는 초원의 젖소들, 미풍에도 파도처럼 일렁이는 실한 곡식의 물결, 뭉게구름의 파아란 하늘 등, 절대로 굉음이 소동치는 해비 매탈과는 거리가 먼, 평화와 고요, 그 자체일 듯한 아담한 마을과 그 마을에 실제로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헤비메탈과는 극과 극을 이루는 세계, 감독에게 있어 이 영화의 주제는 그래서 ‘문화의 충돌’이다.

젖소나 키우고 농사나 짓는 농촌의 흔한 풍경, 주로 노인들로 구성된 마을, 그 안에서 아직 나이가 어려 떠나지 못한 젊은 여성 카트린과 그녀의 여자 친구는 생소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런 그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기에 오히려 작위적인 느낌이 없다. 그 만큼 이 영화는 진정성이 돋보인다.

한가로운 농가의 풍경들이 삽화처럼 잘 배치되어 있고 ‘현실풍자극’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우리 식으로 시트콤이라고 할까. 장면마다 웃음으로 넘기느라고 90분이 후다닥 어떻게 지나가 버렸는지 모를 정도로 짜임새 좋은 영화이기도 하다. 배우도 아닌 분들이 어떻게 저렇게 유머러스 하고, 재치 있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그들의 자연스러움, 일상 뿐 아니라 내면의 것을 들어내 보일 수 있는 개방성은 감독에 대한 신뢰와 애정에서 나온 것이고, 그만큼 감독의 애정어린 접근이 느껴지는 영화이다.

아, 나는 저런 여성을 보면 자랑스럽다. 그래서 은근히 독일 영화사에 남을 다음과 같은 글을 상상해 본다. ‘독일의 가장 훌륭한 향토영화는 한 한국여성이 만든 영화이다’

영화는 막스 오퓌스 대상까지 받고, 베를린영화제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성 높은 영화임에도 배급사를 구하지 못해 제작사가 직접 나서 19일부터 독일에서 상영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