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의 바람직한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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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의 바람직한 리더
  • 김구환
  • 승인 2007.04.1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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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환 지회장(민주평통 홍콩지회장)
지난해 11월 창간 60주년을 맞아,‘아시아의 영웅 65명'을 선정 발표했던 시사 타임 아시아판의 선임 논술 위원 조에르 압둘카림은 아시아에 이제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지도자들은 너무 오랫동안 식민주의, 공산주의, 가난 등과 싸워왔지만 이제는 '무엇'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를 위하여, 공정한 분배를 위하여, 다른 문화와 종교를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기 위하여, 사심을 버린 그런 인물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정도는 다르지만 모든 조직, 단체의 리더쉽을 설정하는 논거의 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해외 생활을 하게 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결국 우리는 현지에서 여타의 조직이나 단체의 구성원 혹은 리더가 되어 살아간다.

필자도 이제는 20여년이 다 되어 가는 해외 생활을 하며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때로는 봉사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감당하면서 ‘나 자신이나 조직, 단체의 구성원들이 바라는 리더상의 바람직한 덕목이 무엇일까?’를 수없이 자문해 봤다. 그것이 또한 리더로서의 최소한의 도덕적 의무라고 생각한다.

먼저, 리더는 순수한 봉사와 희생정신을 가져야 한다.
조직이나 단체를 운영하도록 선출된 봉사자는 개인적으로 적지 않은 시간을 희생하고 경제적 부담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희생과 봉사를 전제로 주어진 이러한 직책이 조직과 단체를 능률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하도록 정해진 한시적인 것이지 절대적이고 영원한 권력이 아님을 스스로 자각해야 한다.

따라서 주어 진 임기 동안 개인적인 이해나 감정 보다는 구성원들을 위하여 봉사자로서의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시아 혁명의 슬픈 상징적 존재일 뿐, 65명의 영웅에 들지 못한 것은 임기 말년의 부패와 타성 등, 개인적 이해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아시아 타임지는 지적한다.

다음은 상대방(구성원)을 헤아리는 이해심과 아량으로 조직, 단체를 운영해야 한다.
대표성 있는 소수 몇 명이 민주주의 원칙을 빌려 결정한 사항이라도 그것은 구성원 전체의 의사를 반영했다고 볼 수 없다. 어느 사회든 구성원의 자질이나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구성원 대다수가 공감, 공유하는 요소를 찾아내서 이를 운영에 반영해야 한다.

다시 말해 베푸는 입장에서가 아니라 수혜자의 입장에서 재차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구성원의 이해관계나 크기에 따라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 및 의사 충돌은 불가피 한 것이다. 다만 이를 포용할 이해심과 아량이 필요하며 특히 임기 동안 영속성이 보장될 가능성도 없고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한 건 주의’사업의 실행은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식민지 잔재를 청산하고, 공산주의 붕괴, 경제 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수행한 박정희, 수하르트 등의 업적을 인정하면서도, 영웅에서 제외한 것은 독선에 빠져 반대자를 경멸하고 억압한 이유였다고 아시아 타임지는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영원한 주류는 없어져야 한다.
700만 해외 동포가 이미 세계 곳곳에 정착했고, 이들이 소속된 교포 사회도 상당한 역사를 가지고 그들만의 독특한 한인 사회의 문화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정착 단계부터 이어져오고 형성된 여러 가지 전통 중 주류 주변의 인물이 반드시 정해진 직책을 이어가야 한다는 논리는 반드시 배제 되어야 한다.

주류의 신념을 버리지 못하는 한 ‘초록은 동색’, ‘그 밥의 그 나물’이라는 구성원들의 비난은 지속되고 결국, 조직, 단체에 괴리가 생기고 신뢰가 없어져 조직의 발전이 지체될 뿐 아니라, 전체 한인 사회의 화합이나 단결을 깨뜨리는 지속적인 갈등의 근원으로 남게 된다. 물론, 힘겨웠던 해외 개척사를 온몸으로 이끌었던 이른바 파이오니어의 리더쉽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그러한 덕목은 그 시대로 족하다. 우리 시대에는 새로운 리더쉽의 덕목이 필요한 것임을 역사는 증명한다.

현재 우리 해외 한인들은 고국의 눈부신 국력 신장 덕분에 문화적으로는 한류에서, 경제력으로는 세계 10위권의 무역 규모로 현지 사회에서 부러움을 사는 위치에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해외의 각 한인 단체의 구성원 모두가 선진 국민으로서 자긍심과 자존심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각 조직 및 단체의 장들은 지금 시대 상황에서 더 절실하게 필요한 지도자의 덕목들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