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병원은 고려인 희망의 씨앗”
상태바
“외래병원은 고려인 희망의 씨앗”
  • 정재수 기자
  • 승인 2006.12.29 1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북아평화연대 의료협력단 배한호 기획위원

▲ 외래병원 설립과 관련한 실무를 맡고 있는 배한호 동북아평화연대 기획위원
"보드카 한병 옆에 차고, 차가청국장을 안주삼아 일주일정도 말을 타고 발해의 땅 일대를 하염없이 달려보고 싶다"고 말하는 배한호(천안 다움한의원 원장) 위원. 러시아한인이주140주년기념관에 자리할 외래병원 설립에 실무를 맡고 있는 배 위원을 전자우편으로 인터뷰를 했다. 고려인 동포들의 안식처가 될 외래병원에 대해 물어봤다. <편집자 주>

-동북아평화연대 의료협력단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지난 2002년 5월 동북아평화연대 초기, 신상문 연구정책실장 권유로 연해주 의료투어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때 중앙아시아에서 이주해온 고려인 1~2세, 탈북자 등과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그 당시 재외한인들에 대한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후 동평 집행위원으로 조금씩 활동하며 참여해왔고 미르에 한방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그동안 대전대 부속 천안한방병원 진료교수로 재임하면서 많은 시간적 제약으로 적극적을 참여하지 못했으나 올해 4월말 병원을 그만둔 뒤로 의료협력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러시아한인이주140주년기념관이 올해 첫 삽을 떳는데.
2002년에 연해주를 탐방하고 국내로 돌아와 한동안 한방병원 수련의를 그만둘까, 다니던 대학원을 그만두고 그 돈으로 고려인 자활에 보탤까 등 많은 고민도 했었다.
이후 140주년기념관이 대두되면서 후원회원으로 적은 돈이나마 기부도 하고 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막연하게 느껴졌었는데 막상 이렇게 눈앞에 다가오니 기쁘기도 하고, 외래병원으로 인해 일종의 책임감도 느낀다. 여하튼 독립운동 하셨던 선조들께 작은 일조를 하는 듯해서 개인적으로 느끼던 역사적 부담감을 조금 덜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기념관내 외래병원은 어떻게 갖추게 되나.
1층에는 외과와 내과가 입주하게 되고 지원부서인 원무과와 소독실 검사실 등이 자리하게 된다. 2층에는 한방과와 치과가, 경우에 따라 치기공소가 들어올 수도 있다. 140주년기념관 북쪽이 병원입구가 되는데 입구에서 바로 좌측이 로비가 되고 그 뒤로 원무과가 있게 된다.

외과 장비는 엑스레이장비가 있어야 되는데, 러시아 현지사정상 엑스레이장비 등 방사선장비는 현실적으로 반입이 어려워 엑스레이 진단장비가 꼭 필요한 수술 등은 힘들 것 같고, 외상 처치와 간단한 수술이 이루어질 것이며 이에 필요한 수술도구가 준비된다.

내과는 검사실에서 이루어진 혈액분석검사기에 의해 나온 결과를 토대로 처방을 할 예정이며 현지에 당뇨와 혈압이 많은 관계로 성인병위주의 진료가 될 예정이다.

2층 좌측에는 한방과, 우측에는 치과가 위치하며 치과와 한방과는 현지에서 가장 많은 호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치과는 특히 한국의 현대식 장비와 기술을 전수하여 우스리스크일대에서 가장 우수한 치과진료를 하는 곳으로 만들 계획이며 이를 위해 현지 치과의사와 치기공사의 국내교육 프로그램을 준비 중 이다.

한방과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수많은 고려인과 현지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 것으로 생각되며 실제로도 몇 번 의료봉사에서 한방의 침치료는 많은 호응을 받았다. 따라서 한방과는 침치료, 뜸치료, 물리치료 위주의 진료를 할 예정이다.

-외래병원에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는지.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부분이다. 우선적으로 대부분의 재원은 주로 서울대 병원 장비 지원을 통해 고가의 진단장비와 치료장비를 충당할 예정이며 서울대병원 측과 협의 중이다. 현재 많은 부분은 기증을 약속받았고 추가적인 부분은 논의 중이다.

또한 기부금을 모금할 계획도 있다. 동평 회원 중 의료인을 통하여 일차로 모금하고 점차로 일반회원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다른 방법은 의원, 한의원, 병원, 한방병원 등을 대상으로 장비의 수거 및 기증을 통해 마련할 생각이다.

-외래병원 설립 실무진이 구성됐는데 향후 구체적 계획은.
올 12월중에 실무차원의 로드맵을 구상한 후 내년 1월 12일부터 3박 4일간 현지 조사단을 파견하여 외래병원 설립에 관한 구체적 계획을 확정할 생각이다.

이 조사를 근거로 외래병원의 평면도를 확정하고 진료프로그램을 개발한 후 진료진 국내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내년 2월에는 서울대병원에서 기증하는 의료기를 러시아로 보낼 계획이며, 3월에는 현지 의료봉사를 포함한 2차조사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2차조사단 파견의 결과를 가지고 현지 의사들을 한국으로 초빙하여 진행할 국내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고 5월부터는 10월까지 6개월간은 국내에서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11월에는 내부프로그램과 동선을 확정한 후 12월에 병원이 완공되면 시뮬레이션을 1주일 정도 외래병원에서 할 예정이다.

-외래병원이 완공될 경우 가장 큰 효과가 무엇인지.
140주년기념관내 외래병원은 우스리스크 현지에 처음 생기는 외래병원이다. 1차 진료위주의 체계에서 2차병원이 생기는 것으로 우스리스크 의료체계 전체에 상당한 영향은 물론 연해주 고려인들의 건강문제를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보건의료의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

또한 2002년 창립된 ‘우수리스크 의사단’의 의료활동 지원이 보다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이고 다양한 학술교류, 평화운동, 인권운동, 환경운동 등을 통해 의료협력단의 장기적인 과제인 동북아 지역 의료 평화공존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지난 5월에 두 번째로 연해주에 갔을 때 우스리스크에 자연콩 재배가 성공해 국내에 청국장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저희 한의원에서도 청국장을 들여와 환자분들께 소화기 질환 건강보조용으로 드리고 있다.

하염없이 넓은 들판을 보고 콩도 좋지만 한약을 재배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콩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은 한약을 재배해 성공한다면 고려인정착에 이보다 더 좋은 건 없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 외래병원 준비와 동시에 현지에 한약재배가능성을 계속 연구해서 고려인정착사업에 큰 동력을 만들어 보고 싶다.

진짜 개인적 바램은 보드카 한병 옆에 차고, 차가청국장을 안주삼아 일주일정도 말을 타고 발해의 땅 일대를 하염없이 달려보고 싶다.


주요기사
이슈포토